퇴근 후 남편 관찰

by 자급자족

남편은 퇴근하면서 장을 봐온다. 그래서 분홍 장바구니를 고이 접어 가방 안주머니에 넣고 출근한다.


중학생 두 아이를 위한 집밥에 온 에너지를 집중한다. 저녁 메뉴 소갈비찜을 할 모양이다. 남편요리를 관찰자 시점으로 기록해 본다. 옆에서 기웃거리며 갈비찜 만드는 방법을 물으니 요리 강습비로 10만 원 내란다. 입 꾹 다물고 관찰만 했다.


소갈비 두팩을 사 왔다. 멕시코산이다. 한팩에 3만 원 정도니 두팩에 약 6만 원을 지출한 셈이다. 한우 소갈비는 없었냐고 물으니 이 정도 양이면 10만 원은 훌쩍 넘게 지출되어 멕시코산으로 구입했단다.


찬물에 여러 번 헹구고 씻더니 물에 담가둔다. 핏물을 빼며 유롭게 튜브를 본다. 오늘 새로 뜬 김경호 변호사의 "종이 쪼가리" 인터뷰 좀 들어보라고 권유한다. 속이 뻥 뚫린단다.


큰 냄비에 물, 통후추, 월계수 잎을 넣고 핏물 뺀 소갈비를 한번 더 후루룩 삶는다. 집게로 소갈비만 건져낸다. 육수 한 그릇만 남겨두고 버린다.


감자 1개, 표고 3개만 딱 사 왔다. 감자는 깎고 표고는 씻어서 딱딱한 끝만 조금 자른다. 압력솥에 할 예정이 표고의 딱딱한 부분도 먹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양파, 대파, 당근도 대충 썰어놓는다. 소갈비 두팩과 채소가 압력솥에 다 들어갈 것인지 의문이 든다.


압력솥에 야채 먼저 까는 거라 배웠는데 남편은 소갈비 먼저 깐다. 시판 소갈비 양념 500g짜리를 3/4 정도 들이붓는다. 비닐장갑을 끼고 고기를 뒤적뒤적 섞다가 야채를 위에 얹는다. 좀 전에 남겨둔 육수 한 그릇을 넣고 물을 추가로 넣는다. 어느 정도 추가하는지 물으니 한~두 그릇정도 더 넣어 소갈비 사이로 물이 살짝 보일 때까지 넣는다고 한다.


인덕션 시계를 45분으로 맞추고 압력솥의 추가 추추추추~~ 할 때까지 기다린다. 추소리가 들리면 10분 정도 유지하다가 인덕션 불을 9에서 5로 낮추고 타이머가 끝날 때까지 김을 빼지 않고(추를 꺾지 않고) 그대로 둔다. 마지막 불을 끄고도 김을 빼지 않고 그대로 둔다.(밥으로 치면 뜸을 들이는 느낌이다)


추를 꺾고 요리가 다 되었으면 가위와 집게를 들고 뼈만 발라낸다. 뼈가 부드럽게 쏙 잘 빠진다. 멕시코산이라 잘 분리되는 거라고 농담을 한다. 아이들이 편하게 갈비를 즐겼으면 해서 매번 뼈를 분리시킨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갈비의 모양도 별로고 흐물거릴 텐데' 생각하며 관찰할 뿐이다.


냄비에 넣고 국물을 졸이는 과정이 남아있다 한다. 국물은 졸여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란다. 애들에게 한 접시 떠주며 밥에 먹으라고 한다. 애들은 이미 식사를 했기에 2차 식사다. 나도 한입 먹어보니 짜지도 달지도 않고 딱이다. 요리가 취미인 남편에게 오늘도 있는 듯 없는 듯 기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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