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성 Oct 07. 2019

블루보틀의 좀 더 한국적이고 프라이빗한 공간

9월 30일에 오픈을 시작 했습니다.

삼청점과 안디즈점 오픈 당일의 모습이지만 지금도 사람이 많다.


어느덧 블루보틀이 한국에 매장을 낸 지도 넉 달. 성수점에 이어 삼청, 압구정, 역삼까지 지점도 많아졌다. 그리고 9월의 마지막 날, 블루보틀 삼청점을 설계하고 공사할 때부터 같이 준비해온 공간인 ‘블루보틀 삼청 한옥’ 또한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의 특징적인 점은 역시 100% 예약제로만 손님을 받는다는 점. 덕분에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어 혼잡하지 않고, 서비스의 질 또한 한층 높아졌다. 위치는 블루보틀 삼청점의 오른편에서 작은 골목길을 따라 돌아들어가면 나오는 한옥 건물 사이. 메인 거리에서 살짝 꺾어져 들어왔을 뿐인데 사뭇 조용해진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묘하기도 하고 숨겨진 장소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블루보틀 로고의 침투력. 한옥이랑도 잘 어울린다.

‘저거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막다른 나무문 옆 기와 밑으로 보이는 블루보틀의 하얗고 파란 사각 간판. 생각보다 한옥과 그럴싸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에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안내해 주시는 직원분들도 블루보틀의 색상인 파란색으로 두루마기(?)를 갖춰 입으신 모습. 한국어 말투와 외모에서 살짝 외국계의 느낌이 묻어나는 직원분께서 이렇게 차려입으시고 안내를 해주시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난 체험이었다.


입구 약간 오른쪽에서 바라본 마당. 식물이 많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ㄷ’ 자 구조의 전통 한옥 건물의 중앙 마당이 먼저 들어오는 손님을 반겨준다. 군데군데 놓인 식물들이 좀 더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은근한 포인트. 저 식물들의 초록 색감을 기억해두자. 공간은 입구에서 바라본 마당을 중심으로 왼쪽, 중앙 안쪽, 오른쪽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통 유리를 벽으로 써서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시야를 확보한 것이 매력적이다. 처음 안내받은 곳은 왼쪽의 공간.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핑크색으로 느낌을 살린 패브릭 소파와 레진 소재 탁자가 놓인 공간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예약 시간보다 먼저 온 손님들이 쉬면서 기다릴 수 있는 곳으로 사용하신다고 한다. 소파며 탁자가 큼직큼직해서 기다림에도 불편함이 전혀 없겠구나 싶었던 자리. 나의 경우에는 예약 시간보다 빠르게 도착했지만 첫 손님이었기에 바로 안내를 받았다.


이 자리들은 쉬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오른편, 입구에서 중앙 안쪽의 공간에는 커다란 4인 테이블이 놓여있는데, 크기상으론 6인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내가 들렀던 시간에는 2인 예약 두 팀이 같이 사용하고 있기도 했고. 테이블의 왼쪽에는 나무 병풍을 두어 중앙 공간을 왼쪽의 웨이팅 룸과 분리해 보다 프라이빗한 느낌을 살렸다. 뒤의 창을 통해 햇살이 아름답게 들어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그 오른쪽으로 바로 카운터가 자리를 잡았는데, 음식을 즐기고 난 후 이곳에서 계산을 치르면 된다. 블루보틀 삼청 한옥의 경우에는 예약제이기 때문에 예약 시 온라인으로 예약금을 받는 구조. 예약금은 이용을 마치고 난 후 환불되고, 음료와 디저트의 가격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


이 테이블은 햇살이 참 예쁘게 들어왔다.
4인석. 뒤로 굿즈가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일행이 둘러보고 앉았던 곳은 입구 오른쪽 공간. 중앙의 전등 밑으로 4명 정도가 앉기 적당한 원형 테이블이 자리를 잡았다. 여기의 의자에도 초록색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통유리 벽을 통해 햇살이 들어오는 공간. 그 뒤로는 블루보틀의 굿즈를 진열해놓은 모습이다. 따로 삼청점에 들르지 않고도 이렇게 볼 수 있으니 블루보틀의 굿즈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는 이것 또한 쏠쏠한 요소.


각 테이블에는 식기와 더불어 삼청 한옥점에 대한 소개와 음료, 디저트에 대한 설명이 적힌 종이가 놓여있는데, 종이가 세워진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블루보틀 삼청점의 외형을 연상시킨다. 종이에 쓰인 내용과 별개로 음식과 음료를 서브받다 보면 직원분들이 하나하나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기 때문에 편하게 즐기다가 오면 된다.


라이언은 같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 계시죠^^? 오른쪽은 파트 드 후류이


다른 블루보틀 지점과의 차이점 중 가장 두드러진다고 할 수가 있는 게 바로 이 서비스. 음료와 디저트를 직접 가져다주시고, 그에 대한 설명과 블루보틀 한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생각보다 듣는 재미가 좋으니 일행과의 수다를 잠시 멈추고 경청해보자. 그리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애피타이저로 주시는 과일 젤리(파트 드 후류이)도 즐기면서 말이지. 달달하고 상큼한 맛으로 입맛을 올려주는 요긴한 녀석.


음식은 단일 세트라 다 같이 서브된다. 자스민 케이크 & 융드립 커피 / 밀푀유 쇼콜라 & 놀라 크렘 브륄레 / 기모브 피스타슈 & 솔 라임 피즈


자스민 케이크, 쇼콜라 밀푀유, 기모브 피스타슈

첫 번째로 먹게 되는 융드립 커피와 자스민 케이크는 개인적으로 셋 중 가장 좋았던 조합. 융드립답게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것이 특징. 에스프레소를 연상시키면서도 그렇게 끝 맛이 쓰지는 않았다. 다크 초콜릿의 향이 풍부한 원두를 사용하셨는데 나의 경우에 이런 바디감이 있고 초콜릿 계열의 맛이 나는 커피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끝 맛이 너무 무거워서였었다. 그런데 이 드립은 추출 방식의 차이 때문인지 내가 먹기에도 참 거부감이 적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준 커피. 그래서 더 인상에 깊게 남았다. 같이 페어링 된 디저트인 자스민 케이크는 커피완 대조적인 자스민의 밝은 꽃 향이 특징적인 디저트. 겉을 감싼 머랭의 바삭한 식감, 달달한 맛과 크림의 부드러운 달콤함이 커피와 매력적으로 어우러지는 데다 머랭에 들어간 상큼한 패션후르츠의 향까지 더해지는 케이크였다. 알려주시기론 겉 부분의 하얀 머랭은 블루보틀 삼청점의 외관에서 그 영감을 얻으셨다고.


두 번째 메뉴는 토치로 위의 설탕을 태워 바삭한 텍스쳐를 만들어낸 음료, 놀라 크렘 브륄레와 역시 바삭한 페이스트리, 초코칩의 식감으로 궁합을 맞춘 쇼콜라 밀푀유. 식감적으로 먼저 그 재미를 즐겨보자. 놀라(NOLA)는 뉴올리언스를 뜻하는데, 바로 블루보틀의 시그니처 음료인 그 뉴올리언스를 말한다. 그래서 겉 부분의 크렘 브륄레 밑으로는 차가운 커피인 뉴올리언스가 들어가 있다. 직원분께서 설명해주셨는데 뉴올리언스 음료에는 치커리가 들어간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치커리를 이용한 커피 음료를 마시기도 해서 블루보틀이 거기에서 착안한 것도 있다고. 미각이 예민한 분들이라면 치커리 풍미를 찾아낼 수 있으실 것이다. 뉴올리언스는 차가운 라떼와도 비슷하면서 약간의 단맛을 가진 음료. 더해지는 디저트인 밀푀유가 생각보다 많이 달지는 않고, 다크 초콜릿 계열의 산미 있고 묵직한 초콜릿 맛을 지녔기 때문에 역시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마지막 메뉴는 작고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우가 베이스가 된 기모브 피스타슈와 솔잎이 동동 떠있는 음료인 솔 라임 피즈. 피스타슈는 겉 부분에 피스타치오를 입혀 초록색을, 솔 라임 피즈는 솔잎과 라임으로 초록색을 냈는데, 블루보틀은 어느 지점에나 이 초록색이 숨어 있다고 한다. 흔히 블루보틀 하면 파란색만 떠올리기 마련인지라 의외면서도 재미있었던 부분. 글 윗부분에 초록색을 기억해두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조합은 마지막에 먹게 되는 만큼,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이 특징. 피스타슈는 마시멜로우의 부드러운 단맛에 피스타치오가 고소함을 더하고 또 묘한 상큼함도 있었다. 음료 역시도 상큼한 라임이 베이스로 깔리고 솔잎의 맑은 맛이 거기에 더해진다. 초록색과도 어울리게 기분을 업시켜주는 페어링.


디저트 3종과 놀라 크렘 브륄레 그리고 쑥 차

이 모든 것들을 즐기고 나면 가장 마지막에 쑥 차를 내어주신다. 이것 또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쑥 특유의 향이 제법 진하면서도 의외로 쓴맛이 적고 맑은 맛이 뿜어져 나와 마무리로 입도 마음도 정리하기에 딱 어울리는 음료였다. 그런데 보면 차를 담은 용기가 눈에 들어온다. 도자기의 느낌이 좋아 설명을 들어보니, 도예가 이정은 씨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잔이라고 한다. 이 잔 말고 다른 용기들도 마찬가지. 또한 굿즈 코너에서 볼 수 있는 블루보틀 서울 한정 도자기잔 역시도 그랬다.


이곳의 사용 시간은 1시간 30분. 시간이 제법 남아 이곳저곳 사진을 담고 있는데, 직원분들께서 사진 찍기 좋은 곳 하나를 알려주신다. 바로 마당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보이는 블루보틀 삼청점의 모습. 블루보틀은 이 두 공간을 운영하면서 한옥과 삼청점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를 같이 어우르며 공존하게 되기를 추구한다고 한다.


블루보틀 삼청점이 올려다 보인다. / 블루보틀 서울 도자기 잔

사실 블루보틀이 처음 성수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한국적인 요소가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오픈 기념으로 복주머니에 떡을 나누어주기는 했지만 그것은 결국 일회성인 요소였었고, 기껏해야 에코백 정도에서만 한국의 정취를 찾아볼 수가 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삼청 한옥을 다녀오며 그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블루보틀이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음각으로 새겨넣은 블루보틀 시그니처 / 라이언을 올려 보았다.

결코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한국에 온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거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을 때, 혹은 나를 위한 휴식의 공간이 필요할 때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분명 의미 있는 순간으로 남아 줄 것이다. 나무 기둥이 드러난 한옥 건물의 고즈넉함이 나는 그저 좋다.


평일에도 관광객들이 넘쳐 북적북적한 삼청동에서 누릴 수 있는 평온한 경험, 블루보틀 삼청 한옥을 다녀왔습니다.



블루보틀이 이번엔 한옥을 오픈했는데요.

얼마 전 압구정 안디즈 점을 오픈했을 때만 해도 솔직히 주변 사람들끼리는 지점을 오픈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블루 보틀이 아니라 블루 오픈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압구정점이 생각보다 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논외로 하구요.

이번 한옥점은 확실히 각을 잡고 만들었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그간 저건 어디에 있는 거지 하는 궁금증을 유발했었던 블루보틀 모양의 음각 돌벽 또한 이 곳에서 만날 수 있었네요.

물론 부족한 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나열하기보다는 장소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을 좀 더 느껴보시고 오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항상 글을 적는 편이랍니다.

과연 다음에도 서울에 오픈을 하시려나요? 저도 궁금해지네요.


예약은 블루보틀 코리아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시면 링크가 있으니 그곳을 통해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instagram.com/bluebottlecoffee_korea?igshid=6semdfakpq5a​ (공식 인스타그램)


https://catchtable.co.kr/bluebottlesamcheonghanok​ (예약)



http://instagram.com/breads_eater 

@breads_eat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