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Do It For Denmark’ 캠페인
‘인구 절벽’이라는 우울한 단어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아이를 낳으라며 엄숙한 경고장을 날리거나 금전적 지원을 약속하며 호소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이 심각한 문제를 아주 엉뚱하고도 창의적인 방법으로 풀어낸 나라가 있다.
“국가가 아이를 낳으라고 훈계하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나라고 유혹한다면 어떨까?” 덴마크의 한 여행사가 던진 이 발칙한 질문은 전 세계에 유쾌한 충격을 안겼다. 바로 스파이시 여행사(Spies Rejser)의 전설적인 캠페인, ‘Do It For Denmark!’ 이야기다.
2014년, 덴마크의 출산율이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스파이시 여행사는 막연한 캠페인 대신 자사의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덴마크 아이의 10%가 여행 중에 잉태된다.” 조사 결과, 덴마크인들은 일상생활보다 휴가 기간 중 연인과의 친밀도가 46%나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파이시는 이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가 정부의 정책이 아닌 '로맨틱한 여행'에 있을 수 있다는 역발상적 전략을 수립했다.
그들의 실행 방안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었다. “Do It For Denmark!”라는 슬로건 아래, 임신 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에 여행을 예약하는 커플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감행했다. 단순한 할인을 넘어 보상 체계도 마련했다. 여행 후 실제 임신에 성공했음을 증빙하면 3년 치 육아용품과 가족 여행권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혜택이었다. 이는 출산을 국가적 의무가 아닌, 개인의 즐거운 경험으로 프레이밍한 것이다. 또한, 다소 직설적일 수 있는 주제를 유머러스한 톤으로 풀어낸 캠페인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하며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젝트는 이듬해 ‘Do It For Mom’이라는 후속작으로 이어졌다. 타깃을 손주를 기다리는 고령층 부모 세대로 전환해, “손주가 보고 싶다면, 자녀에게 여행을 선물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부모 세대의 지갑을 열게 했고, 세대 간의 공감대까지 형성했다. 놀랍게도 캠페인 기간 동안 덴마크의 출산율은 실제로 소폭 반등하며 ‘유머의 힘’을 증명해 냈다.
스파이시 여행사의 사례가 남긴 3가지 시사점
긍정적인 경험과의 연결
비즈니스와 사회적 메시지의 조화
단순 지원을 넘어선 '라이프스타일' 케어
스파이시 여행사의 사례는 저출산이라는 무거운 사회적 의제를 민간의 영역에서 어떻게 창의적으로 재해석했는지 보여준다. 이는 공공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에 있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무거운 사회적 의제를 긍정적인 개인의 경험과 연결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저출산 캠페인이 호소나 경고 위주였다면, 이 캠페인은 ‘출산’이라는 부담스러운 과제를 '여행과 로맨스'라는 긍정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연결했다. 대중이 거부감 없이 메시지를 수용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당위성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즐거움에 호소하는 '공감의 언어'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둘째,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와 공익적 가치를 전략적으로 결합했다. 단순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넘어, 여행사의 본업인 ‘상품 판매’와 ‘인구 문제 해결’이라는 공익적 목표를 절묘하게 일치시켰다. 이로써 기업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매출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개발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캠페인 모델을 구축했다.
셋째, 단순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케어했다는 점이다. 경품으로 내건 ‘3년 치 육아용품’과 ‘가족 여행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아이를 낳으면 돈을 주겠다는 일차원적 접근이 아니다. 출산 후 부모가 겪게 될 현실적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육아 중에도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삶의 질'을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다.
저출산 문제는 여전히 무겁고 복잡하다. 하지만 덴마크의 사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심각한 문제일수록, 조금 더 유연하고 인간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엄숙한 호소 대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쾌한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