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넛지 Nudge를 통해 발견하는 심리학의 세계

by 전대표

변기에 붙어있는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는 소변기 밖으로 튀 소변이 세균과 악취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고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공항 내 남성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작은 스티커를 붙여둠으로써 소변의 방향이 파리를 향하게끔 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80%에 육박하는 악취가 사라졌고, 소변기 밖으로 튄 소변의 양이 감소하면서 공항 내 남자화장실의 청결도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해졌다. 한 번쯤 들어본 남성 소변기 파리에 그려진 일화다.

독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에 소개된 파리의 일화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리처드 탈러 교수의 저서인 세계적 베스트셀러 넛지 nudge에 나오는 일화라는 것도 알 것이다. 리처드 탈러 교수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겨준 책 넛지 nudge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소변기에 부착된 파리 이론처럼 작은 변화에 관련한 예화를 필두로 결혼의 민영화와 정치적 중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넛지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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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란 무엇인가?

2018년 10월 지인들과의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우연히 접한 이 책은 넛지의 의미가 단순히 소변기 밖으로 튀어나가는 소변량의 80%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준 파리 스티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방면으로서의 접근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다양한 상황들 속에서 쉽게 반응하지 않고 진지하게 고찰해볼 수 있는 숙고의 시간을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넛지 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주의를 끌기 위해 가하는 약간의 충격을 의미한다. 어려운 단어는 아니다. 그러나 이 단어가 선택 설계자 choice architect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하고 작은 요소라 해도 사람들의 행동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의 경험에서 도출한 유용한 한 가지 법칙은 '중요하지 않은 요소란 없다는 것이다. -넛지 19P, 리더스북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긍정적인,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제로 형편없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살면서 만들어진 지식의 한계, 경험지수, 직업을 고르거나 사업을 진행할 때 개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MBTI와 같은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바른 넛지는 그런 경우에 효율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양한 기관과 정부에서는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에서 벗어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넛지를 활용한다. 앞서 언급한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의 사례처럼 공익광고도 일종의 넛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넛지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과정으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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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하는 이는 인간들이다. 따라서 선택 설계자는 가급적 그들의 삶에 이로움이 더해지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 선택하는 이들이 잊지 않도록 상기시켜주고, 당신의(그리고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잊어버리는 이들에게 부과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넛지 33P, 리더스북


넛지의 부정적 사례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넛지의 효과가 다소 부정적인(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고 불리는 현상은 늘 해오던 습관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고수하는 인간의 의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십수 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비극도 현상유지 편향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주의력의 결여다.


현상유지 편향의 한 가지 원인은 주의력의 결여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채택하는 이 발견법을 우리는 '아무렴 어때 발견법'이라고 부를 것이다. 한 가지 좋은 예는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나타나는 '이월 효과'이다. 방송국의 중역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저녁에 집에서 (일테면) NBC를 보기 시작한 시청자들은 해당 채널을 계속 시청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부터 미국에는 리모컨이 보급되어 있었으며, 따라서 실제로 채널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엄지손가락을 까닥하는 행위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아무렴 어때"하고 말하며(혹은 생각하며) 해당 채널을 그대로 시청하는 사람들의 수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넛지 64P, 리더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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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분야의 넛지를 통해 생각과 마음이 통제되는 경험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주로 2가지 이유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정보인데, 흔히 일반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실들은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현상유지 편향 때문이다. 늘 그래 왔던 것들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 굳이 변화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넛지를 당한다.

두 번째로는 동료 집단의 압력(peer pressure)이다. 최근 들어 10대와 20대가 명품의 주 소비층이라는 뉴스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반팔티, 수백만 원짜리 패딩을 구매하는 주 소비층이 10대와 20대인 것을 감안해볼 때,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를 신경 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넛지에서는 이를 두고 집단 동조라고 이야기한다.


집단 동조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사과를 앞에 두고 5명, 혹은 9명의 사람이 양파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리고 그들이 '당신도 양파라는 사실을 알고 있겠죠?'라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봤을 때, 당신 역시 그들의 무리에 속하려는 일종의 동조 의식 때문에, 사과인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파라고 이야기해버리는 심리적 조종술이다. 그들이 지인이건 처음 보는 사람들이건 상관없다. 그들에게 호감을 사야 할 이유나 개연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앞선 사람들의 답변에서 '객관적으로 올바른' 정답이 도출되었기 때문이며, 그들의 비난이나 무시를 대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에 틀린 답을 선택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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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의 올바른 활용

앞서 이야기한 동료집단의 압력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일상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과정들 속에서 다른 사람의 판단과 의견에 중요한 선택권을 맡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잘못된 선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가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기관에서 앞서 설명한 선택설계를 적절한 곳에 비치하거나 건립하기도 한다.

한 달 동안 아침 6시에 일어나기를 성공한 사람에게는 약속한 상금을 주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참가비에 해당하는 프로젝트 비용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식으로 일상생활에 활력과 도전정신을 넛지 해주는 프로그램도 많이 개설되고 있으며, 인바디 측정 시 적정 근육량과 체지방을 만족시킨 사람에게 여행 티켓을 제공하는 식의 넛지 프로그램도 만들어지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복잡성, 다양하게 분화되는 개인주의와 기술의 변화는 강제성에 입각한 주장이나 선별성을 찾아볼 수 없는 선택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주장과 완고한 고집보다 부드럽게 대하고 접근하는 넛지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다양한 기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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