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기업들은
마케터 대신 '스토리텔러'를 찾는다

by 뉴스레터 BREAD


글로벌 리딩 기업들의 채용 시장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마케팅 트렌드가 즉각적인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퍼포먼스’에 집중되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와 제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 확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퍼포먼스 마케팅의 쇠퇴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의 상향 평준화와 정보 과잉의 시대 속에서 마케팅이 작동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실제로, 링크드인(LinkedIn)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채용 공고 내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는 용어의 사용 빈도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한다. 마케팅 분야에서 약 5만 건,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직군에서 2만 건 이상의 공고가 해당 역량을 명시했다는 것이다. 과거 스토리텔링이 카피라이팅이나 제품 상세 페이지 제작 등 지엽적인 업무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브랜드의 핵심 전략을 수립하고 서사적 일관성을 부여하는 중추적인 역할로 그 의미가 확장된 것으로 읽힌다.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는 곳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이다.


구글은 ‘고객 스토리텔링 매니저(Customer Storytelling Manager)’ 직무 채용 공고를 내며, 해당 직무의 역할을 “고객 확보와 장기적 성장을 견인하는 필수 동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성장과 스토리를 직접 연결시킨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네러티브 및 스토리텔링 이사(Senior Director)’ 채용 공고를 냈다. 복잡하고 파편화된 보안 기술 제품군을 하나의 비전으로 엮어내고, 경영진의 메시지부터 글로벌 캠페인까지 관통하는 ‘스토리텔링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이 이 직무의 역할이다. 보안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통합적 서사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는 고도화된 기술 기업일수록 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더욱 정교한 서사 구조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03-3.png 여성 기술 인재를 위한 글로벌 채용 플랫폼 ANITAB에 올라온 마이크로 소프트 채용 공고



그렇다면 기업들이 이토록 서사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정보의 과부하’다. 현대인은 매일 수백 개 이상의 광고 메시지에 노출되며, 이는 이미 성가신 소음(Noise)이 되었다. 이런 소음 속에서 우리 브랜드만의 스토리는 고객의 브랜드 ‘인지’와 제품 ‘기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는 ‘AI 기술의 역설’이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저비용 양산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쉬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정교하게 설계된 독창적 서사가 소비자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변별력이 될 수 있다. 단순 기능 홍보만으로는 넘쳐나는 유사 제품들 사이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불가능해졌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결국, 콘텐츠가 범람하는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파편화된 메시지에 설득되지 않는다. 그들은 맥락(Context)에 반응하고 서사(Narrative)에 동화된다. 데이터와 효율 중심의 전략은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언정,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기억을 담보하지 못한다. AI가 모든 것을 생성할 수 있는 시대, 바로 이러한 시대에 브랜드의 고유성은 우리가 걸어온 궤적과 지향하는 가치를 잇는 ‘일관된 목소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자!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스토리텔러를 전면에 배치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서사야말로 고객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가장 고도화된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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