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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식가 Sep 14. 2019

비비해이 (BBHAY)

8월 19일 가오픈을 시작한 카페입니다.

성수동 메인 카페거리에서 조금 떨어져있다.


블루보틀을 위시하여 서울숲과 뚝섬 일대에는 카페 전쟁이 펼쳐졌다. 과연 이 많은 곳들이 어떻게 다 돌아갈까 싶을 정도. 가죽공방으로 유명하던 이제 성수동은 카페거리로 더 유명해진 느낌이다. 거기서 한걸음 더 떨어진 곳. 성수역과 건대입구역의 중간쯤, 사무실과 공장들이 밀집한 골목길 사이로, 프랑스와 을지로의 감성 그 중간 어딘가를 섞어 논 듯한 디저트 카페, 비비해이가 오픈을 했다.


문짝을 통으로 가져다 놓으셨다.


이거 테이블인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딥 핑크와 딥 그린 색상이 차분한 느낌을 내어주는 “BBHAY’ 라 적힌 입간판.  통 유리 안으로 보이는 이젤과 미술도구가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엔 테이블로 사용 중인 커다란 (아주 커다랗다.) 중세풍의 나무 문짝이 이번엔 클래식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로 손님을 반겨준다. 얼추 6명은 충분히 둘러앉고도 남을 크기. 이쯤 되면 이곳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정체성이 무엇일까... 혼자 괜히 궁금해진다. 카페의 분위기는 분명 차분하다거나 정돈된 느낌이 아니다. 여러 가지 소품들은 정형화된 패턴이 없다. 아크릴로 만든 작은 테이블과 철제 의자들은 심플하고 사무적인 느낌을 만들어내고, 곳곳에 붙어있는 출력물이나 사진, 적혀있는 글씨들은 프랑스 풍의 느낌을 보태어 준다.


큼직하니 먹음직한 디저트들


디저트들이 놓여있는 정면으로 다가가 보자. 널찍한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외국 서적들이 디저트가 담긴 트레이를 받치고 있다. 음식들을 그냥 진열해 놓으면 밋밋해 보이니 약간의 높이감을 위해 책을 쌓으셨나 보다. 그 주변에 뿌려진 작은 색종이 역시 독특하다. 디저트의 종류는 대여섯 가지 정도, 구성은 유럽 가정식 느낌의 파이와 케이크 그리고 스콘 등이다. 화려한 기교 없이도 감각적인 모양이 오히려 먹음직스럽다. 극도로 세련된 전문 파티세리(Patisserie)의 디저트들과는 또 다른 느낌. 코코넛이 들어간 크림파이, 피넛버터와 잼이 들어간 케이크, 데블스 치즈 케이크 등 솔직히 이름만 읽어보아도 ‘아 이건 맛있을 수밖에 없겠는데...’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디저트에 충실한 만큼 커피류는 심플하게 갖춘 곳. 아메리카노와 라떼류의 두 가지 (플랫화이트, 라떼) 그리고 논 커피 메뉴인 매실 에이드. 개인적으로 매실 에이드가 재미나게 다가왔었다. ‘이런 곳에 이런 한국적인 음료가?’ 싶던...


묘한 감성의 공간.


디저트가 진열된 곳 뒤편으로 냉장고와 커피머신, 집기들을 놓은 선반이 보인다.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냉장고 왼쪽의 계단. 이층으로 또 다른 공간이 있는 모양이다. 계단을 올라가는 입구의 윗부분이 깎인 모양새가 빈티지하다. 빈티지, 이곳은 그러고 보면 빈티지함도 묻어난다. 배선이 드러난 벽면이나 타일 처리를 완전하게 하지 않은 바닥 등에서 드러나는 창고형 빈티지 카페의 느낌이 퍽 을지로를 중심으로 늘어난 카페들의 감성과도 비슷하게 다가왔다.


내가 이 곳을 처음 들렀을 때 먹어본 메뉴는 코코넛 크림파이와 PB & J 케이크. 그리고 두 번째 들렀을 때는 데블스 치즈케이크를 먹어보았다.


전 좋아요. 크림 가득은.


코코넛 크림파이는 파이 속에 코코넛 커스터드 비슷한 노란색의 되직한 코코넛 크림을 채우고, 위에 생크림을 올린 조합. 요런 디저트를 볼 때마다 유럽 어딘가 알려지지 않은 가게에 들어가면 이렇게 크림이 두툼하게 올라간 파이 한 조각을 툭 떠서 무심하게 내어주는 늙은 주인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 빠지곤 한다. 코코넛이 들어간 디저트답게 한 입 먹자마자 그 코코넛의 열대과일 향이 싹 올라와 ‘오?’ 하게 되는 디저트. 코코넛 크림의 부드러운 맛에서도 코코넛 특유의 달큰함이 올라오고, 생크림이 더해져 시원하고 가벼운 맛도 있었다. 코코넛 채가 씹히기도 하고 바삭한 파이 부분도 두께가 있어 식감적으로도 제법 즐길 요소가 많았던 파이. 역시나 코코넛을 좋아한다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디저트다. 내가 딱 그랬다.  


주르륵 흐르는 라즈베리 잼이 킬링포인트.


PB&J는 이름처럼 딱 피넛버터와 라즈베리 잼의 조합으로 구성된 케이크였다. 피넛버터 특유의 고소한 땅콩 맛과 라즈베리 잼의 상큼 달달한 맛이 역시나 특징. 시트는 포슬한 식감에 가깝지만 마르거나 하지 않았고, 적당한 수분감과 무게감을 가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비주얼만 보았을 때는 정말 정말 달 거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는 않은 디저트. 땅콩버터에서 약간의 소금기도 느껴져 묘하게 단짠단짠 한 매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땅콩버터 특유의 뻑뻑한 질감도 여전하고 말이지. PB&J 하면 미국에서 아이들 간식으로 많이들 먹는 피넛버터와 딸기잼(젤리 대신)의 조합. 으레 그렇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라즈베리가 딸기잼을 대신한 것도 나에게는 취저였던 요소.


초코랑 크림치즈는 설명이 필요 없다.


데블스 치즈 케이크는 크림치즈가 두툼하게 들어간 초코 케이크 위에 초콜릿을 한 번 더 뿌려놓은 디저트. 초코 크런치까지 올라간 게 좀 더 자극적인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위에 두 디저트가 비주얼만큼 자극적인 단맛이 아니었다면, 요건 정말 달달하게 먹을 수 있었다. 식감 자체도 그에 어울리게 묵직! 브라우니와 비슷하지만 찐득한 느낌은 없고 단단에 가까운 식감을 가졌다. 속의 크림치즈는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과 약간의 새콤한 맛이 나는데, 치즈케이크와도 비슷한 이 맛이 초코만 있었으면 단조로웠을 거 같은 맛에 포인트를 더해주는 듯했다. 초코는 아주 쓰거나 산미가 강한 다크 계열은 아니고 딱 대중적으로 호불호 적은 초코. 요런 이름에  ‘데블’ 같은 게 들어가는 디저트는 역시나 조심해야 한다.  


공간에 사람이 스며들어 있다.
프랑스와 미국에 살았었어요.”


혼자 이곳에 들렀던 날. 우연히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볼 수 있었다. 미국과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오셨다는 비교적 젊은 나이의 사장님. 그때 현지에서 먹어본 디저트들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메뉴들을 응용해 내어놓으신 것들이라고 한다. 아마 디저트나 소품들에서 흘러나오는 프랑스 풍의 느낌은 이 때문이었나 보다. 가게의 이름 역시도 외국인 친구들이 자신을 부르는 애칭에서 따오셨다고... 곳곳에 사장님의 흔적이 묻어난다.


예술, 패션 쪽에 종사하시는 가족분들을 두신 덕에 가게의 한쪽에는 사장님의 어머니께서 만드신 작품이 놓여있다. 그러고 보니 입구에도 이젤이 놓여있었지. 또 공간 곳곳에서 보였던 미술용품들은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스쳐간다. 카운터 쪽에 무심하게 걸어두신 국자가 보인다. 별거 아닌 거 같은 배열인데 색감이 참 예뻐서 엿줘보니 그냥 놓을 데가 없어 걸어두신 거라고 한다. 이런 게 감각이려나? 내가 국자를 걸어 놓았다면 분명 평범한 국자처럼 보였을 텐데 말이다.


가오픈 첫 날


이 곳에 처음 온 날, 가뜩이나 가오픈 첫날이라 더 어수선하게 느껴졌던 그 날. 나는 이 공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말이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본 적이 있었다. 이제 그 정답을 찾은 것 같다. 정답은 사람. 가게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의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 비비해이에 다녀왔습니다.



https://instagram.com/__bbhay._

@__bbhay._


최근에 가오픈하는 카페들이 많죠. 특히 성수동은 난리가 난 거 같아요.

개 중에는 유명 인테리어 업체의 손을 빌려 정말 으리으리하게 꾸며진 곳들도 있고,

소소하게 직접 인테리어를 하신 가게도 있죠.

저는 물론 전문가 분들이 감각적으로 만드신 공간도 무척 좋아합니다만

이렇게 사장님들의 손길이 여기저기 느껴지는 가게들에 조금 더 정이 가더라구요.

전자가 친구 혹은 연인들과 구경하러 가는 느낌이라면 후자는 정말 카페를 가는 느낌이 들어요.




http://instagram.com/breads_eater

@breads_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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