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손발이 묶여야만 노예가 아니다

브라질의 스파르타쿠스, 줌비

by 브라질소셜클럽
줌비 만세!
팔마리스의 우렁찬 함성은
산과 하늘, 바다를 건너
노예해방을 일구었네
(Kizomba a Festa da Raça, Vila Isabel)



살바도르 시의 구시가지 한복판에는 한 흑인 남자의 동상이 서 있다. 팔마리스의 줌비(Zumbi dos Palmares) 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브라질 추노들의 스파르타쿠스였다. 본디 앙골라 혈통이었던 줌비는 열 다섯에 주인들로부터 도망쳐 노예들의 피난처였던 팔마리스라는 이름의 퀼롬보(Quilombo) 중 하나로 들어갔다. 17세기 브라질에는 주인보다 노예가 훨씬 많았고, 조선땅이라면 몰라도 브라질처럼 넓고 울창한 숲속으로 노예 몇 명이 도망치는 것을 잡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게 하나 둘씩 탈출한 노예들은 페르낭부쿠 주의 숲속에 작은 아프리카를 세우고 "Angola Janga", 작은 앙골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포르투갈 통치자들은 그 주변의 울창한 야자나무 숲을 보고 팔마리스라고 불렀으며, 수 차례의 토벌 시도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줌비의 신출귀몰한 게릴라 전략에 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1694년, 동료 노예의 배신으로 인해 용병들이 줌비의 거처를 찾아냈다. 줌비는 포위되어 전투 중 사망했고, 그의 머리는 본보기로 광장에 오랫동안 전시되었다.


줌비를 잃은 팔마리스는 뿔뿔이 흩어졌지만, 많은 노예들은 줌비가 진짜 죽은 것이 아니라 어디엔가 살아서 계속 싸우고 있다고 믿었다. 1888년 노예 해방의 날이 오기까지, 바이아 주에는 팔마리스와 같은 퀼롬보가 500개 이상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이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 남아 자치단체의 지위를 받아 운영된다. 모두가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퀼롬보는 신분의 자유를 넘어서 경제적 자유를 추구한다.




싸움일까 춤일까? 정답은 둘 다


바이아의 길거리와 해변가에서 카포에라 무술을 보기란 어렵지 않다. 어디서든 새하얀 옷을 입고 둥글게 둘러앉아 대련하는 무술인들은 상대의 주먹과 발을 피하면서, 동시에 카운터를 먹이는 연습을 천천히 연마해 나간다. 카포에라는 겉으로만 보자면 이래저래 불편한 무술임에 분명하다. 춤을 추는 것 같이 계속 움직여야 하고, 좁은 공간에서 대련해야 하며, 항상 바닥에 닿을 정도의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손보다는 발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이 모든 제약은 손발이 자유롭지 않았고 무술을 춤으로 속여야 했던 노예들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족쇄를 달고 춤을 추는 법을 터득했다. 그래서 카포에라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손발이 묶여 있어야만 노예가 아니다.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자 에피텍투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주인은 누구인가? 바로 그대가 원하는 것들을 쥐고 있는 사람.” 노예들은 한 명의 주인을 모셨지만 현대인들은 얼마나 많은 주인들을 모시고 사는지! 그래서 오늘도 세계의 수많은 선생님, 작가, 공무원, 변호사들이 카포에라 도장에 등록해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다. 그들은 수련을 통해 몸의 유연함 뿐 아니라 마음의 유연함을 배우게 되고, 생전 처음 타악기를 연주하고 포르투갈어를 연습해 본다. 몇몇은 브라질로 날아가 보기도 한다. 카포에라 도장에 등록하면 사범은 수련생에게 별명을 지어 준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별명처럼, 그것은 동물이나 식물일 수도 있고, 본인의 성격과 체형에 관련된 별칭일 수도 있다. 카포에라의 원 안에서 학생들은 세례를 받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삶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브라질 역사의 보고인 펠로리뉴의 건물들을 보았으면, 언덕을 걸어 다니느라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할 시간이다. 이곳에는 바이아에서 꼭 가봐야 하는 식당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식당과 요리학교를 겸하는 SENAC이라는 곳이다. SENAC의 식당은 실습생들이 같이 만들기 때문에 무척 저렴하다. 기억하기로는, 거의 만 원 정도만 내면 몇십 가지가 넘는 바이아의 요리를 원없이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바이아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브라질식 해물스튜, 무께까(Moqueca)를 5가지 넘게 담았다. 새우, 문어, 생선... 진정 브라질 요리천국이었다.



양파와 마늘, 고추, 토마토 그리고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는 무께까는 얼핏 태국식 커리를 연상시키지만 맛은 완전히 다른 브라질의 것이다. 바이아 요리에는 코코넛이 참 많이 들어간다. 빨간색의 dende라 부르는 코코넛 오일은 바이아 요리에 독특한 맛을 가져다준다. 디저트에도 코코넛 케익이 있었다. 퀸딩(Quindim)은 계란 노른자와 코코넛으로 만드는 브라질 전통 디저트인데, 브라질답게 무척 달았다.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가 브라질의 노예 농장을 만난 느낌이랄까. 고된 일을 하던 노예들에게 설탕만큼 달콤한 보상은 없었을 것 같다. 바이아의 음식이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삶의 목적이 건강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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