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나는 누구인가?
2024년 3월부터 12월까지 울산 북구 보건소 내에 위치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강의한 자료를 정리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1강 수업 내용을 정리한 자료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여러분들이랑 24주차 글쓰기를 진행할 진행자 전준우입니다. 그냥 선생님, 강사님 하고 부르시면 됩니다. 초면이라 낮설고 어색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전혀 어색하지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저는 누군가에게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 성격이거든요. 게다가 선생님들 표정이 너무 밝고 좋아서 기분도 무척 좋고요. 어떤 분들이 계실까, 어떤 분들이랑 마음을 나누고 좋은 수업을 하게 될까, 하는 기대감으로 왔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처음 여러분들 뵙게 돼서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처음 왔는데 선생님들께서 무척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제가 그 부분에서 너무너무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들과 제가 한 1년 정도 글쓰기란 무엇인가, 또 어떻게 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들께 제가 몇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항상 기억하셔야 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항상 염두하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앞에 있는 강사는 절대 여러분들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걸 여러분들 마음에서 깊게 이해하고, 또 믿으셔야 합니다. 만약에 앞에 있는 강사가 여러분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여러분들이 글 쓰는 것에 대해서 비난하고, 꾸짖고, 함부로 무시한다고 생각한다면 여러분들이 글을 쓰시는 데 있어서 얼마나 부담이 되고, 또 걱정이 많이 되겠습니까? 그러지 마시라는 겁니다.
‘앞에 있는 강사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나는 내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쓸 거야, 내 마음에 있는 이야기들을 글로 쓸 거야’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가지셔야 여러분들이 쓰는 글이 두려움 없는 솔직한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쓰는 모든 글들은 다른 사람들이 써줄 수 없는 여러분들만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글을 잘 못 쓰는데 저 사람이 함부로 비판하고 판단하지 않을까’라던지, 아니면 ‘나는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데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시고, 여러분들 마음에 있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한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시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두 번째는, 바로 여러분들이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에 따라서 여러분들의 인생을 여러분들이 풍요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서 분명하게 믿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석하신 선생님들이 육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라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들 표정이 너무 밝으셔서 ‘정말 그런가?’라는 의문도 조금씩 들기도 한데, 어쨌거나 글쓰기 수업을 들으시면서 내 마음과 내 생각, 내 정신은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풍요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믿으신다면 여러분들의 인생이 훨씬 더 풍요롭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제가 확신합니다. 이 두 가지를 여러분들이 반드시 마음에서 믿고 이해하신다면 여러분들의 글들이 훨씬 좋아질 거라고 제가 확신합니다.
오늘부터는 우리가 10가지 주제를 가지고 글쓰기를 한번 해볼 겁니다. 매 시간마다 주제는 달라집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들인데요, 어떻게 글쓰기가 시작될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주제는 큰 원에서 작은 원으로 이동하는데요, 서로 다른 주제이긴 하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다음 그림처럼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큰 대주제가 있으면, 그 다음에 대주제 안에 포함되는 작은 주제가 있겠죠? 그리고 그 안에는 또 다른 작은 주제가 있고, 그 안에 또 다른 작은 주제가 있는 식으로 제가 주제를 정해보았습니다. 그래서 모두 다른 주제이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되는 식입니다. 좀 어려우실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해보면 좋을 듯 합니다.
저는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이기도 하고, 글쓰기 강사로 활동도 하고 있고, 책을 쓰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고, 소설가이기도 합니다. 여러 단체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이 저런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덴티티Identity, 그러니까 전준우라고 하는 사람의 이력인 겁니다.이 사람의 일종의 포트폴리오Portpolio이기도 하고 프로파일Profile이기도 하죠. 그런 제 이력도 물론 있지만, 먼저 저를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여기 앉아 계신 선생님들 중에, “나는 누구다.”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 계십니까? “나는 누구입니다.” 이렇게요. 그냥 “저 학생인데요.”, “저 주부인데요.”하는 것은 직업이거나, 내가 속해있는 조직에서 갖고 있는 직책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제가 여러분들에게 묻는 것은 ‘여러분 자신은 누구입니까?’하는 질문인 것입니다.
살다 보면 자신의 일이라는 게 생기기 마련입니다. 직업도 생기고, 그에 맞게 직책이란 것도 생기고요, 사회적 위치라는 것도 생깁니다. 그에 맞게 명함도 생기죠. 물론 좋은 겁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회활동을 통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갖추어나가야 하니까요. 다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마음을 갖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오늘의 주제는, 바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여러분들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 오늘의 글쓰기 주제입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방금 제가 제 소개도 드렸었지만, ‘나라고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해서 여러분들도 한번 진지한 고민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 글쓰기 수업을 하기에 앞서서 우리가 많은 것들을 배우고,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 보겠지만, 먼저 여러분들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이 세워진다면 여러분들의 인생이 굉장히 쉽고 편안해질 수가 있습니다. 저는 누구일까요? 아까 여러분들께 말씀 드렸죠. 작가, 소설가, 글쓰기 강사, 등등. 근데 그런 것은 그저 저의 직업이고, 제가 하는 일을 나타내줄 뿐입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이 세워지지 않으면,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결코 내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드러내주지는 못합니다.
제가 20대 때 아프리카에 해외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부모님 집에 얹혀 살던 대학생이 이제 막 군대만 제대해서 학교 생활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평범한 거에요. 그래서 ‘뭔가 좀 재밌는 게 없을까, 뭔가 의미 일이 없을까’ 하다가 우연히 알게 돼서 가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참 멀더라고요. 1년을 지내다 왔는데, 재밌게 잘 지내다 왔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재미있었던 일들이 많은데, 그 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하루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짜장면 한 그릇 사먹을까?’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아참, 내가 지금 아프리카에 있지.’ 이 생각이 문득 드는 겁니다. 아프리카랑 한국이 버스 타고 올 수 있는 그런 거리가 아니잖아요. 비행기로 쉬지 않고 24시간을 가야 되는 곳이 아프리카인데, 엄청 멀지 않습니까? 그때 제가 24살이었습니다. 얼마나 젊습니까? 신나게 놀고 먹고 할 나이잖아요. 근데 단지 아프리카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를 보면서 굉장히 많은 마음의 변화를 입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환경. 그것도 물론 좋은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는 환경 속에 나를 던져놓는 것은 훨씬 더 좋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아프리카에서 보낸 시간이 저를 굉장히 크고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던 거죠.
사람들이 묻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뭘 배웠어요?”
배운 게 많죠. 참 많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굉장히 친절하구요, 매너가 아주 좋습니다. 광고에서 보이는 불쌍하고 어렵게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도 물론 있는데, 그게 절대 아프리카의 전부는 아닙니다. 한국도 세계적인 선진국 반열로 올라왔는데, 한국에는 그런 사람들 없겠습니까? 마찬가지인거에요. 그리고 아프리카 사람들이 정말 힘이 세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춤을 굉장히 잘 추고, 흥이 많고, 정말 유연하고, 피부도 아주 좋고, 생각과 정신이 아주 개방적이고, 활발하고, 모든 것들이 좋았고 배울 점들이었습니다. 근데 그런 외적인 요인들보다 훨씬 좋았던 것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 제가 아프리카에서 배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고 위안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 한 가지는, ‘나는 흙이다.’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배웠다는 것입니다.
‘나는 흙이다.’
이 사실을 제가 24살 때 깨달았습니다. 여기 앉아계신 모든 선생님들도 50년 뒤, 혹은 100년 뒤에 어디에 계시겠습니까? 50년 뒤에 땅에 묻히지 않겠습니까? ‘나 아직 젊은데...’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으니, 말을 좀 바꿔서 100년 뒤에는 땅에 있지 않을까요?
“나 천국, 지옥 그런거 몰라. 종교도 없어. 그런 거 관심도 없어.”
몰라도 괜찮고, 관심 없어도 괜찮습니다. 근데 분명한 사실은 알아야죠. 100년 뒤에 여러분들 모두 땅에 묻히지 않겠습니까? 모두 흙으로 사라진단 말입니다. 그걸 제가 24살 때 깨달았어요. 24살 때, 너무 정확하게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다음부터 제 인생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을 했던 걸 제가 알고 있거든요.
어떤 대단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어느 날, 문득 그 생각이 든 겁니다. ‘이 아프리카 사람들도 지금은 이 젊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서 죽을 것이다. 나도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들어 죽을 것이고, 그럼 우리 모두 흙으로 돌아가는구나.’ 자연스럽게 그 생각이 제 마음에 스며든 거에요. 그 사실이 24살의 어느 날 제 마음에 분명하게 자리잡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니까 아프리카 사람이든, 미국 사람이든, 유럽 사람이든, 식인종이든, 어디 원주민이든, 좀 있으면 한국에 돌아갈 전준우라는 젊은 청년이든 모두 흙이라는 곳에서 태어나서,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정확하게 발견한 거죠.
여기 앉아계신 선생님들도 문학치료 글쓰기 수업을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아 계시지만, 전준우라는 사람이 작가라서, 소설가라서, 글쓰기 강사라서 여기 온 것은 아닙니다. 살면서 제가 만든, 드러난 결과물이 있으니 표면적인 이유는 되겠죠. 하지만 실제로 제가 여기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 곳에서 저에게 문학치료 글쓰기 강의 요청을 한 것이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그 요청에 응했기 때문에 여기 강의를 하러 온 것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물론 말씀드렸다시피 과정도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글쓰기에 대해 홍보도 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저를 알게 되셨을 것이고, 연락이 온 것도 맞습니다. 근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여기 오게 된 것은 제가 잘나서 오게 된 것이 아니라 단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는 겁니다. 굉장히 단순하죠. 이 곳에서 글쓰기 강의 요청을 한 것이 첫 번째 이유, 제가 요청에 응한 것이 두 번째 이유. 그래서 여기에 온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 이 질문에 대해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쉽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매우 어려운 질문이지만, 단순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정확하게 ‘누구입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아주 편해집니다.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굽니까?”
“저는 교사입니다.”
“아니요. 당신의 직업 말고 당신이 누구신지 묻는 겁니다.”
“저는 아무개 엄마입니다, 혹은 아무개 아빠입니다.”
“아니요. 그건 당신이 부모로서의 위치, 부모로서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거 말고 당신이 누구인지 묻는 겁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
“나는 누구입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 질문 앞에 사람들은 막히기 시작합니다. 답이 안 나오는 거죠.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정확하게 생각해 본 사람들이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먼저 “나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나는 누구여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정확히 마음에 자리 잡아야 여러분들이 글쓰기를 하는데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바로 여러분들이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정리해 보시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여러분들의 글을 발표해 주시면, 저도 여러분들에게 다음 글쓰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