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색이 별로 안 좋네."
"마음에 어두움이 있는 것 같아."
"너는 모르겠지만, 네 표정이 밝지 않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주변 지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정작 나는 하루하루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활용하고 있었고, 내게 주어진 인생의 고귀함을 마음 깊이 감사해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말이다. 나중에는 '그들이 민망해하지 않도록 "사실 그동안 정말 힘들었다"며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이라도 해야 되는 걸까'하고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정작 내 마음은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한데, 주변 사람들이 쉽게 던지는 말들 때문에 안색이 안 좋아질 뻔했다. 내 마음의 행복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이 가진 판단의 잣대로 나를 저울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해답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흔히 말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었다.
오래전 한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그는 딱히 뜨거운 곳에 덴 적이 없는데도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마치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등줄기를 뜨겁게 데우는 듯한 느낌을 받고, 시간이 지나면 뜨거운 열기에 덴 것처럼 표피가 벌겋게 달아오르거나 몸이 급격하게 달아오르는 적이 종종 있다는 거였다. 아무런 과학적 증거도 없었고 병원에서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어떤 사실이 그로 하여금 화상을 입게 하는 것이었다.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갑자기 몸이 달아오르거나 화끈거려서 황급히 옷을 벗어보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몸이 벌겋게 달아있었다. 신체에 아무런 문제도 없고 위험에 노출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 강하게 인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잘못된 생각 속에서 시달려야 했다.
비슷한 예로 상상임신이 있다. 실제로 임신을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갈망하거나 강력히 부정하는 심리적 긴장 가운데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이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된다던지, 유방에서 젖이 나온다던지 하는 식으로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병원에서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부터 증상은 급격하게 사라진다. 심지어 어떤 분은 수년간 한 숨도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 속에 빠져서 고통받다가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한 뒤 증세가 호전된 경우도 있다.
사실 이런 변화들은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혹은 잘못된 결과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해서 스스로에 대하여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만든 뒤 상대방을 통제한다는 의미를 가진 가스 라이팅 gas lighting을 통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 혹은 단체가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했다는 기사는 너무 흔해서 셀 수조차 없다. 흔히 종교적인 신념을 가진 단체에서 가스 라이팅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외교관이자 저술가였던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에서 '인간의 정신이 도달할 수 없는 초월적인 권한에 의하여 보호되므로 논의할 필요조차 없는 곳'<군주론 제11장 교회형 군주국>이라고 설명하며 교회형 군주국에 대해 일축했다.
교회형 군주국은 능력이나 행운에 의해 차지할 수 있지만 유지하는 데에는 두 가지 요소 모두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국가들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종교적 제도들에 의해 유지되며, 그 제도들은 군주들이 어떤 식으로 처신하고 살아가더라도 자신들의 권력을 지닐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운영된다.
'<군주론 제11장 교회형 군주국>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라고 할지라도, 믿음의 대상이 긍정적인 면을 가진 존재거나 자기 확신과 같은 측면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반드시 세계 챔피언이 된다는 확신을 가진 운동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세계 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이 훨씬 높고,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회사를 우뚝 세우겠다는 확신을 가진 오너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목표에 빨리 다다를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일례로 포춘지 fortune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중 하나를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한 Like a Rock(바위처럼)은 불과 세 단어에 불과한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사명선언서로 불린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믿음의 대상이 부정적이라면 생각지도 못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생각의 폐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의 폐해를 알면서도 믿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믿는 것이 긍정적인 생각을 믿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때로 부정적인 생각은 용기로 보이며 자부심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더 많다.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에게 달려간다. 나는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겠다. 지옥 한복판에서 너를 찔러 죽이고, 증오를 위해 내 마지막 입김을 너에게 뱉어주마. 관도, 관대도 모두 같은 웅덩이에 가라앉혀라! 어떤 관도, 어떤 관대도 내 것일 수는 없으니까. 빌어먹을 고래여, 나는 너한테 묶여서도 여전히 너를 추적하면서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겠다. 그래서 나는 창을 포기한다!
<모비딕, 135장에서 모비딕에게 작살을 던진 아합의 외침 중, 허먼 멜벨>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 갇힌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잃어버린 시간이 되어버린다. 같은 질량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압축된 시간을 선사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낭비된 시간을 선사해주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때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은 결국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 시간의 밀도를 공유하기 마련이므로, 내가 먼저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 갇혀있지는 않은지 자주 나 자신의 마음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폐쇄적인 사고 속에서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다면, 의식의 흐름대로 살지 않고 진취적인 생각 속에서 새로운 전환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