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10번 반복 읽기, 그 효과는?

by 전대표

학습지 교육기관에 근무할 때 일이다.

영어를 유독 못하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과, 국어를 유독 못하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6학년이 된 해 처음 치른 단원평가에서 영어만 20점을 맞았고,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은 국어 시험에서 거의 0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시험성적이야 인생을 살아가는데 별다른 영향력을 주지 못한다는 건 알지만, 어쨌거나 내가 관리하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나는 두 명의 남학생에게 제안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는 '학원에 올 때마다 영어 교과서를 가지고 오기', 중학교 2학년 남학생에게는 '항상 책을 들고 다니기'를 제안했다. 다행히 두 명의 학생은 내 말에 순순히 응해주었고, 그 때부터 반복학습을 시작했다.

6학년이던 초등학생은 1학기가 지나기 전에 교과서를 10번 반복하기로 했는데, 오래 지나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3번째 교과서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계속해서 95점 이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은 매일 파우스트, 논어, 목민심서 같은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0점에 가깝던 국어성적은 별다른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95점으로 올랐다고 이야기했다. 반면에 영어는 1주일에 두 번, 한 달에 40만원을 주고 받는 영어과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50점밖에 나오지 않는 등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나는 그 남학생에게 교과서를 가져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교과서는 학교에 둬야 해서 안 들고 다니는데, 자습서가 교과서랑 똑같아요. 문제만 있어요."

"그럼 오늘부터 자습서를 20번 반복해서 훑어. 20번 공부하라고 안했어. 훑으라고 했어. 할 수 있겠어?"

"예."

몇일이 지난 뒤 그에게 몇 번을 '훑었느냐'고 물었다.

"한 번 훑었습니다."

"그래, 19번 더 훑어봐. 비싼 돈 주고 과외 안받아도 돼."

어머님은 내게 찾아오셔서 '선생님, 고맙습니다.'하고 이야기하셨는데, 학습지 기관의 특성상 내가 한 건 별로 없었다. 그저 적절한 '꿀팁'만 전달해줬을 뿐이다. 독서, 그리고 반복학습의 힘을 이야기해준 셈이다.


나의 작은 경험일 뿐이지만, 역사적 인물들이나 기업가들에게 이와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가장 흔한 예로 백독백습을 이야기한 세종대왕이 있다. 구양수와 소동파가 주고 받은 시를 정리한 '구소수간'은 심지어 천백독습을 하기도 했다. 세종대왕 뿐만이 아니다. 우리은행의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이었던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학창시절 성문종합영어를 15번 이상 독파한 인물로, 전문 통역사의 통역이 없이 글로벌 기관투자가를 만나 투자설명회도 진행한다. 지하철에서 출퇴근하는 1시간 20분 동안 평소 챙겨보지 못했던 서류업무를 처리하면서 한 치의 오차 없는 업무처리를 이루어내기도 했다. 반복학습, 그리고 집중하는 습관의 결과다.

비슷한 예로, 유투브나 네이버에서 '교과서 10회독'을 검색하면 상당히 많은 성공사례들을 볼 수 있다. EBS '공부의 왕도'에도 소개되었던 어느 여대생은 교과서 10회독을 통해 연세대 경영학과에 들어간 케이스였다. 교과서를 통해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면, 그 다음부터는 전체적인 문맥이나 시험의 방향에 대해 쉽게 이해가 되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물론 공부법 자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이나 시냅스와 같은 이야기를 따져가면서 반복학습의 문제점에 대해 옥신각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10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이를 하루 1시간 독서에 그대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사람마다 책을 읽는 속도는 다르지만, 웬만큼 느린 사람이라도 한 달에 한 권 정도의 책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하루에 10분만 투자해도 한 달이면 300분인데, 이는 곧 5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량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한 권 읽는데 5시간. 작가는 책 한권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성공사례와 예시, 분석자료를 찾고, 타이핑을 해야 했을까? 그 사람의 모든 노하우와 지혜의 세계를 5시간이면 흡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반복해서 압축하다 보면, 그 사람의 마음과 정신세계까지도 습득할 수 있다.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대본을 쓰고 분석할 때 마음이 맞는 3명에서 5명 정도의 배우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본을 쓰고 분석한다. 그럼 3시간 정도는 걸려야 되는 일이 1시간으로 줄어들고, 1시간 걸려야 하는 문제가 입을 떼자마자 풀려버리는 경험을 많이 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2명에 해당하는 지식과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몇 명에 해당하는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싶은가? 얼마나 깊은 세계를 마음에 품고 싶은가? 하루 1시간 독서는, 이 모든 세계를 마음에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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