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내가 세차를 부탁한 적이 있다. 귀찮아서 대충 둘러대다가 눈빛이 서늘하게 변한다 싶으면 마지못해 키를 들고나가곤 했다. 나에게 있어서 세차는 시간낭비에 불과했다. 이동수단에 불과한 차를, 시원하게 비가 오면 깨끗하게 씻겨나갈 먼지를 굳이 내 돈 주고 씻겨준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살아있는 생명체도 아니고 고철덩어리에 불과한 자동차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세차를 하나,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차를 하고 나오면서 분명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동차를 정리하다 보면 구석구석 쌓인 먼지와 찌든 때를 발견한다. 이런 지저분한 공간 안에서 숱한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마시며 운전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는 생각을 하다니, 하며 비누거품을 묻혀서 박박 문질러 씻어내고 청소기와 에어 브러셔로 꼼꼼하게 청소를 하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개운해질 수가 없었다. 이후 세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 보면 자동차만 깨끗하게 정리되는 게 아니라 마음도 정리가 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은 깨끗하든 지저분하든 매주 한 번씩 세차장으로 끌고 가서 세차를 한다. 항상 청결하게 내부와 외부를 관리하고 있다. 어떤 게 옳은 선택인가 하는 선택의 권한은 나에게 있다. 적어도 잘못된 선택에서 올바른 선택으로 이동했다고 믿는다.
위와 같은 상황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나쁠 것 없는, 일종의 작은 깨달음이다. 그러나, 세차를 하느냐 마느냐와 같은 단순한 상황이 아닌, 그야말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험은 고스란히 선택한 당사자의 몫이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원망할 수도 없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는 '선택 장애'라는 말이 결코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기술을 세상에 널리 알려 활용토록 하겠다.
교세라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한 말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가다. 20대에 창업을 해서 교세라의 명예회장이 되기까지 70여 년간 현장에서 실무를 쌓은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다. 78세 되던 해 JAL(일본항공) 경영을 맡아 20조에 달하는 적자를 청산하고 파산 2년 8개월(1155일)만에 도쿄 증권거래소 재상장이라는 최단 기록을 세웠다. 직원의 행복 추구, 기본적인 소양의 가치 추구, 아메바 경영을 바탕으로 32,000명에 달하는 전 직원으로 하여금 숫자를 보는 경영을 가능케 했다. 일본 역사상 전무후무한 경영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무슨 실패가 있었을까.
이나모리 가즈오가 "내가 갖고 있는 기술을 세상에 널리 알려 활용토록 하겠다."라고 마음의 기준을 정한 뒤 사업을 시작했을 때, 회사는 순풍을 만난 배처럼 성장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직원들로 인해 상당한 마음의 상처를 입는 일이 발생했다. 고졸 사원들이 승진, 상여금 인상 등의 처우 개선을 비롯한 더 나은 조건을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들고 와서 난동을 부린 것이었다. 겨우 직원들을 설득하고 달랜 뒤 보내긴 했지만, 이후 회사의 존재 여부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창업한 지 불과 수년만에 회사의 존폐 여부가 불확실해진 상황에 처한 것이었다.
십수 년 전 작고하신 위대한 경영 철학가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경영의 실제>에서 기업의 존재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은 세금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이익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미래 사업의 확장을 위해 자본을 축적해야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업은 자신이 당면한 위험을 보상하기 위해 이익을 충분히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중략) 경영자가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최소 필수 이익에 상응하는 이익 목표를 설정해야 함과 동시에 그 필수 이익과 비교해 실제로 달성한 이익을 측정하기 위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경영의 실제 78P, 피터 드러커, 한국경제신문>
1인 기업이 대세다. 대부분의 직장이 '평생 부정적인 생각만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점에서 소소한 창업을 준비하거나 작게나마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름도 거창한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훌륭한 엔지니어나 디자이너, 개발자들도 있다. 보고만 있어도 가슴 깊이 껴안아주고 싶을 만큼 위대한 마인드와 창의력으로 똘똘 뭉친 훌륭한 인재들이 조금씩 사회에 등장하고 있는 시대다.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셈이다. 요즘 시대에 가난하다면 죄를 짓는 거라는 말도 등장했다.
그러나 사업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나 경영자의 마인드가 없다면 사업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직장인의 뇌와 경영자의 뇌는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부모님이 직장생활만 오래 하신 분들이었거나 주변에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사람이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생각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1인 기업을 준비하라는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된다.
사업뿐만이 아니다. 모든 일에는 선택의 함정이 있다. 옳다고 믿었던 일이 옳은 일이 아니었을 때, 용기를 갖고 추진했던 일이 수포로 돌아갈 때, 괜찮은 선택이라고 믿었던 일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을 때, 우리는 상당한 피해를 입거나 어려움을 당한다. 그렇기에 매 순간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또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 선택이 틀렸다면, 더 나은, 또 다른 선택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수고스럽지만, 결과적으로 나를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는 길이다.
사업에서 실패한 후, 꽤 오랫동안 막노동을 다니거나 세차장에서 일을 했다. 하루는 세차장에 세차를 맡기러 온 미국인이 나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더니 "Your english is very great!"하고 이야기하며 놀라워한 적도 있었다. 젊은 사람이 세차장에서 세차하는 일을 하는데 영어로 막힘없이 대화를 하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당시엔 그저 '앞으로 큰 일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고난의 시간이자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고 나니 거쳐야 할 운명이었다기보다는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갈 바에는 막노동을 하겠노라는 결단. 누군가는 박수를 쳐주며 응원했고, 가족은 눈물을 흘렸다. 다행히 그때의 경험은 이후 출간된 저서들의 소재가 되었고, 많은 독서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30분 단위로 시간을 계획하는 일은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시간관리 시스템, 그리고 그 회사의 선배가 만든 다이어리를 사용하면서부터였다. 자기 경영을 통해 프로세스(Process)가 향상되고, 성과(Performance)가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전문가(Professional)가 된다는 뜻에서 3P바인더라고 이름 붙인 자기 경영 다이어리를 통해 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관리하면서 선택의 오류가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좀 더 나은 선택이냐, 부족한 선택이냐의 근소한 차이일 뿐 선택에 있어서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큰 폭으로 감소되었다. 술자리나 쓸데없는 모임이 사라졌고, 멍하니 누워 티브이를 보거나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일도 줄어들었다. 이처럼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나의 결정권이다. 다만 모든 선택이 옳은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후 이나모리 가즈오는 '회사는 직원의 생활을 지켜주고 행복한 인생을 가져다주는 것이어야만 사명이 되고 경영의 의의가 될 수 있다.'는 미션으로 새로이 재정립하고 회사를 성장시켜나가기 시작했다. 결과는 역사가 증명한다. 이후 그는 교세라의 급성장이 '직원의 행복 추구'라는 다소 도덕책적인 이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살아있는 경영의 신을 만든 모토는 '직원의 행복 추구'에서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