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과 수필 형태의 글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내용을 쓴다. 단어 하나를 두고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밭>이라거나, <항아리>라는 단어만 가지고도 원고지 5만 장 분량의 책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자료수집이 필요한 글쓰기는 수필 형태의 글과는 당연히 다르고, 더 많은 자료 수집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대한 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그중에서 적절한 자료를 골라내서 정리하는 교차분석 능력이 필요하다. 경험상 가장 좋은 자료는 논문이었고, 그다음이 도서, 신문 순이었다.
논문 그 자체, 역사서,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뚜렷한 주관을 주장하는 글은 모두 사실에 근거한 자료가 필요하다. 역사라는 것이 승자만의 기록이라는 점을 두고 봤을 때 역사서는 다양한 진실과 마주해야 하며, 왜곡되지 않은 자료를 검증하고 분석할 수 있는 예리한 판단력과 분별력 또한 필요하다. 최근 역사학자 3분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반일종족주의와 한국의 역사에 대한 역사서를 집필하기 위해서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배우지도 않았을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다양한 논문과 800페이지가 넘는 역사서를 읽어내고 있는 나의 경험이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법에 대한 글을 써도 마찬가지다. 판례를 중심으로 글을 써야 하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법을 기준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경제서를 쓸 때도 과거의 경제와 현재의 경제를 비교할 수 있는 그래프와 자료(이를테면 코스닥과 코스피 등)를 바탕으로 미래시장을 예견해야 할 것이고, 수학과 과학에 대한 글을 쓰려면 타당성을 가진 초기 가정을 필두로 삼아 수학적 논증과 귀납적, 연역적 추론을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할 것이다.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문학과 예술을 바탕으로 굉장히 수준 높은 의견을 주장하고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걷는 인간,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에서, 나아가 놀이하는 인간으로 바뀌면서 문학과 예술이 발전하였고, 그에 대한 증거가 고대 고전과 철학, 문화에서 발견되고 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자료수집과 사고의 교차분석도 습작과 수필 형태의 글처럼 단어 하나만 가지고도 놀랍도록 수준 높은 원고가 쓰여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