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초등 딸, 말썽 부린 적이 없다. 사춘기 청소년이 되면 돌변할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사람이다.
중학생 아들의 과학학원이 밤 10시에 끝난다. 아들을 픽업하기 위해 과학학원 옆 카페에서 딸과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남편이 야근이라 딸을 집에 혼자 둘 수 없었다. 따라 나와서 수학 공부 중이다.
맞벌이라 막내를 온전히 집중해서 챙겨주지 못했다. 보고 있어도 마음 한켠이 항상 짠하다. 그런데 딸은 우리 집에서 정신연령이 가장 높다. 철학자이자 상담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떤 고민이라도 털어놓으면 정확한 솔루션을 아주 쉽게 제시한다.
마라탕을 좋아하는 딸,
횟집에서 낙지 탕탕이만 찾는 딸,
전학 왔음에도 친구들을 몰고 다니는 딸,
드럼 치는 뮤지션이 되겠다는 딸,
중학생 오빠의 사춘기를 걱정하는 딸,
글이나 발표의 컨설팅에 소질 있는 딸,
부모의 조언을 수용하는 딸,
아빠가 술 먹을 때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야단치는 딸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