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를 위한 글쓰기 수업 2강

주제 :: 자연

by 전대표

2024년 3월부터 12월까지 울산 북구 보건소 내에 위치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강의한 자료를 정리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2강 수업 내용을 정리한 자료입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죠? 저도 잘 지내다 왔습니다. 선생님들 밝은 얼굴을 보니 무척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번 주의 주제는 <자연>입니다. <자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쓰기 수업을 해보겠습니다.


자연(自然)


urban-vintage-78A265wPiO4-unsplash.jpg 인간은 자연에서 비롯되었으며, 자연으로부터 모든 것을 얻는다. unsplash

자연은 스스로 자自, 그러할 연然입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그러한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알고 계시는 단어라고 생각하는데요. 한자는 잘 못해도, 자연이라는 한자, 자연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한자를 굉장히 못했습니다. 100점 만점에 8점도 맞고, 4점도 맞았습니다. 한자라는 건 저한테 20개를 풀면 1개 맞는 과목이었어요. 개인적으로 한자를 참 싫어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까 한자를 좀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한자를 조금씩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마는, 아직 학창 시절만큼 공부를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한자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저에게는 더 중요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중학교 1학년 한자시간에 배운 단어들 중에 자연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굉장히 기억에 크게 남아 있었습니다. 다른 단어들은 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는데 자연이라는 단어만 유독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스스로 자, 그러할 연. 그러니까 자연이라는 것은 자연 외에 다른 어떤 것의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세계입니다. 스스로 그러한 것. 인간의 의지, 인간의 노력, 인간의 수고 등등 어떤 인위적인 과정을 필요로 하는 세계가 아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어떤 과정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자연이라고 하는 세계인 겁니다.

여러분, 백종원 씨 아시죠? 요리하시는 분이잖아요. 유명한 연예인의 남편이기도 하고, 또 아주 큰 사업을 하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백종원 선생님이 언젠가 방송에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도태될 사람은 반드시 도태한다.”


되는 사람은 된다. 사업이든지 뭐든지 되는 사람은 된다. 요즘 말로 ‘될놈될’이라고도 하는데요. 반대로 도태될 만한 사람은 반드시 도태한다. 이 말이잖아요. 도태한다는 말은 망한다는 거예요. 망할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망한다는 겁니다. 언젠가 방송에서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저는 그게 너무 와닿았어요. 왜냐하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공하기 위한 분명한 과정, 빠져서는 안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실패하거나 망하려면 역시나 빠져서는 안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도태할 사람은 그런 과정이 삶 속에 있기 때문에 도태되고 만다는 말이잖아요. 그러한 과정이 있으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 그 말인데 제 마음에 너무나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렇구나! 될 사람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 되는구나! 왜냐? 그 마음의 자세에 성공할 것이냐, 도태되고 말 것이냐 하는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연(自然) :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혹은 사람의 힘이 더해주지 아니하고 저절로 생겨난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따위의 존재 또는 그것들이 이루는 지리적 지질적 환경

-네이버 국어사전


자연이라는 것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자연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우리가 생각을 해봐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간人間입니다.


인간은 무엇일까요? 놀이공원에 가면 동물의 탈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야구장이나 농구장에 가도 그런 사람들이 있죠. 그런 사람들을 보고 동물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동물의 가면, 탈, 복장을 입은 어떤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죠. 동물과 인간은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근데 이 동물과 인간에게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제가 오랫동안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연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기가 막힌 답을 하나 알아냈습니다. 그건 바로 인간은 마음이라는 세계를 갖고 있으며,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자유의지自由意志, free will를 갖고 있느냐, 갖고 있지 않느냐의 차이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동물들이랑 둘러 앉아서 어제 힘들었던 일, 어려웠던 일 얘기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겪었던 마음의 상처들을 얘기하면서 위로를 받는다거나 격려를 받는다는 걸 할 수 있을까요? 안 되겠죠. 그런 것들은 절대 동물이랑 나눌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키우는 고양이가 어제 너무 과음을 해가지고 “아유, 숙취해소가 너무 안되네. 해장국이나 한그릇 먹으러 가야겠어.”라고 한다던지, 길가에 돌아다니는 강아지가 “어제 암컷 강아지랑 헤어졌는데 너무 힘들어. 어떻게 해야 잊을 수 있을까?”하고 고민한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동물원에 누워서 낮잠 자고 있는 호랑이가 “나 공무원 시험 떨어졌어. 너무 힘들어.”이런 말을 한다면 어떨까요? 그런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안 되잖아요. 그게 바로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이라는 것입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처럼 사색하거나 궁리하는 과정이 동물에게는 없습니다. 로봇에게도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자유의지라고 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세계인 겁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서 부연설명을 좀 더 드리자면, 동물도 자고 싶을 때 자고, 싸고 싶을 때 싸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숨어 있다가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잡아먹고 하는 식의 자유의지 정도는 있습니다. 임팔라나 사슴같은 동물들도 아프리카 초원에서 악어나 사자한테 새끼가 잡혀 가면 어떻게든 자식을 구하려고 두려움을 무릅쓰고 달려들다가 같이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모성애母性愛나 부성애父性愛라는 것도 물론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건 생명체라면 당연히 느끼는 감정인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파리지옥같은 식물이나 집에서 키우는 금붕어도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배고프면 파리 잡아먹고, 물 속에 있는 미생물 잡아먹을 수 있잖아요. 아빠 붕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슬퍼하는 엄마 붕어나 새끼붕어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제가 말씀드리는 자유의지라는 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 것들은 살아 숨쉬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본능Instint인 것이죠. 그리고 그런 본능에서 비롯된 욕구Desire를 의미하는 것일 뿐입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것 말고, 내가 정말 이루고 싶은 어떤 것, 마음 속에서 깊이 원하는 일, 어떤 어려움이나 난관, 역경이 닥치더라도 이루어야겠다는 강한 의지 같은 것들은 절대 동물이나 로봇이 가질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자유 의지인 것입니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는 거에요. 인간에게만 주어진 자연스러운 능력이자, 자연스러운 본능이기도 합니다.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자유의지, 결심, 결단, 용기, 이런 것들은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능력입니다. 동물과 식물은 오직 본능Instint과 감정Emotion만 있을 뿐입니다.


동물원에 가면 기린나 코끼리가 사람들한테 먹을 걸 달라고 막 조릅니다. 코도 내밀고, 목을 뻗어서 입을 떡하니 벌려요. 작은 토끼나 오리도 사람들이 오면 당근이나 풀 같은 걸 달라고 떼를 씁니다. 근데 사람들 중에 짖궂은 사람들은 과자 비닐 같은 걸 동물들한테 먹으라고 막 주거든요. 그럼 기린이나 코끼리가 그걸 받아먹고 병에 걸리거나 치명상을 입는다고 합니다.

인간은 그렇지 않죠. 누가 “자, 아 해봐.”하고 입에 비늘을 집어넣는다고 생각해봅시다. 인간은 바로 반응하잖아요. “뭐야? 지금 나랑 장난해? 이거 바늘이잖아. 이거 사람이 못 먹는 거야!” 하고요. 동물은 그런 게 없습니다. 못 먹어도 뱉을 뿐이지, 주면 또 받아 먹으려고 합니다. 물고기들도 그래요. 동료가 낚싯대에 달려있는 지렁이를 잡아먹으려고 덥석 물었다가 잡혀나가면 깜짝 놀라겠지만, 또 낚싯대에 뭔가가 대롱대롱 매달려서 내려오면 저게 뭔가, 하고 쳐다보다가 덥석 물어버리죠. 인간이 아닌 모든 생명체들은 뭔가 먹고 싶어 하고, 자고 싶어 하고, 공격하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욕구만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인간이 이야기하는 마음이라는 건 없어요. 오직 인간만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능력이 있는데요. 바로 영성spiritual, 즉 영혼이라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혼의 세계를 향한 갈망하는 힘이 있어요. 우리는 그것을 기도라고 부릅니다. 오직 인간만이 기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인간만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아들, 딸이 잘 되게 해주시고, 어쩌고 저쩌고...” 하고 기도를 한다고 해요. 근데 고릴라가 바위에다가 뭐 새겨놓고 물 떠다놓고 “우리 새끼 고릴라 잘 되게 해주시고...” 그런 거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단 말이에요. 오직 인간만이 사색을 하고, 영혼의 세계를 향하여 갈망하는 마음이 있답니다. 굉장히 신기하지 않습니까?

marek-piwnicki-tnhta3qKQtw-unsplash.jpg 모든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영성의 힘을 믿고 의지한다. unsplash

그럼 우리가 마음이라고 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은 뭐다? 자연은 스스로 자, 그러할 연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예요. 인간의 마음도 언젠가부터 만들어진 겁니다. 어떤 사람은 인간이 무슨 올챙이만한 아메바Amoeba로부터 만들어졌다고도 이야기하더라고요. 누구는 원숭이로부터 비롯되었다, 창조론이다, 그런 이야기도 합니다. 저는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믿는 종교도 없고요. 근데 저는 인간에게는 동물이 가질 수 없는 세계, 즉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확하게 믿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 그러할 연, 그러니까 인간의 마음이 형성된 것도 자연이라고 하는 세계가 이루어낸 과정들 중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믿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마음의 단계에 대해서 말씀드릴 텐데요. 여러분들이 무슨 심리학이나 철학같은 것 잘 모르시더라도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만 이해하신다면 마음의 단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략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모두 똑같이 시작합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 최고라고 믿는 단계입니다.


• 나는 최고야.

•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이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첫 번째 단계입니다.

물론 그날 그날의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데 자전거나 자동차랑 부딪혀서 사고가 났다? 아 그럼 저 사람은 마음이 1단계라서 사고가 났겠구나, 그런 건 아닙니다. 아침에 머리 감다가 샴푸가 없어서 떡진 채로 학교에 갔다? 아 저 사람은 자기 관리를 안하는 모양인데 1단계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근데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그 사람의 평소에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그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대충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1단계는 자신을 과도하게 믿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속된 표현으로 “내가 낸데”하는 자세인 거지요. “내가 낸데, 뭐? 괜찮아. 문제없어.” 이런 마음이 1단계의 마음입니다.

이 단계가 쭉 이어지면요. 그 마음에 따른 결과들이 쭉 이어집니다. 2단계의 마음과 3단계의 마음인데요. 이런 식으로 흘러갑니다.


1단계 : 자신을 믿는 단계

2단계 : 자가당착에 빠지는 단계

3단계 : 실패하는 단계

4단계 : 절망에 빠지는 단계

5단계 : 겸손해지는 단계

6단계 : 성장하고 발전하는 단계


20년 전쯤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바닷가에서 어떤 70대 할아버지가 젊은 여대생 커플을 죽인 적이 있어요. 나이가 많은 이 할아버지가 그냥 보기엔 아주 친절한 할아버지였다고 해요. 동네에서도 친절하고 자상하다고 소문이 났고, 손자나 손녀가 오면 용돈 주는 그런 할아버지였다는 거에요. 사람이 나이 70이 넘으면 돈을 어디 쓰겠습니까? 손자, 손녀 오면 아이스크림이나 사주고 용돈이나 주고 그러잖아요. 근데 오랫동안 바다에서 일했기 때문에 잔근육이 있는 분이었어요. 흔한 말로 통밥이 라고들 하지요? 아주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을 겁니다.


하루는 젊은 21살, 22살 남녀 커플이 바닷가에 놀러 왔어요. 와보니 이 할아버지가 배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할아버지인데다 인상도 자상해보이니까 이 젊은 친구들이 말을 건 겁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희는 아무개인데요. 오늘 바닷가에 놀러 왔는데 배로 바다 좀 구경시킬 수 있으세요?” 하고요.

젊고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와서 배를 좀 태워달라고 달라고 하니 이 할아버지는 얼마나 좋습니까? 아 그럼그럼, 젊은 친구들한테 내가 바다 구경시켜주지, 하고는 자기 통통배에다가 태워가지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간 거예요. 젊은 대학생 커플은 바닷바람도 쐬고 좋았겠지요. 그런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바다 위에서 남학생을 배 밖으로 밀어버린 거예요. 남학생이 물에 빠져서 어푸어푸 하면서 배로 올라오는데 노를 가지고 막 손을 때려서 못 올라오게 막고, 노로 머리랑 가슴을 때려서 남학생을 죽여버렸어요. 그리고는 여학생도 같은 방법으로 죽여버린 거에요. 근데 무슨 증거가 있습니까? 바다 한가운데에 사람이 빠져서 죽었는데 무슨 증거가 있어요? 아무 증거가 없잖아요.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배를 턱하니 주차해놓고,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아이고 오늘도 수고했네,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에요.


그리고 며칠 뒤에 또 다른 여대생 2명이 와 가지고 같은 소리를 하는 겁니다. “할아버지, 저희 배 좀 태워주시면 안되요?”하면서요. 여대생 2명인데 얼마나 예쁘게 말을 했겠습니까? 그래서 이 할아버지가 또 “아이고, 이쁜 여학생들이 왔네. 내가 바다 구경 시켜주지!” 하면서 또 바다에 데려간 거에요. 한참 바다 구경을 하고 있는데 나중에 할아버지가 “여학생, 너무 예쁜데 혹시 애인 있어?”하면서 접근을 하는 겁니다.

여학생들이 놀라서 “할아버지, 왜 이러세요?”하는데 “왜 이러세요? 어딜 감히 나한테 대들어?”하면서 또 다시 바다에 빠트려 죽여버린 겁니다. 그렇게 여학생들을 다 죽여버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으로 돌아갔죠. 앞서 있었던 사건도 그렇고 이번 사건도 그렇고 실종신고도 들어갔겠죠. 경찰에서 조사도 하고요. 근데 역시나 증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모든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진 거에요.


경찰에서 휴대폰 위치추적 조사를 하다 보니 앞서 죽은 2명의 학생과 얼마 후 죽은 2명의 학생까지 총 4명이 죽은 곳이 똑같은 어느 위치에서 발견된 겁니다. 근데 그 장소가 바다 한 가운데인 거지요.

"이게 무슨 일이야?" 놀란 경찰이 바닷속을 찬찬히 뒤져보다가 대학생 시신과 휴대폰을 발견한 거에요. 그래서 나중에 경찰들이 휴대폰을 들고 가서 검사를 했겠지요. 근데 그 중에 피해자였던 여학생 한 명이 그 긴박한 상황에서 영상을 촬영한겁니다. 휴대폰을 열어보니까 이 할아버지가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너 지금 휴대폰으로 영상 찍고 있지!”, “아니에요, 아니에요.” 하는데 그 사진과 영상이 나온 겁니다. 예전에 TV프로그램에서 나온 장면을 제가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에 지문 분석도 하고, 주변 탐문조사도 하면서 찾아 찾아가 보니까 이 할아버지가 그렇게 한 게 드러나는 거예요.


근데 너무 놀라운 것은, 이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아주 그냥 자기 일 성실히, 꾸준히 해온 그런 평범한 할아버지였던 겁니다. 너무 놀랍지 않습니까? 너무 놀랍죠. 근데 이 할아버지가 나중에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죄가 없다. 배를 젊은 사람들이 태워달라고 했지, 내가 태워준다고 했냐. 그리고 여학생들이 예쁘니까 한번 만져보려고 했는데 싫다고 해서 죽인 거다. 나는 억울하다.”

그게 뭐가 문제냐는 거에요. 예쁘니까 그냥 한 번 만져보려고 했는데 못 만지게 해서 죽였다는 겁니다. 이 할아버지의 마음에는 자신을 믿는 마음이 과하게 세워져 있었던 겁니다.

“내가 나이가 70이 넘은 노인이라서 너희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데, 바다에서는 내가 왕이야. 나 너희들보다 훨씬 수영 잘해. 그리고 오랫동안 바다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잔뼈도 굵어. 너희들 나보다 젊고 힘세고 똑똑하다고 자랑하지? 하지만 바다에서는 내가 왕이야. 바다는 곧 나의 왕국이야!”

이 할아버지의 마음은 1단계, 2단계의 마음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아주 욕망으로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죠. 근데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3단계, 4단계로 가는 거예요. 인생 자체가 망하는 거죠.

이 분의 아들이 마흔 중반 정도 되었던 모양입니다. 남자 나이 마흔 중반 정도면 애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빠르면 고등학교 들어갈 만한 나이잖아요. 한창 돈 많이 들어갈 나이고, 중고등학생이면 사춘기다 뭐다 하면서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나이 아니겠습니까? 근데 “우리 아버지 때문에 내가 도저히 부끄러워 못 살겠다.” 하고는 아들이 자살해 버렸어요. 그리고 이 할아버지는 그 나이에 감옥에 들어갔어요. 그러면 자기 아내랑, 손자손녀랑, 며느리는 어떻게 될까요? 부끄러워서 살 수 있을까요?

집안이 그대로 풍지박산 나버린 거에요. 뿔뿔이 흩어져버린 겁니다. 집안도 다 망하고, 손자 손녀랑 며느리는 인연을 끊고, 그렇게 되어버렸겠지요. 자기 아내도 꼬부랑 할머니일텐데 뭘 하면서 먹고 살겠습니까? 그 분의 인생은 2단계, 3단계를 거쳐서 4단계로 흘러가버린 거죠. 이제는 평생 4단계에 머무는 인생을 사는 겁니다.


물론 순간적인 실수, 순간적인 잘못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지요. 누구나 1단계의 마음을 가질 수 있고, 2단계의 마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근데 사회에는 누구나 지켜야 할 공동체의 룰이라는 게 있고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 사회적 제도라는 게 있으니까 세상이 아직까지는 살만하고, 밤에 슬리퍼 끌고 나와서 슈퍼에 다녀와도 큰 위험이 없는 거지요. 이 모든 과정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이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마음들이 아주 오랜 세월동안 1단계의 마음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가버린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kien-do-NjT4O7WYmwk-unsplash.jpg 마음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갈대가 될 수도 있고, 예쁜 꽃이 될 수도 있다. unsplash


근데 여기서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마음이라는 게 참 신기한데요. 아니야, 내가 정말 실수했어, 내가 잘못했어, 뭔가 좀 달라져야 돼,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즉시 5단계, 6단계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럼 그때부터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거예요. 그게 마음의 특징입니다.


오래전에 있었던 이야기인데요. 제가 20대 후반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때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 폐기물 처리하는 일을 하는 지인이 있어서 아르바이트겸 한동안 따라다니면서 철거도 하고, 계단청소도 하던 시절이 있습니다. 딱히 흑역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추억이었고, 좋은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당시 그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분이 있었어요. 비슷한 일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노가다, 소위 말하는 막노동을 하는 분이었거든요. 저랑 비슷하게 건물 계단 청소하고, 철거하는 데 가서 마스크 쓰고 왐마(건물을 철거할 때 주로 쓰는 대형 해머)로 온 바닥을 두들겨 깨는 일을 하는 분이었어요. 이 분 나이가 그때 당시에 50대 후반쯤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당시 29살이었는데 저한테 항상 “형님이라고 불러라.” 하고 이야기하는 분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보다 연세가 많은 분이었는데 말입니다.


이분은 굉장히 열심히 계단을 청소하고 철거를 하는 분이었어요. 근데 재밌는 건 이분은 왼손이 나갈 때 왼발이 같이 나갔습니다. 오른손이 나갈 때 오른발이 같이 나가고요. 재밌죠? 그리고 이분이랑 얘기하면 아주 단답형으로 대화가 끝이 납니다.

“준우야, 잘 있었냐?”

“예, 잘 있었습니다.”

“나도 잘 있었다.”


이게 대화의 끝이었어요.

자매품도 있습니다.


“준우 밥 먹었냐?”

“예, 밥 먹었습니다.”

“나도 먹었다.”


이게 대화의 끝이었어요. 저는 일부러 장난친다고 대화가 끝나고 난 뒤 이 분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도 납니다만, 어쨌거나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분이었다는 건 이해하실 겁니다. 일을 하는 중간에 이 분이랑 같이 간식을 먹을 때가 있습니다. 이 분이랑 말장난도 자주 했는데, 제가 막 장난을 치면 크림빵에 있는 크림을 입에 잔뜩 묻힌 채로 웃겨 죽겠다고 웃는 이 분의 얼굴을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근데 참 신기한 건, 이 분의 눈빛이 굉장히 날카로웠습니다. 부리부리한 눈도 아니에요. 가늘고 길게 찢어진 눈인데, 이 분이랑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이 사람이 지금 내 마음의 중심을 엄청 깊이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굉장히 눈빛이 날카로운 분이었습니다.


이분이랑 이야기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주변에 그렇게 대단한 친구들이 많대요. 어떤 친구들이냐, 물어보니 변호사도 있고, 판사도 있고, 검사도 있다는 겁니다. 무슨 회사에 상무도 친구, 무슨 대기업에 무슨 부장도 친구, 그런 친구들이 그렇게 많다는 거예요. 사실일까요? 아니면 그냥 실없는 소리였을까요? 잘 모르겠는 겁니다. 이 분의 모습을 보면 그 말들이 전혀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겁니다.


당시에 제가 항상 영어 책을 들고 다녔어요. 토익Toeic이라고 하죠. 회사 들어가기 위해 영어시험 준비한다고 토익책을 들고 다녔는데, 이분이 하루는 제가 토익책 들고 있는 거 보고 “준우, 요새 무슨 공부하는고?” 하고 묻는 거예요. 더운 여름에 창모자를 쓰고 노가다 현장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이 영어책 들고 다니면서 공부하니까 궁금했겠죠. 그래서 제가 “저 토익이라고, 영어공부하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했어요. 그러니까 이 분이 “야, 그런 걸 뭐하러 공부하노? 한 번 보면 다 아는 건데.”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 뭐야? 나한테 알려줄 것도 아니면서 왜 이래?’ 하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죠. 제가 가만히 있으니까 이제는 아예 공부에 대해서 일장설교를 하려고 드시는 거에요. “공부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집에서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거지.” 막 그러시더라고요. 이분이 자꾸 놀리니까 저도 약이 오르잖아요. 나중에는 저도 이분을 좀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형님, 이거 문제가 너무 어려운데 이거 좀 풀어줄 수 있으세요?”

그러니까 “뭔데? 보자. 내 그거 보면 다 안다. 보면 알지.” 그러시는 거에요. ‘옳다, 오늘 제대로 걸렸다’ 싶어서 엄청 지문이 긴 문제를 보여드렸지요. 그리고 “이거 한번 풀어주시겠어요?” 하고 물었습니다.

이 분이 문제를 잠시 보시더니, 해석을 죽죽 하시는 거에요. 그리고는 “1번은 현재 분사, 2번은 과거 진행형, 3번은 현재 완료, 4번은 미래 시제. 답은 3번이다. 이런 걸 문제라고 푸나?” 이러시는 거에요.

굉장하죠?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이분이 고등학생 시절에 학성고등학교(울산에 위치한 공립고등학교. 고교 평준화가 되기 전 전국 최고 수준의 명문고 중 하나였다.)를 수석으로 졸업했대요. 서울대도 충분히 갈 만한 실력이 됐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부산에 있는 부산대학교에 면접을 갔답니다. 거기서 면접관들이 면접을 보는데 “너는 서울대 안 가고 왜 여기에 왔노?” 하더래요. 근데 이 분이 19살밖에 안됐는데 아주 당돌하게 “서울대는 전체 수석이 안 될 것 같고, 여기는 전체 수석이 될 것 같아서 왔습니다.” 하고 이야기했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분이 대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하더라도 부산대는 아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었거든요. 결국 부산대를 전체 수석으로 입학하고, 또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고, 당시 가장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한 거예요. 전체 수석입학하고, 수석졸업도 했죠, 직장도 좋은 곳에 들어갔죠, 일도 잘하고 똑똑하니까 승진도 엄청나게 빨랐답니다. 다른 친구들은 취업해서 그냥그냥 일하는데 이 분은 아주 빠르게 승진을 한 거죠.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겁니다.


이분 말로는, 그때 자기가 그렇게 거만했대요. 이제 대학 졸업하고 회사생활했으니 나이도 27, 28살밖에 안되었겠다, 승진이 빠르니 친구들보다 훨씬 돈도 잘 벌겠다, 주변 친구들 둘러봐도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도 없는 것처럼 보이겠다, 결혼할 여자친구도 있어서 이제 6개월만 있으면 결혼도 하겠다, 뭐 나름 인생에서 가질 만한 행복은 다 가진 것처럼 보였다는 겁니다. 아주 큰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대기업에서 승진도 빠르고 나이도 젊고 하니, 얼마나 세상살기가 재미있었겠어요?


근데 젊은 시절이다 보니 이 형님이 당시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나 보더라고요. 하루는 헬멧을 안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난 거에요.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역주행해서 들어오는 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는데, 정신을 잃은 채로 17m 넘게 날아간 거에요. 사람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 상태로 날아가서 막 뒹굴고, 뼈가 다 부러지고, 완전히 죽을 지경이 된 겁니다. 겨우 병원에 실려갔는데 의사가 하는 말이 “이 사람은 이틀 뒤에 죽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회사 동료들이 와서 자기를 끌어안고 엉엉 우는 소리도 기억이 나고, 동생이 “형님! 일어나세요, 형님!”하는 소리, 사장님이 자기를 끌어안고 “니가 왜 이렇게 됐노! 일어나봐라!” 하고 막 우는 소리도 기억이 난대요. 어머니가 “아이고, 아들아! 아이고, 내 아들아!” 이런 소리도 막 들리고요. 그 상태로 이 분이 19년 동안 누워 있었답니다. 거의 20년동안 식물인간처럼 살아 있었던 거에요. 그 상태로 누워서 ‘내가 내일 죽나, 모레 죽나, 아니면 언제 죽나, 그동안 나는 뭘 하고 살았나’ 이런 고민들을 막 했대요.


그러다가 19년 만에 이분이 일어났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덜컥 일어난 건 아닐 것이고, 그 사이사이에 재활도 하고, 걷기도 하고 그랬겠지요. 치료도 하고요. 이미 몸에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일어나고, 일어나서 조금씩 걷기 연습도 하고, 또 밥도 혼자 먹어보고, 그렇게 하나하나 연습을 해본 거겠지요. 그러다가 ‘한번 밖에 나가서 걸어볼까’ 하면서 작대기 짚고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걸어보기도 하고, ‘이거 없이 한 번 걸어볼까’ 하고 걷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또 휠체어 탔다가 다시 한 번 걸어보고, 그러다가 ‘이번엔 좀 빨리 걸어볼까, 수영장에서 한 번 걷기연습을 해볼까’ 하면서 걷기 연습도 하고요. 이후 몸이 꽤 많이 회복되서 잘 걸으셨는데, 문제는 왼손이 나갈 때 왼발이 나가고, 오른손이 나갈 때 오른발이 나가는 거지요. 그리고 젊은 시절처럼 머리가 팽팽 돌아가지는 않겠죠. 이미 오랫동안 머리를 안 썼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갈 수도 없고요. 결국 폐지도 줍고, 건물 청소도 하고, 노가다 현장을 전전하는 사람으로 노후를 보내게 된 겁니다.


하루는 이분이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너 토익 그거 하지 마라. 내가 공부 가르쳐주면 너 1년 안에 서울대 갈 수 있다. 충분히 갈 수 있다.” 그러면서 뭐라고 하시냐면 “아침 6시에 일어나. 그리고 11시까지 공부 해라. 잠은 자야 되니까. 그리고 화장실 갈 때랑 밥 먹을 때 빼고 절대 일어나지 마라. 그렇게 1년만 하면 너 서울대 갈 수 있다.”하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당시에 이 분이 공부할 때는 교과서를 다 외웠답니다. 방석에 구멍이 날 때까지 앉아 있다 보니까 엉덩이가 짓물러서 피도 나기도 하고, 뭐 그렇게 공부를 했대요. 그러면서 저한테 “나는 네가 서울대에 갈 수 있도록 가르쳐주겠다. 대신에 너는 나한테 지혜를 가르쳐주라. 너는 나한테 없는 지혜가 있지 않느냐!” 하고 이야기하시는 거에요. 제가 항상 책 들고 다니는 걸 아니까 그런 표현들을 좀 쓰셨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절대 너 혼자 젊고 똑똑하다고 자랑하지 마라.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천지다. 절대 똑똑한 척 하지 마라.” 항상 저한테 이야기하신 게 그거였습니다. 그리고는 입에 크림빵 넣고 입을 헤 벌리고 웃고 그러셨지요. 몇 년 전만 해도 한번씩 안부를 주고 받았는데, 지금은 뭐하고 지내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긴 해도, 아직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폐지도 줍고 그러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러겠죠.

“야, 저 사람은 젊을 때 뭐 하다 인생이 저렇게까지 됐냐? 그러니까 젊을 때 열심히 돈 좀 벌어놓지.”, 그게 아니면 “저 봐라. 세상 살기가 얼마나 팍팍하면 저렇게 리어카까지 끌고 다니겠느냐?” 이런 얘기를 한단 말이에요. 정작 사실을 알고 나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말입니다.


저는 이분의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 법칙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의 6단계가 이 분의 인생에서 그대로 이어지는구나, 하는 게 보이니까 한 편으로는 참 놀랐고, 한 편으로는 참 두렵기도 했습니다. “내가 옳아, 내가 맞아, 넌 틀렸어! 내가 왕이야!” 이런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가는 인생의 말로가 어떠한지 저는 정확히 봤잖아요. 그래서 항상 마음의 위치를 5단계에 두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아니야, 내가 틀렸을 수도 있어. 이건 내가 잘못했어. 아니야, 이건 이렇게 하면 안 돼. 지금 내 마음은 1단계, 2단계에 있는 것 같아.”하고 생각하면서 틈날 때마다 저를 되돌아보는 거지요. “저 사람 너무 싫어, 저 사람 저러면 안돼, 잘못됐잖아.”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내가 참고 이해해야지. 저 사람 말하는 거 다 틀린 말이고 거짓말 같아, 그렇긴 해도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자.”하고 경청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딱히 크게 성공한 인생은 아니라도, 큰 어려움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라는 겁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읽어드리기 위해서 책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이라는 사람이 쓴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이라는 책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팔린 책입니다. 이 책을 쓴 분은 오래전에 돌아가신 분인데, 그 뒤로도 엄청나게 많이 팔린 책이에요. 아주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로는 ‘이 책에서 시키는 그대로만 하면 누구나 성공한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10년 전에 샀는데요. 10년 동안 10번에서 15번 정도 읽은 것 같아요. 이 분이 쓰신 다른 책들도 꽤 많이 읽어봤는데 아주 내용이 좋아요. 배울 것도 많고 얻을 수 있는 부분들도 많습니다. 좋은 내용에는 밑줄도 되게 많이 그어놨거든요. 그 중에서도 오늘 글쓰기 주제인 <자연>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제가 한번 읽어드리겠습니다.


나는 기적을 믿지도 않으며 두둔하지도 않는다. 대자연은 ‘자신이 창조한 법칙에서 절대로 이탈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자연의 법칙 중에는 때때로 기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있다. 내 경험 중에서 직관의 경우가 그랬다.

나는 신 혹은 영적인 존재의 힘이 모든 물체의 원자에까지 골고루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작용을 관장한다고 믿는다. 이 무한한 지성이 도토리 열매를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로 키우고, 물을 높은 곳에서 낮은 지대로 흐르게 하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게 하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게 하는 등 모든 것을 질서 정연하게 유지시킨다고 믿는다. 이 무한한 지성이 성공 철학의 법칙 중에서 소망을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것을 믿는 것은 직접 실험하고 체험해 왔기 때문이다.


-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1권 287p, 나폴레온 힐,국일미디어


이 책에서 <자연>이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곧 ‘무한한 지성’이라고 하죠. 이 무한한 지성이 ‘도토리 열매를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로 키우고, 물을 높은 곳에서 낮은 지대로 흐르게 하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게 하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게 하는 등 모든 것을 질서정연하게 유지시킨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은 정해져 있습니다. 조금은 일차원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을 주제로 글을 쓰라고 하면 쓸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 나무가 피고 풀이 자라난다.

• 봄이 되면 벚꽃이 핀다.

• 여름에는 날씨가 덥다.

• 겨울에는 날씨가 춥다.


이게 자연을 설명하는, 굉장히 일차적인 설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근데 자연이라는 걸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요, 굉장히 의미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수학자들은 자연 법칙 속에서 수학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고, 건축가들은 자연에서 건축법의 기초를 발견할 수 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자연 속에는 인간세상에서 필요한 모든 법칙과 기준이 숨어 있다는 겁니다.


일례로 벌이 팔자를 움직이고 날아가는 것은 꿀을 채취할 수 있는 화원이 어디 있는지,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라고 합니다. 개미는 항상 군집 생활을 하는데, 개미는 5천 마리가 있든, 5만 마리가 있든, 50만 마리가 있든, 5억 마리가 있든 반드시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개미가 있고, 또 인도하는 우두머리 그룹이 있대요. 그래서 100마리가 있으면 그중에 33마리는 나머지 66, 67마리를 인도하고요. 개미가 50마리가 있으면 16마리, 16마리, 16마리 이렇게 나누어져서 반드시 그 16마리가 나머지 두 그룹을 인도한대요. 그 16마리도 세 무리로 나누어져서 한 무리가 다른 무리를 인도하고요. 쪼개지고 쪼개져서 나중에 개미가 세 마리만 있으면 이번에는 한 마리가 두 마리를 이끌어가는 우두머리 역할을 한답니다. 굉장히 놀라운 자연의 법칙인 거죠.


그리고 기러기가 날아갈 때는 V자 편대로 날아가면서 한 명의 리더 기러기가 방향을 인도한답니다. 앞에서 인도하면서 같이 날던 리더 기러기가 좀 지치면 뒷자리에 있는 기러기가 앞으로 와서 방향을 인도하고 원래 있던 리더 기러기는 뒤로 가고, 이런 것들이 모두 자연의 법칙이라는 겁니다.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것도 그렇고요, 비가 오기 전에 새가 지상을 낮게 나는 것도 자연의 법칙인 겁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전에는 기온이 낮기 때문에 굉장히 공기가 맑아진다는 것도 자연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모든 자연의 법칙이 우리의 인생을 다 이루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여기에 오신 이유도 그러한 자연의 법칙 때문에 오시게 된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 제가 오면서 ‘자연에 대해 글쓰기를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만약에, 제가 운전을 해서 오는 길에 누군가가 뒤에서 제 차를 들이박아서 사고라도 났다면, 제가 오늘 못 왔을 수도 있지 않았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운전하던 중에 피곤한 나머지 졸음운전을 하다가 앞차를 들이박아서 못 왔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근데 오늘 여기 오게 된 것은, 모두 대자연의 법칙 안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무사히 만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아무래도 자연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의 방향이 흘러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자연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생각해서 적어보는 시간을 좀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연에 대해서 여러분들의 생각을 정리해서 적어보시면 되겠습니다.

thought-catalog-505eectW54k-unsplash.jpg 작가는 오늘 글을 쓴 사람이므로, 모든 사람이 작가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unsplash

글쓰기에 앞서 몇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는데,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최재천이라는 분이 계시는데요, 생물학자이면서 수학도 굉장히 잘하시는 분입니다. 이 분은 글쓰기 수업을 할 때 항상 코끼리 똥을 보여주신답니다. 그러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시냐면, 코끼리는 엄청 많이 먹기 때문에 똥을 엄청 많이 싼답니다. 무슨 말이냐면, 평소에 많은 것들을 보고, 생각하고, 읽고, 느끼다 보면 쓸 만한 내용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평소에 읽고,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많이 있을수록 쓸 내용이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문장을 예쁘게 만들고, 잘 다듬고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거는 모든 글이 완성된 뒤, 퇴고의 과정에 들어가면 필요한 능력입니다. 지금은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게 우선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좋은 글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자 방법입니다.


생각을 많이 하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 쓰는 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그냥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합니다. 글을 잘 쓴다, 못 쓴다는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어느 분야의 글이냐에 따라서 잘 쓴 글과 못 쓴 글의 기준도 달라집니다.


분량도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써도 돼? 한 줄밖에 안 썼는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글쓰기라는 것은 여러분의 생각을 정리하는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평소에 얼마나 많이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글을 많이 써왔는지, 또 글쓰기라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마음이 열려 있는지에 따라서 좋은 글도 쓸 수 있는 거지, 억지로 좋은 글을 쓴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예전에 제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만난 남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조금 재밌는 학생이었어요. 수업 시간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선생님, 저 집에 갈게요.”라고 한다던지, 수업 시간에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한다든지, 하는 친구였어요.

당시 이 친구가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하루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자신이 왜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8살 때 교통 사고가 나서 다리를 거의 못쓰게 될 정도로 사고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겨우겨우 그 시간을 넘겼는데, 이듬해인 9살 무렵에는 불이 나서 화상을 크게 입었대요. 그 이듬해에는 뇌에 문제가 생겨서 수술을 하게 됐고요. 그래서 머리에 길게 봉합한 수술 자국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5학년 때인가, 그 때는 심장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심장 수술도 하고, 그리고 중학생이 되서 또 무슨 병이 재발해서 큰 수술을 하고, 그런 이야기를 죽 해주더라고요.


이 친구가 저한테 한 말이 저는 참 기억에 남아요.

“선생님, 가끔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왜 내 인생은 다른 친구들의 인생과 좀 달라야 되는 걸까, 왜 남들이 겪지 않는 고통을 나는 겪어야 되는 걸까, 저는 그게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라고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수업 시간에 막 소리를 지른다든지, 갑자기 어디론가 뛰어 나가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누가 봐도 조금은 부족해보이는, 속된 말로 4차원인가, 어딘가 이상한 녀석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학생이었는데, 이 친구의 마음을 여행하다 보니까 ‘왜 나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이런 고통들을 당해야 되나’하면서 깊게 고민하고 있는 게 보이더라는 겁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죠. 그래서 제가 이 학생이랑 같이 있는 동안 많이 도와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고 그랬습니다. 그 뒤로 아주 저를 좋아해주고, 저도 많이 도와주고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 이 친구가 고등학교에 가면서 연락이 끊어졌는데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자연의 일부분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것도 자연의 법칙에 속해있는 한 부분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이 저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서 글쓰기를 하고, 또 글쓰기를 배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글 쓴다는 행위 자체가 생각해야 되는 일이고,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있어야 되고, 소화도 안 되는데 앉아서 뭐 해야 되고, 그런 과정이니까요. 근데 어떻게 보면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글쓰기가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것들을 얻어가실 수 있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제 경험이 그 증거가 되고, 또 수많은 작가분들의 경험담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즐거움을 다 맛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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