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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Nov 14. 2023

여행 가서 아끼려다 봉변당하지 맙시다

전직 외교부 직원의 팁

미국, 서유럽, 동남아 정도만 가던 한국인들이 이제 세계 곳곳을 누비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동유럽, 인도, 중동, 남미처럼 남들이 잘 안 가는 지역을 가는 것이 컨텐츠에 필수 요소가 되었고 꽤 위험한 지역에 혼자 가는 블로거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때 외교부에서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트렌드를 보면 걱정이 됩니다. 그러다 무슨 일 생겨서 가족이랑 연락 두절되면 그 가족은 뭔 죄인가요?


부모님이 잠도 못 자고 하루종일 자식의 생사를 걱정하며 1시간마다 대사관에 전화하는 상황을 못 겪어본 사람은 모릅니다. 현지 언어가 안되고 지인도 없다면 다음의 수칙대로 안전하게 여행하는 것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길입니다.




한국이 넘사벽으로 안전한 것입니다

대낮의 파리 소매치기 현장


비행기 출발 전에 이렇게라도 교육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이라고 생각하고 다니시면 안 됩니다" 해외로 나가는 순간, 아무리 유명 관광지이고, 비싼 동네라고 해도 단 10초 만에 물건이 털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국은 지하철에 지갑을 두고 내려도 다시 돌아오는 나라지만 그런 곳은 세계에 거의 없습니다. 테이블 위에 폰이나 지갑을 두고 주문을 받으러 간다던가, 밤늦게 혼자 돌아다니는 행위도 해외에선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실제 사례들: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 받으러 카운터에 간 사이에 가방 분실
호텔 로비에 앉아 있는데 의자에 걸어둔 코트 주머니에서 지갑 빼감
카페에 있는데 전단지 나눠주는 척 하면서 전단지로 폰을 가리고 밑장 빼기
장거리 버스에서 중간에 내리는 승객이 캐리어 들고 가버림


한 가지 팁이라면 핸드폰, 신용카드, 체크카드를 서로 분산시켜서 들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하나가 털렸을 때 내 신분증, 핸드폰, 돈이 모두 사라져 버리면 답이 없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빈털털이가 되어서 후불 택시로 영사관에 오는 분도 봤습니다.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마세요

인생 경험하겠다고 이런 곳에 꼭 가야 할까요.


스타 유투버가 갔다가 별 탈 없이 돌아왔다고 해서 내가 가도 괜찮은 것은 절대 아니며, 그 나라 말도 모르는 사람이 현지인들이 웬만하면 가지 말라는 곳을 들어가는 행위는 정말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유튜브로 자극적인 컨텐츠를 뽑겠다고 "아무도 안 가는 곳에 가면 일어나는 일"을 주제로 촬영한 영상들을 몇 번 봤는데, 현지인들이 나서서 실드를 치며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어서 위험에서 빠져나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운이 없었으면 탈탈 털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40만 원 넘는 영상 장비, 100만원 넘는 폰을 들고 다니면 그것이 후진국에서는 몇 달치 월급이고 충분히 당신의 뒤통수를 후릴 만한 리스크-리턴이 성립함을 잊지 맙시다.



대사관/영사관의 조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지 경찰 면담은 영사업무의 기본 중 하나입니다.


아니 그럼 영사관이 해줄 수 있는 게 뭐예요?


일단 대사관, 영사관은 경찰이 아니고 수사권도 없습니다. 파견되는 영사들의 경우 그 나라 말도 못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사가 확실하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신고를 도와주거나 통역을 구해주고, 찬찬히 해결 방법을 같이 찾아주고, 긴급상황인 경우 주변의 한인회나 네트워크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고, 새 여권을 발급해 주고, 돈을 모두 털렸을 때 신속해외송금을 신청해 주는 정도입니다. (유의: 하루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럴 일은 잘 없겠지만 구금, 수감되었을 때 대사관과 통화, 접견의 권리가 있습니다. 이때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면 안 되니 반드시 영사와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외교 기관으로서 수행할 수 있는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경찰업무란 신고 후 현지 경찰과 연락하면서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입니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경찰이 대충 묻으려는 경우가 있는데 후진국으로 가면 거의 협조를 안 하거나 대놓고 돈을 뜯으려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한국의 정부기관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있으면 어쩌다가 안될 일도 될 수가 있으니 영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려고 서장과 밥을 먹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한국 영사가 평소에 로비를 잘해두었다가 중요한 순간에 가서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어저께도 같이 밥 묵고" 이렇게 나오면 그 나라 경찰에서도 무시하기가 어렵습니다.



몇 푼 아끼려다가 몇백 날립니다

꼴등칸은 컨텐츠 제작용이 아닙니다.


물가도 한국보다 훨씬 싼 나라에서 가장 싼 서비스를 이용한다? 열차 꼬리칸 컨텐츠 만드는 데는 좋겠지만 배낭여행 베테랑이 아니면 되도록 하지 마세요. 우버가 된다면 우버를 쓰고, 방문 제대로 닫히는 1인실 쓰는 것이 좋습니다. 호스텔, 지하철, 버스는 항상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특히 동양인 여행자가 눈에 잘 띄어서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여러 나라 여행하는 분들은 여권을 잃어버리면 그대로 계획 파토날 수 있으니 되도록 아끼지 말고 안전한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모든 한국인은 외국에 나가는 순간 자연히 외국법과 그 나라 공권력의 관할에 놓이게 됩니다. 국가에 따라 공권력의 투명도, 신뢰도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긴가민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해당 국가의 공권력을 신뢰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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