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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성 Jul 20. 2021

공간 그리고 소개

가끔 아무말 대잔치 04

카페에서 베이커리 메뉴를 갖춘 모습은 이제 흔하다.


나는 카페와 베이커리를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빵과 빵집을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카페가 추가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카페에서 빵을 팔기 시작했으니까.

이제는 베이커리 카페의 형태가 아닌 단순히 빵만을 취급하는 곳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커피는 어울림이 좋다. 어떤 것과도 잘 어울린다.

전시, 공연, 패션, 쇼핑 등 많은 문화 요소들이 커피와 결합해 지금은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덕분에 이젠 어떠한 곳을 단순히 카페라 부르기엔 그 명칭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다.

아마 그래서 공간이라는 말도 요즘 유행을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디너리핏의 연희, 부산, 역삼점. 세 지점 모두 전시 공간을 크게 마련해 놓았다.


그래, 공간.

인스타그램만 둘러봐도 공간을 소개한다, 공간을 찍는다, 아카이빙 한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사실 나는 내가 공간을 소개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가 좀 민망스럽다.

내가 공간이라는 단어를 너무 고평가 한 탓일까?

나는 인테리어적인 지식도, 음식, 예술에 대한 지식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풀어줄 만큼 대단하지가 못하다.

차라리 방문 후기라고 적으면 그래도 한결 유해 보인다만, 아무래도 좀 촌스럽기도 하고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는 건 사실이다.


자기 PR의 시대인지 당당하게 본인이 다녀온 곳을 정답인 듯 소개하는 SNS 계정도 많이 보인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내가 너무 말을 돌려서 한다고,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한다.

호불호를 확실히 표현하는 게 어떻겠냐는 충고는 수도 없이 들었다.

그때마다 나는 주변인들에게 묻고 싶었다.

뭘 믿고 확실할 수 있느냐고?

하다못해 입맛만 해도 정답은 정해져 있지가 않은데.

내게 무엇을 확신하고 말하기 위해선, 앞뒤의 맥락과 전반적인 과정의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저 ‘개인적인’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인다고 해서 어떤 말이든 적어도 되는 면죄부를 획득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간에 대한 해석도 그저 의견일 뿐, 정답은 아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확신하는, 아니 평가하는 말투를 좋아한다.


나는 책을 쓰면서도 내가 소개하는 곳을 사람들도 좋아해 줄까?

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구월 아뜰리에를 카페라고만 할 수 있을까?


소개는 어렵다.

내가 어떤 곳을 들렀을 때의 상황과 다른 이가 들렀을 때의 상황도 다르고

나조차 첫 방문과 재방문 때의 감상이 다르게 마련인데.

나는 때때로 단정 짓듯 쉽게 말을 꺼내는 내가 두렵다.

자칫 러다 오만해지는 것은 아닐 싶어서.

 

그리하여 공간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속뜻을 나는 계속 찾고 있다.




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깁니다.

생각은 많은데 글로 정리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네요.

때로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요점만 요약한 글을 적어보고 싶은데,

매번 적고 나면 감정 한가득 실린 글만 나오니 신기할 뿐입니다.


공간에 대해, SNS로 하는 소개에 대해 제가 너무 진지하게 적어 내려 간 게 아닌가 싶네요.

매일 하는 고민이지만, 저는 저만의 정체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소개에도 저만의 특징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금 저의 계정을 보면, 과연 여타 수많은 사람들과 다를게 뭘까 싶습니다.


이제는 사진도, 글도 특출 날 게 없네요. 다들 워낙에 잘하시니까요.

공부가 부족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매번 뒤로 미루기만 했었으니까요.


전엔 새로운 걸 시도하는데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사진도 다양하게 찍어보고, 다양한 곳에 방문하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늘 비슷한 사진을 찍고, 굳어버린 기준으로 판단해 괜찮을 것 같은 매장만 방문하고 있죠.


언젠가 제 인스타그램의 한 피드에 외국인이 이런 리플을 달더군요.

‘예전의 너는 빵을 갈라 먹음직스러운 속살을 찍어 올려 줬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진을 찍는다.”

대충 이런 뉘앙스였던 걸로 기억해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핸드폰 카메라가 근 2kg에 육박하는 수백만원짜리 풀프레임 카메라 사진으로 바뀐 것보다

그런 게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이겠죠.


저는 이 말이 항상 걸려왔습니다.

다시 전과 같은 음식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도 이젠 그렇게 되지가 않더군요.

사람은 적응이 정말 빠르네요.


그래서 이 글을 적는 시점의 가장 최근 피드인 7월 18일의 게시물에는 제 나름대로의 도전을 해보았습니다.

뭐 아무도 모르는 도전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그런가 봅니다. 저는 여전히 주변을 너무 신경 쓰고 있네요!

사족이 본문보다 길어 얼른 줄여야겠습니다.


지난 글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심한 때죠. 자영업 하시는 많은 분들 항상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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