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랜드가 콘텐츠에서 이름을 지우는 이유

by 뉴스레터 BREAD


최근 국내 브랜드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일일칠', '때때때TTT', '킅킅킅', '스튜디오ㅋㅇㅋ’, ‘머니그라피’ 등 채널명만으로는 어떤 기업이 운영하는지 알 수 없는 콘텐츠 채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채널은 각각 컬리, 여기어때, KT, 케이카, 토스가 운영하지만, 채널 내에서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웹예능, 연프(연애 프로그램), 토크, 리얼리티 등 일반 콘텐츠 제작사와 유사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미디어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같은 OTT 서비스와 유튜브나 숏폼 플랫폼으로 인해 개개인의 관심사가 점점 더 다양해지며 여러 개의 마이크로 트렌드가 롱테일로 존재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푸시형 광고는 고객에게 방해 요소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브랜드들은 푸시형 광고 대신 고객이 자발적으로 찾아보는 채널이 되기로 전략을 전환했다. 그들은 광고 메시지를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가치와 고객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콘텐츠로 관계 형성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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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소개팅 후쿠오카 2부 Ⓒ때때때TTT 채널 - 72시간 소개팅


유튜브 채널 ‘때때때'를 통해 공개된 '72시간 소개팅'은 연애 리얼리티 컨셉이다. 낯선 도시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72시간 동안 함께 여행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인연을 이어갈지 결정하는 ‘연프’의 흥행 방식을 따른다.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가 운영하는 이 채널은 앱 다운로드나 프로모션을 직접 홍보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지에서의 만남이라는 감성적 경험을 콘텐츠화하여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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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문가영 편 Ⓒ일일칠 채널 - 부승관의 비비디바비디부


컬리는 '일일칠' 채널을 통해 '부승관의 비비디바비디부’라는 토크 콘텐츠를 선보인다. 역시나 컬리 브랜드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없다. 대신, 토크를 하다 중간쯤 음식을 먹는 장면이 등장하고, 유튜브 설명란에 '컬리 주문서' 링크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커머스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브랜드 정체성은 최소화하면서도 비즈니스 목표는 달성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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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헤드폰, 음향 장비 없이 로고송 만들기 Ⓒ킅킅킅 – 텤도 없는 것들


KT는 '킅킅킅' 채널에서 〈텤도 없는 것들〉이라는 리얼리티 예능을 공개한다. 기술의 도움 없이 각종 도전을 수행하는 컨셉인데, 개그맨들의 황당한 도전이 웃음벨이 된다. 통신사의 기술이나 상품이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기술 없는 불편함'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역설적이지만 그렇게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술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콘텐츠가 재미있어서 한참을 봤는데, 알고 보니 "이게 브랜드 채널이었어?"라는 반응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타깃 시청자가 선호하는 분야와 기업이 추구하는 ‘업의 본질’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그 문법이 명확히 드러난다. 유튜브 채널 ‘때때때TTT’는 대중적인 키워드인 ‘여행와 연애’를 결합해 여기어때의 정체성(여행)을 투영했다. ‘일일칠’은 인기 장르인 ‘토크와 요리’를 컬리의 핵심 가치(음식)와 연결했다. 이처럼 유튜브 내 인기 장르를 영리하게 활용하여, 업의 본질과의 교차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토크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이야기하는 토스의 ‘B주류 경제학’이나, 자동차 리뷰 형식을 빌린 케이카의 ‘차주님들’ 역시 같은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가 스스로 미디어가 되려는 현상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구조적 대응이다. 푸시형 광고로는 도달하기 어려워진 고객에게, 브랜드는 이제 고객이 자발적으로 찾아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가 이러한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브랜드가 또 다른 콘텐츠로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을까. 변화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