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정답에서 벗어나기
최근 공개된 SK ZIC 광고는 강렬한 비주얼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과감한 연출로 시선 집중도 높은 장면을 구성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사례는 광고의 첫 번째 원칙인 ‘주목도(Attention)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현재 광고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도(Attention)’를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디어가 파편화되고 채널이 무한대에 가까운 유튜브와 숏폼 플랫폼이 일상을 점유하며,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고객들의 즉각적 흥미를 끌지 못하는 콘텐츠는 본능적으로 거부된다. 소위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 시대에 콘텐츠의 선택 여부는 얼마나 잘 시선을 붙잡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수많은 콘텐츠의 소음 속에서 타겟의 인지적 허들을 뛰어넘는 강력한 한 방이 없다면 브랜드가 던지는 메시지는 도달조차 하지 못한 채 휘발되고 만다.
브랜드들이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객이 잠시라도 시선을 멈추고 메시지를 인지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광고의 시작이다. ZIC 광고는 이러한 원칙을 충실히 활용한 사례다. 광고는 노홍철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곧이어 복부가 열리며 기계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내부 구조가 드러난다. 흡사 영화 <킹스맨>의 기괴하면서도 감각적인 비주얼을 연상시킨다. 곧이어 노홍철이 오일 잔량을 확인한 후 머리 뚜껑을 열자 뇌 대신 미니미 노홍철이 등장한다. 그리고 바로 그 미니미가 머리 안에서 편안하게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한다는 설정은 파격적이다. 자칫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연출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 덕에 신선한 충격과 보는 재미를 만들어 낸다. 'ZIC 온라인 주문'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익숙한 제품과 낯선 맥락의 결합을 통해 강렬하게 각인시킨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광고가 모델 노홍철이 설립한 프로덕션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평소 "하고 싶은 거 하세요"라는 슬로건 아래 유쾌한 삶을 지향해 온 그의 정체성이 광고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헐리우드 배우이자 '민트 모바일'의 CEO이기도 한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를 떠오르게 한다. 그는 직접 출연하는 B급 감성의 광고로 유명하다. 저렴한 PPT를 활용해 상품을 설명하거나 비속어를 섞어 거침없이 의견을 내뱉는 방식은 기존 광고계의 문법을 파괴한다. 하지만 그 파격 덕분에 대중은 그의 광고를 단순한 홍보물이 아닌 하나의 즐길 거리로 소비하며 절대 잊지 못하게 됐다.
사실 이런 파격적 시도는 태국이나 일본의 광고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바퀴벌레를 의인화하거나 신체의 일부가 기상천외하게 변형되는 광고들은 소위 ‘병맛'이라 불리는 B급 감성을 극대화한다. 그런 방식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는 것이다. 반면, 한국 광고 시장에서 이러한 시도는 드물었다. 이는 ‘브랜드 세이프티(Brand Safety)'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관행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드 세이프티란 브랜드를 부정적인 맥락에 노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브랜드 자산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원칙이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엄격한 가이드라인은 창의적인 발상을 가로막는 게 사실이다. 그 결과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안전하기만 한 지루함'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결국 광고의 본질적 목적은 타겟 도달을 통한 ‘주의력 선점'에 있다. 콘텐츠 과잉의 시대,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메시지는 시장에서 생존력을 잃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보수적인 선택을 하며 안전한 선을 지키기보단, 이제는 실질적인 도달과 각인을 위해 '유효한 충격'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