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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Jun 12. 2024

인도인은 승진하고 한국인은 못하는 이유

아시아인 유리천장은 존재하는가?

인도인들의 두드러진 활약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일하고 있는 곳이 미국의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대기업, 빅테크 회사들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활약을 하는 인종들은 단연 동아시아계 (한국, 중국인들) 그리고 인도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인들) 입니다.


둘 다 미국의 이민 역사에서는 유럽인들보다 늦게 들어와 차별받으며 궂은일을 도맡아 했지만, 현재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평균 연봉을 받는 집단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시안 가정도 높긴 하지만 인도 가정의 평균소득은 2022년 1억 6천만 원에 달하는 $123,000달러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밑바닥부터 시작한 두 집단이 지난 20-30년간 배출한 아웃풋을 보면 너무나 다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인도인들과 인도계 미국인들은 부통령, 하원의원을 배출하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글로벌 대기업의 CEO자리를 꿰차고 있는 반면, 동아시아인들과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렇다 할 CEO나 정치인을 거의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2018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조사에 따르면 동아시아인들은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매니지먼트까지 가장 승진하지 못하는 인종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인도와 한국만 놓고 보아도, 인도인들은 영주권을 따기도 훨씬 어렵고, 검은 피부색과 못 사는 나라라는 편견에 차별을 더 심하게 받으며, K팝과 같은 문화적 후광에 기대기도 어렵습니다. 본토의 월급이 월등히 낮으니 집안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취직해서도 집에 돈을 보내야 하는 실정입니다. 종합해 보면 영어 구사능력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면에서 인도인이 불리합니다.


그럼 어떻게 인도인들이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에서 동아시아인들을 제치고 눈부신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 다음은 인도인들과 같이 공부하고 일하고 놀면서 느꼈던 그들이 다른 이유입니다.




1. 말하고 토론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화이트 타이거 (2021)


인도인들과 같이 있어보면 출신 지방을 불문하고 말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번은 인도 친구가 부모님, 가족들과 하루에도 수시간씩 통화하는 것을 보고 놀랍다고 하니 친구는 당연하다는 듯 '그게 어때서?'라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인도는 아직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가 남아 있고, 형제들도 여럿이어서 대화할 사람이 많습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니 자연히 토론, 논쟁도 좋아합니다.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세 얼간이> 영화를 보면 학생이 교수에게 끝까지 안 지려고 논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 일본에서는 무례한 짓이지만 인도라면 가능합니다. 한 인도 친구는 "인도인 두 명이 만나면 세상의 모든 주제로 싸울 수 있다"라고 말해주기도 했는데, 인도처럼 한 나라 안에서도 수많은 인종, 종교, 문화, 카스트, 언어가 존재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서로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처럼 "국룰"도 없고 당연한 것이 없습니다.


말이 많은 것이 왜 유리할까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는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 조직과 정치의 필수조건으로 여겨집니다. 반면 한국, 일본처럼 겉으로는 회의를 한다고 해놓고 밑작업을 모두 해놓아 논쟁거리를 없애버리는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은 미팅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하고 그냥 일 잘하는 조용한 직원 1로 전락하기 일쑤입니다. 미국에서 이런 직원은 매니저나 그 윗급에 앉히기가 어렵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말을 많이 해야 하고 의견을 조율할 일이 더 많아질 텐데, 조화와 화목만을 추구하는 조용한 사람이 갈등 조율을 잘하리라 기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 눈치 보지 않고 훅 들어온다.

세 얼간이(2009)


한국과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극도로 민감합니다. 이 문화는 외국인들이 놀라는 양국의 질서 정연한 사회 유지에 도움을 주었지만, 정당하게 나서거나 요구해야 되는 일조차 눈치를 보게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메세지 하나, 전화 한 통도 여러 번 생각하며 보내고 "일익 번창을 기원합니다" 같은 미사여구까지 정성스레 끼워 넣습니다.


반면 인도인들은 동아시아와 같은 눈치 문화가 덜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에 훨씬 적극적입니다. 교수나 전문가에게 메일도 막 보내고, 수업시간에 이해가 안 되면 집요하게 물어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빌 게이츠라도 찔러봅니다. "아님 말고" 식으로 이렇게 뻔뻔할 정도로 도전하는 문화는 취업과 승진, 이직에 매우 큰 도움을 줍니다. (이스라엘에서는 같은 정신을 "후츠파"라고 부릅니다) 아무리 상대가 CEO라도 주눅 들지 않고 만나자고 하다 보면 진짜로 만나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동아시아인들은 무엇 하나 시도할 때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 교토식 화법처럼 돌려서 말하고 상대의 의중도 섬세하게 파악하려 하니 피로가 쌓이고 시도 횟수도 줄어듭니다. 사실 이런 식의 간접화법에 절여진 사람은 같은 한국인도 상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본인은 배려의 왕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조직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힘들게 할 뿐입니다. 이런 사람이 상사라면 부하 직원들은 독심술이라도 배우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3. 감정 표현이 활발하다.

인도 영화: 춤을 춘다.


미국에서 동아시아인들은 자주 감정 없는 로봇 같다는 비판을 듣습니다. 차별적인 표현처럼 들리긴 하지만 한국이 비교적 감정 표현에 인색한 문화인 것은 맞습니다. 웃고 있는 사람을 보면 "뭐가 그리 좋아?"라고 묻는 것만 봐도 그렇고,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들은 한국전쟁, 독재, 가난을 겪으며 행복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많이 없었습니다. 한국이 중진국 반열에 진입하기까지 필요한 것은 산업의 중흥, 사회의 단결 같은 가치였지 행복이 주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이유와 감정 표현에 인색한 유교의 영향으로 한국인들은 감정을 대놓고 잘 드러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인도 대표 축제, 홀리


반면 인도의 종교, 문화에는 유교와 같은 제약이 없었습니다. 힌두교는 특유의 유연함을 내세워 불교와 이슬람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거대 종교가 되었습니다. 힌두교의 수많은 신들은 같은 신 안에서도 선악, 성격이 공존하는 등 인간처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거기에서 비롯하는 나브라트리, 디왈리, 홀리와 같은 대규모 축제들은 인도인의 삶을 즐겁고 만족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인도 영화는 또 어떤가요? 개봉하는 영화의 절반 이상이 "마살라 타임"이라 불리는 춤과 노래가 들어가 있고 극장에서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흥이 넘치는 문화는 단연 인도의 자랑입니다. 인도의 이런 문화는 행복도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었습니다. Ipsos 행복도 조사 결과 인도와 멕시코가 거의 모든 항목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한국, 일본은 예상대로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회사에서 일만 잘하면 되지 행복하고 말고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미국의 기업들은 채용과 승진 시 조직 문화에의 적응력을 중요하게 봅니다. 즉 상사,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같이 있을 때 편한지를 높게 본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아첨을 하거나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어느 정도는 인싸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동료들과 같이 웃고 떠들며 어울리지 못하는 직원은 효과적인 매니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일만 잘하면 된다며 직장에서 친구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 동아시아인들은 여기서도 인도인에게 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수도 적은데 감정 표현도 잘 하지 않아서 "조용한 아시아인"으로 인식되는 순간 당신은 그토록 두려워하던 유리 천장(혹은 대나무 천장)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 아시아인 CEO, 고위직이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차별을 탓하기보다 같은 이민자인 인도인들을 보고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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