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울슬로

by 자급자족

KFC 코울슬로를 처음 먹어봤다. 아들이 집 앞에 생긴 KFC에서 치킨을 사 먹다가 코울슬로는 안 먹는다고 줬다.


하. 코울슬로가 이렇게 맛있다니. 상큼 달콤에 아삭거리는 식감이 경쾌하다. 다이어트에 양배추가 좋다는 얘기는 들었다. 계란 넣어 프라이팬에 익힌 양배추는 비려서 못 먹겠다. 매번 양배추를 야심 차게 샀다가 단면이 검게 바뀌어 버리기 일쑤다. 코울슬로를 만들어먹는다면? 월남쌈으로 예쁘게 싸 먹으면 끼니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코울슬로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른다. 유튜브 4~5개를 집중해서 보고 그 길로 집 앞 마트에 갔다. 진열대에 코울슬로 전용 시판 소스가 눈에 들어왔지만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양파와 당근은 집에 있고, 홀그레인 머스터드, 레몬즙, 마요네즈, 알룰로스, 사과식초, 파프리카, 깻잎, 양배추 1통, 옥수수 통조림(동원제품 1300원대)을 구입한다.


남편의 환청이 들린다. "무슨 식재료를 이렇게 많이 사 왔냐"라고. '뭐 내가 담배나 술 구입에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건강 챙기겠다는데'.. 혼자 생각한다.


두 손 무겁게 집에 들어갔더니, 다행히 남편이 곯아떨어졌다. 잔소리도 사라졌다. 조심조심 남편 잠이 깰세라 야채손질을 한다. 양배추 1/4통, 파프리카 색깔별 반쪽씩, 당근 1/3개, 양파 1/2개 그리고 깻잎 10장 돌돌 말아 아주 얇게 채썰기. 저주받은 칼질 솜씨로 최대한 얇게 채 썬다. 최대한.


깻잎은 코울슬로 본재료가 아니지만 라이스페이퍼 뒷면에 코울슬로 야채 재료들과 오이, 깻잎 설명이 있었다. 워낙 좋아하는 거라 깻잎 추가.


양배추 1/4 통을 3 등분한 후 채 썬다. 당근을 투하하고, 굵은소금과 식초를 빙 둘러 뿌려둔다. 을 조금 넣어 삼투압을 돕는다.


양념 배합을 한다. 유튜브를 보고 황금 레시피를 캡처해 본다. 그대로 따라 했지만 결정적으로 내 주재료는 양배추만 1/4 통이다. 투명 소형 김치통 사이즈에 맞춘 양이다. 맛이 택도 없다. 황금 레시피는커녕 싱거워 못 먹는다.



맛을 보며 양념을 추가해 보 기록해 본다. 김치 담는 기분이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탈탈 말린 양배추(그냥 뒷베란다에 받쳐두고 잠들어버림)와 당근에 양파, 깻잎, 파프리카, 캔 옥수수 반컵을 넣는다.


알룰로스 4스푼 정도 휙휙 짜기. 사과식초 2스푼, 레몬즙 2스푼, 홀그레인 머스터드 듬뿍 한 수저, 마요네즈 5스푼 정도 분량 짜기, 통후추 갈갈 많이.


비닐장갑을 끼고 손가락사이로 흰 국물이 나올 정도로 바락바락 세게 조물조물. 양파, 파프리카 숨 죽이려고.


맛을 본다. KFC맛이다. 다이어트하고는 멀어지는 건가. 소금도 적당히 먹어줘야 사람 몸이 피곤하지가 않단다. 레몬과 식초는 양배추의 발효를 돕지 앉을까 라며 스스로를 설득한다.


소형 투명 김치통에 담고 냉장고에 넣었다. 하루정도 지난 후 먹으면 김치처럼 힘없이 흐물거려 더 맛나다고 한다. KFC코울슬로는 더 잘게 조각내듯 야채손질 했던데, 나는 젓가락으로 집기 편하게 얇게 채쳤다.


빵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넣어먹는다는데 월남쌈에 싸 먹어볼까 한다. 월남쌈 싸다 화나지 않도록 "서로 들러붙지 않는" 설명이 추가된 태국산 라이스페이퍼 제품을 구입했다.


베트남에서 물에 묻히지 않아도 잘 싸지는 넴느엉용 라이스페이퍼 구입을 깜빡했다. 쇼핑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매번 베트남 여행에서 돌아오면 더 사 올걸 하는 품목이 생긴다.


앞으로 애들 입시에 전념하려면 5년 정도 해외보다는 국내여행을 짧게 갈듯 하다. 아시아 푸드 마트 같은 곳에서 물에 적시지 않아도 되는 라이스페이퍼나 찾아봐야겠다.


계란에 볶는 양배추보다는 맛있을 것이다. 냉장고에 음식을 오래 보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매 끼니마다 몸에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고 식사와 곁들이면 좋지 않을까? 완벽한 코울슬로 레시피를 완성한 후 브런치에 끄적거릴까 했지만, 완벽한 준비와 때는 없다. 내일 길 가다 무방비로 죽을 수도 있어 작은 핸드폰으로 자다 깨서 한쪽 눈 뜨고 남긴다. 누구를 위해? 미래의 나를 위해.

다음번에는 재료를 더 얇게 채썰기. 최대한 얇게! 제대로 소금에 절여 물기를 쫙 빼기. 균형 잡힌 영양을 위해 소고기를 볶아 넣기. 양념 안된 야채 싸는 월남쌈이 더 나으려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