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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Jun 29. 2024

멕시코인들이 타코만큼 많이 먹는 것

100년 전통 샌드위치

은퇴한 레슬러가 차린 샌드위치 가게


"멕시코 하면 타코 아냐?" 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멕시코의 빵 사랑은 웬만한 유럽 국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길을 가다 보면 한 동네에 빵집이 항상 한 개 이상 있고, 대가족이 먹을 만한 양의 빵을 두 손에 가득 사들고 나오는 할아버지들도 보입니다.


멕시코가 이렇게 빵의 나라가 된 데에는 스페인의 지배와 유럽 이민이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스페인식 빵뿐만 아니라 프랑스식 바게트빵이나 패스츄리의 역사도 오래되어, 100년 이상 된 근본 있는 빵집들이 멕시코 곳곳에서 아직 영업 중입니다. 저번에 간식빵 얘기를 했으니 오늘은 식빵 그리고 샌드위치 얘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텔레라와 볼리요 빵


텔레라(telera)와 볼리요(bolillo) 빵은 토르티야와 함께 멕시코의 주식과도 같아, 거의 모든 빵집이 취급합니다. 쉽게 말하면 텔레라는 짤막한 바게트에 가까운 빵이고 볼리요는 롤(roll)에 가까운 조금 더 부드럽고 동그란 빵입니다. 둘 다 스페인 그리고 서유럽인들이 먹던 빵을 현지화시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멕시코 빵의 역사는 16세기 스페인의 정복과 동시에 시작했다고 볼 수 있으며, 오늘날 멕시코인들에게 친숙한 간식빵(pan dulce), 케이크(pastel) 등은 17세기 프랑스 그리고 서유럽인들의 이민과 함께 들어왔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19세기에 멕시코를 잠시나마 통치하기도 했었고 심지어 빵집 때문에 멕시코에 전쟁을 일으킨(...) 믿기지 않는 역사도 있었는데 이 얘기는 다음에 다뤄보겠습니다.




토르타의 탄생


흰 빵을 그냥 먹을 수는 없으니 멕시코인들은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먹던 고기나 야채를 빵에 채워 넣었고 그렇게 멕시코의 샌드위치, 토르타(torta)가 탄생했습니다. 그 시작은 아마도 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쉽게 한 끼 때우는 용도였을 것입니다. 타코는 3개는 먹어야 배가 차고 또 먹다가 흘리기도 쉬우니, 한 손에 쥐고 먹는 샌드위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테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Torteria Armando


멕시코시티에는 무려 100년이 넘은 "원조 토르타" 가게가 있습니다. Torteria Armando는 멕시코에 갓 철도가 깔리기 시작할 무렵인 1892년부터 토르타를 팔았다고 하며 그동안 전쟁이 터지고 지진이 나고 코로나로 닫을 위기까지 갔지만 여전히 영업 중입니다. 아르만도 아저씨네 가게를 비롯해 대표적으로 토르타 가게들이 쓰는 속재료는 고기, 야채, 치즈 등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소세지

퀘시요(소프트 치즈)

닭고기

돼지고기

알 파스토르(양념한 돼지고기 케밥)

밀라네사(얇은 돈까스)

초리소(양념 소세지)


흔하게 볼 수 있는 슈퍼 토르타 가게들


토르타는 주문하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 무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므로, 종류만 꼽으면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사실 타코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토르타에 넣어도 음식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슈퍼 토르타스(Super Tortas), 우리말로 하면 왕샌드위치가 탄생했습니다. 이 "슈퍼 토르타" 노점들은 타코와 함께 멕시코 자영업의 상징이라 할 정도로 길거리에 수도 없이 많으며 매일 고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한 끼를 책임집니다.




좀 멀리 간 토르타들


그런가 하면 토르타에 약간 무리한 시도...를 한 작품들도 생겨났습니다.


초대형 토르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심장병으로 사망할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토르타:

멕시코시티에서 2019년 기네스북에 오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긴 샌드위치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멕시코는 이 기록을 세우기 위해 여러 번 도전했습니다. 72m짜리 토르타를 만들기 위해 100명 이상의 인력이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토르타 아호가다(Torta Ahogada):

물에 빠진 샌드위치라는 이름을 가진 이 토르타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별미입니다. 말 그대로 샌드위치에 묽은 살사를 푹 끼얹어서 흐물흐물하게 내오는 음식인데, 할리스코 밖에서 잘 먹지 않는 걸로 봐서는 멕시코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집어먹을 수도 없고, 젖은 빵의 식감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행 갔을 때 한 번만 먹어봐도 될 것 같습니다.

비슷하게 샌드위치를 적셔서 나오는 음식으로는 미국의 프렌치 딥(French dip)과 포르투갈에 있는 포르투의 대표음식 프란세지냐(Francesinha)가 있습니다. 둘 다 토르타와 비슷하게 노동자의 음식이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타말레 토르타:

멕시코의 원주민 전통 음식인 옥수수 타말레를 빵에다 끼워 넣는 토르타도 탄생했습니다. 탄수화물+탄수화물 조합이 특이하긴 한데 멕시코의 다이나믹한 역사를 잘 보여주는 샌드위치 같습니다.


칠라킬레 토르타:

그런가 하면 옥수수 나초칩을 샌드위치에 넣은 토르타도 있습니다. 빵에다 끼우면 뭐든지 토르타가 되니까요.



멕시코에 오시면 타코 말고 오래된 토르타 가게도 한번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단 배고플 때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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