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조항의 의의,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기능적 재해석

생각의 서고,30화

by 소는영



I. 서론: 법학방법론의 영원한 난제와 한국의 상황



규범적 이상과 사회적 현실 사이의 긴장관계 속에서, 법학은 존재한다. 이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법학방법론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Einzelfallgerechtigkeit]' 사이의 영원한 길항 관계이다. 이 두 이념의 충돌은 입법기술적으로전자는 '엄격한 요건을 갖춘 법규'을, 후자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일반조항[Generalklausel]' 로서, 이들 사이의 선택 문제로 귀결된다. 본고는 이러한 법철학적 난제를 일반조항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의 법학은 서구, 특히 독일의 법체계를 계수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방법론적 이율배반을 겪어왔다. 김영환 교수가 지적하듯, 한국 법학은 한편으로는 개념의 논리적 연관성만을 중시하는 형식주의적 '개념법학'에 함몰되어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법적 쟁점 앞에서 너무나 손쉽게 내용이 불확정적인 '일반조항으로의 도피[Flucht in die Generalklauseln]'를 감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법치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본고는 1차적으로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이러한 방법론적 틀을 바탕으로 2025년 12월 대한민국 국회에서 발의된 '국가보안법 폐지안(의안번호 14785, 2025. 12. 2.)'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차적으로는 국가보안법이 형법상의 간첩죄가 포섭하지 못하는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규율하는 일종의 보안적 일반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나아가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된, 일명 자주통일충북동지회 간첩단 사건(2024도17383) 또한 이러한 일반조항으로서의 국가보안법이 지니는 현대적 의의와 기능적 불가피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음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에 본고는 헤데만(J. W. Hedemann)이 경고한 일반조항의 위험성을 직시하면서도, 토이브너(G. Teubner)가 제시한 일반조항의 사회적 수용 기능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존치 논거를 법학방법론적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II. 일반조항의 이론적 기초와 위험성에 대한 고찰



1. 헤데만의 경고; '일반조항으로 도피'와 3대 해악


일반조항이란 법률요건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고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구성된 조항을 의미하며, 대표적으로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등이 현행법상 존재하고 있다.


1933년 독일의 법학자 헤데만은 그의 저서 『일반조항으로 도피』를 통해 이러한 일반조항이 남용될 때 국가와 법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하였다. 윤철홍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헤데만은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의 혼란 속에서 일반조항이 어떻게 법치주의를 잠식해 들어가는지를 목격하였다. 헤데만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조항의 무분별한 확산은 법학에 세 가지 치명적인 해악을 가져온다. 항을 나눠 상술한다.


첫째, 법률가와 사상의 '유약화Verweichlichung'이다. 법률가들이 치밀한 논리적 구성을 통해 개별 법규를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손쉽게 일반조항이라는 안락한 해결책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법적 사고의 엄밀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는 난해한 법적 쟁점을 "신의칙 위반"이나 "사회상규 위배"라는 모호한 말로 덮어버리는 지적 태만을 야기한다. 치열한 논증 과정을 거쳐야 할 사안들이 "종합적인 고려"라는 미명 하에 뭉뚱그려질 때, 법학은 과학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


둘째, 법질서의 '불안정성Unsicherheit'이다. 구체적인 요건이 결여된 일반조항은 해석자의 주관에 따라 그 내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법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시민은 자신의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여부를 법문을 통해 알 수 없게 되고, 오직 재판관의 사후적 판단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는 죄형법정주의의 대원칙을 형해화할 위험이 있다.


셋째, 판단의 '자의성'이다. 이는 헤데만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으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일반조항은 재판관이나 권력자의 자의적인 가치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나치 독일 시대에 "건전한 민족감정"이라는 미명 하에 일반조항이 악용되어 수많은 사법살인이 자행되었던 역사는 이러한 위험성을 증명한다. 재판관이 법률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주관적 신념이나 정치적 성향을 일반조항에 투영할 때, 사법(司法)은 정치화되고 법치는 붕괴한다.



2. 한국 법학의 현주소; 개념법학적 형식주의와 일반조항의 기형적 동거


김영환 교수는 한국 법학, 특히 형법학이 독일법을 계수하는 과정에서 기형적인 '방법론적 이율배반'을 겪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의 법해석학은 한편으로는 법조문이 존재하는 경우 지나칠 정도로 문언에 집착하는 형식주의Formalismus를 보인다. 이는 법을 폐쇄적인 개념의 체계로 이해하고,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도외시한 채 개념 간의 논리적 연역, 이른바 역추론방식Inversionsmethode에만 몰두하는 경향이다.


푸흐타(G. F. Puchta)의 '개념의 피라미드'로 대표되는 이러한 사유 방식은 법적 현실을 도외시하고 개념의 자기 증식에만 몰두한다. 예를 들어, 형법상 미수범론에서 현실적 위험성보다 '예비의 예비'와 같은 개념 유희에 빠지거나, 행위론에서 실익 없는 존재론적 논쟁을 반복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해당 법규가 없거나 불명확한 영역에서는 너무나 쉽게 일반조항으로 도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형법의 위법성 조각사유로서 '사회상규'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거나, 양형에 있어 '개전의 정'과 같은 모호한 도덕적 기준이 남용되는 것이 그 예이다. 김영환 교수는 이를 "개념법학적인 사유형태와 일반조항에로의 도피"라고 명명하며, 이러한 이중성이 법관의 자의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즉, 법조문이 있을 때는 문언에 숨고, 없을 때는 일반조항에 숨어, 결론적으로는 법관의 재량이 통제받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3. 양천수의 분석: 일반조항의 기능적 유형화와 해석론


양천수 교수는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일반조항이 수행하는 불가피한 기능에 주목한다. 그는 일반조항을 규범의 형식에 따라 '규칙 규범형', '원칙 규범형', '목적 규범형', '권한 규범형'으로 분류하고, 일반조항이 단순한 도피처가 아니라 적극적인 법형성의 도구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토이브너의 이론을 수용하여 일반조항의 기능을 세 가지로 유형화한 점은, 본고의 논지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수용 기능이다. 이는 법체계 외부에 존재하는 사회적 규범(관습, 상관행 등)을 법체계 내부로 받아들이는 기능이다. 둘째, 전환 기능이다. 아직 사회적 규범으로 확고히 정립되지 않은 집단적인 가치관이나 윤리적 요구를 법적 규범으로 변환시키는 기능이다. 셋째, 위임 기능이다. 입법자가 구체적인 규율을 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법관에게 법형성의 권한을 위임하는 기능이다.


이러한 분석은 일반조항이 단순히 입법자의 태만이나 법관의 자의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 현실에 법체계가 적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개방적 창구임을 보여준다. 즉, 일반조항은 법체계와 사회체계(환경)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구조적 결합의 장치가 된다.




III. 국가보안법의 법학방법론적 재해석; '보안적 일반조항'으로서의 의의



이상의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현재 진행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을 법학방법론적 시각에서 재조명한다면 다음과 같다. 통상 국가보안법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으로 비판받아 왔다. 그러나 법체계의 기능적 관점에서 볼 때, 국가보안법은 형법전이 담아내지 못하는 안보 현실을 규율하는 특수한 일반조항, 즉 '보안적 일반조항'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 형법상 간첩죄의 규범적 공백: '적국' 개념의 한계


대한민국 형법 제98조는 간첩죄의 대상을 '적국Feindstaat'을 위하여 간첩한 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헌법과 남북협력법상, 북한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의 파트너임과 동시에, 적화통일 노선을 고수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반국가단체'로 확립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형법 제98조를 엄격한 문언해석, 즉 개념법학적 사유에 따르면, 북한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는 '적국'을 위해 간첩한 것이 아니므로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기이한 논리적 귀결에 이르게 된다. "적국이 아니면 간첩이 아니다"라는 형식 논리는 현실에 존재하는 명백한 안보 위협(북한의 대남 공작)을 법적으로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개념의 피라미드에 갇혀 실재하는 위협을 외면하는 개념법학의 오류이다.



2. 국가보안법의 보완적 기능; '반국가단체'와 일반조항적 성격


이러한 형법의 규범적 공백Lücke을 메우는 것이 바로 현행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 제2조는 '반국가단체'를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 정의하고, 제4조 등에서 이러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나 그 지령을 받은 자의 간첩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종의 '보안적 일반조항'으로 작동한다.


만약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형법이 '적국'이라는 좁고 경직된 개념에 갇혀 있을 때,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라는 보다 포괄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을 도입하여,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위험을 포섭한다는 것이다. 이는 양천수 교수가 인용한 토이브너의 이론 중 일반조항의 '수용 기능' 및 '전환 기능'과 유사하다. 즉,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현실과 북한이라는 비정형적 위협 주체를 법체계 내부로 수용하여, 형법이 해결하지 못한 안보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은 단순한 특별형법이 아니라, 안보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입법자가 의도적으로 마련한 '일반조항적 성격을 띤 안보 법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IV. 사례 연구;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간첩단 사건(2024도17383)의 실증적 분석



2024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른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간첩단 사건'(2024도17383)은 국가보안법이 일반조항으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은 2025년 현재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가 시기상조임을 보여주는 증거에 다름아니다.



1. 사건의 개요와 특수성


피고인들은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라는 지하조직을 결성하고, 2017년부터 수년에 걸쳐 국내 정세를 수집하여 북한에 보고하거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 등을 전개했다. 이들은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수수하고, 암호화된 통신수단(스테가노그래피 등)을 이용해 지령을 수수했다.


이 사건의 특징은 피고인들이 외형상으로는 합법적인 시민단체 활동가나 정당인으로 위장하여 활동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정보 수집 행위 역시 군사 기밀을 탈취하는 고전적인 형태보다는, 공개된 정보를 수집하여 체계화하거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여론전을 수행하는 '영향력 공작'의 형태를 띠었다.



2. 형법상 간첩죄 적용의 한계와 국가보안법의 역할


만약 이 사안에서 국가보안법이 폐지된 상태였다면, 형법상 간첩죄 적용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을 것이다. 어째서 그럴까.


첫번째, '적국' 요건의 불충족이다. 앞서 언급했듯, 개념법학적 해석론 하에서 북한은 적국이 아니므로 형법 제98조를 적용하기 어렵다.

두번째, '간첩' 개념의 협소함이다. 형법상 간첩은 통상 '기밀 탐지·수집'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충북동지회가 수행한 'F-35A 도입 반대 운동'이나 '지역 여론 동향 보고'는 엄격한 의미의 국가 기밀이라기보다는 공개 정보이거나 정치적 활동의 영역에 속한다. 개념법학적 죄형법정주의에 따르면 이는 간첩 행위로 포섭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이들의 행위를 유죄로 확정했다. 국가보안법 제4조(목적수행)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한 행위"를 처벌한다. 여기서 '목적수행을 위하여 한 행위'라는 문구는 일반조항적 요건으로, 구체적인 행위 태양(기밀 탈취 등)을 열거하는 대신, 행위자의 주관적 목적과 행위의 결과적 위험성(국가안보 위해)을 기준으로 처벌범위를 설정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일반조항적 규정을 통해, 피고인들의 행위가 비록 외형상으로는 합법적인 시민운동처럼 보일지라도, 그 실질이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노선에 동조하고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임을 포착하였으며, 이는 일반조항의 특성인 '개방성'과 '포괄성'을 활용하여, 시대에 따라 변모하는 간첩 행위의 양태(하이브리드 전, 심리전 등)를 효과적으로 포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3. 일반조항의 긍정적 의미; 안보 현실의 수용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이 단순한 억압 도구가 아니라, 변화하는 안보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살아있는 법임을 보여준다. 토이브너의 이론을 빌리자면, 국가보안법은 북한의 대남 공작이라는 '사회적 사실'을 법체계 내부로 수용하여, 형법이 해결하지 못한 안보의 공백을 메우는 기능을 수행했다. 만약 국가보안법이 없었다면, 법원은 "법률이 없다"는 형식 논리에 갇혀 명백한 안보 위협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이는 헤데만이 우려한 일반조항의 남용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조항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현대적 위험 사회의 법적 대응 양식이라고 보아야 한다.




V. 일반조항의 한계와 헌법적 통제; 2017헌바42 결정의 분석



물론 헤데만의 경고처럼, 국가보안법이라는 일반조항이 자의적으로 적용될 위험성은 상존(常存)한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 고도의 추상성을 띠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정권 안보를 위해 반대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자의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이 일반조항이 '도피'의 수단이 되어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한계 설정이 필수적이다.


2017헌바42 등 헌법재판소 결정(2023. 9. 26. 선고)은 이러한 한계를 명확히 설정한 기념비적인 판례이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도(합헌), 그 해석과 적용에 있어 엄격한 헌법적 통제를 가했다.



1. 다수의견의 논리;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


다수의견은 국가보안법 제7조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부분이 다소 추상적인 일반조항적 성격을 가짐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이 자의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헌재는 이를 단순히 추상적인 위험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독립,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기능,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Klar und gegenwärtige Gefahr]'이 있는 경우로 한정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양천수 교수가 지적한 '정당성 통제'의 실천적 예시로 볼 수 있는데, 사법부가 국가보안법이라는 일반조항을 통해 안보 현실을 수용하되, 그 적용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제한적 해석'이라는 해석론적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즉, 국가보안법은 무제한적인 일반조항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의해 통제되는 일반조항'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2. 반대의견의 경고: 명확성 원칙의 위배 우려


한편, 반대의견은 여전히 헤데만적 우려를 표명한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나 모호하여, 일반 국민이 무엇이 금지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명확성 원칙 위배). 또한, 이러한 모호성이 법 집행 기관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냉각 효과Chilling Effect'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국가보안법이 단순한 일반조항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끊임없이 구체화Konkretisierung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양천수 교수의 구분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해석의 문제를 넘어, 법관이 헌법적 가치에 따라 법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신중을 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3. 소결: 통제된 일반조항의 필요성


종합하면, 2017헌바42 결정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아니라, '엄격한 해석을 통한 통제'가 해법임을 제시한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대립은 일반조항이 가지는 '유용성(안보 수호)'과 '위험성(인권 침해)'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지만, 결론적으로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엄격한 해석 기준을 통해 그 위험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적 판단이다. 따라서 2025년 현재의 시점에서도, 국가보안법은 헌법적 통제 하에 있는 유효한 법률로서 기능할 수 있다.




Ⅵ. 결론; 2025년 국가보안법 폐지론에 대한 제언



헤데만은 일반조항으로의 도피가 법률가들을 나태하게 만들고 국가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정당화한다고 비판했다. 그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며, 특히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국가보안법이 남용되었던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토이브너가 통찰했듯이,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 일반조항은 경직된 법체계가 유동적인 현실에 적응하도록 돕는 필수불가결한 장치이기도 하다.


2025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은 여전히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안보 상황에 놓여 있다. 충북동지회 사건에서 보듯이, 안보 위협은 비정형적이고 은밀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국' 개념에 얽매인 형법전만으로는 고도화되는 안보 위협에 대처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형법의 엄격주의가 놓칠 수 있는 안보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보안적 일반조항'으로서 기능하며, 이는 법적 안정성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의 생존'이라는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는 도구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은 형법만으로 안보 범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이상적인 개념법학적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법학은 그러한 공백을 용인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면 먼저 형법상의 간첩죄 규정을 개정하여 '적국' 외에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를 포함시키는 등의 입법적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대안 없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안보 법제에 거대한 구멍Lücke을 만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가보안법은 단순한 '일반조항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한국의 특수한 안보 현실을 반영한 '일반조항을 통한 법의 실질적 구현'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 2017헌바42 결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우리 사법부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법리 등을 통해 일반조항의 자의적 적용을 통제할 수 있는 해석학적 역량을 축적해 왔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성급한 폐지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엄격한 해석과 적용을 통해 일반조항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역기능을 제어하는 응용법철학적 지혜일 것이다.



2025. 12. 10



참고문헌(參考文獻)



양천수, 《일반조항과 해석》, 한국법학원, 『저스티스』통권 제202호, 2024. 6., 189-227면

김영환,《법의 계수의 결과현상들: 개념법학적인 사유형태와 일반조항에로의 도피》, 한국법철학회, 『법철학연구』제4권 제1호, 2001. 5., 149-174면


윤철홍, 《헤데만의 일반조항으로 도피의 수용적 고찰》, 숭실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논총』 제43집, 2019.1., 219-25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