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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름 Jul 14. 2024

(스포주의) 인사이드아웃 2 리뷰

인사이드아웃 2를 봐서 그런 걸까요. 이후로 느껴지는 감정들이 펫(pet) 더랍니다. 나만 바라보는 감정이들... 미안하고... 고맙고... 애석...하고...? 귀여워! 아직 인사이드아웃 3, 4,... 가 안 나와서 모르겠지만 줄거리를 예상해 보자면 메인세포가 바뀌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  제 메인세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불안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불안이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에요. 20대 중반까지 고생한 불안이는 감투를 잠시 내려놓은 것만 같습니다. 그럼 지금 메인세포는 누구냐! 헉, 부럽이 같습니다. 영어로는 envy. 직역하면 질투. 어감상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부럽이의 포지션은 긍정에 더 가깝다고 해요. 


부러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타인이 가졌을 때의 마음

질투: 내가 못 가진 것을 가진 대상에 대한 적개심


인사이드아웃 2 작가는 이 둘을 쌍둥이로 둘 다 등장시킬 예정이었으나 캐릭터가 과하게 많아질 것을 경계하여 조절했다고 합니다. 디테일! 감동! 역시 어른용 애니메이션.


아무튼, 저는 부럽이랑... 아, 따분이.

안녕 따분아. (대답 안 할 거지?)

지금 부럽이랑 따분이가 치열한 경쟁 중에 있습니다.

제가 동경하는 작가가 있거든요. 그분이 부럽긴 한데, 그렇다고 그분을 롤모델로 삼아 나아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무서운 거일지도요. 재능을 따라잡을 자신, 그보다 스스로를 뽐낼 자신이 없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냐! --> 아님. 해 본 적 있음.

몇 번 끈질기게 해 보다가 지쳤다고 하면... 어리광이겠지요.


그런데 그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라일리가 태어남과 동시에 생성된 단순한 감정들(기쁨이, 슬픔이, 어쩌고, 저쩌고)은 어리숙한데, 사춘기 ON 상태에 주입된 감정들(불안이, 부럽이, 귀찮... 이?, 당황이..?, 아무튼)은 무언가 스킬풀한 느낌. 어디선가 교육을 받고 온 듯한 느낌. 제어판도 잘 다룰 줄 알고, 기쁨이 보고 구식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말이에요. 그럼 본인들이 신식... 그러니까 MZ... 뭐 그런 거라는데, 너네 어디서 나타난 거니?

사춘기가 일종의 질병이라면, 기관지 따위에서 바이러스가 침투한 걸까요? 그래서 빙봉이 같은 조연출들이 감염되어 당황이로 변이 된 걸까요? (빙봉이와 당황이... 피부색이 똑같은 게 꽤나 합리적 의심이라고 봅니다.)

처음치고는 신념 엘리베이터도 잘 다루고, 슬픔이가 이제야 읽는 마음설명서를 진작에 완독해온 느낌!

물론, 결말 부분에서 모두 느끼셨듯이 불안이도 실전을 처음인 듯했지만요.


라일리가 긍정적인 기억만 가지고 있던 건 부러웠습니다. 결국 감정산사태와 동시에 모든 감정을 뒤섞어 신념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저는 어릴 적에도 그런 감정을 가진 기억이 없거든요. I am a good person. 20년 전으로 돌아가 주입식 교육 원해요. 원해요. 원해요.

아닌가? 저도 언젠가는 제가 그냥 짱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과거 생각이 잘 안 나요. 제 기억의 저편에는 얼마나 많은 기억이 내팽개쳐져 있을지...

사~실 과거 생각이 잘 납니다. 

사~~ 실 이 말은 말이 아니에요. 말이 안 되는 말입니다. 

생각에 없는 생각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이건 마치 조회시간에 선생님이 "안온사람?" 묻는 것과 똑같습니다. 없는데 어떻게 없다고 하냐고요~


영화 초반에 라일리가 열심히 하키를 하는 모습에 눈물이 나더랍니다. 저는 애를 쓰는 누군가를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나요. 얼마나 무서울까, 두근거릴까, 떨릴까, 불안할까, 부담스러울까... 

잘 즐기던 라일리:???

보이는 대로 보게 되는 법. 흠, 방금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법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고 싶지 않아요. 보이는 대로 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결말에서 라일리가 합격했는지 안 했는지를 말해주지 않은 점도 좋았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저 또한 라일리의 합격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바라지 않아야지! 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바라지 않고 있었어요. 라일리는 어디서든 행복할 것 같았으니까요. 그렇다고 라일리의 행복을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알아서 잘할 것 같달까... 저나 잘하겠습니다.


갑자기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글에서 깨달음을 주려고 하지 않겠다는 오기가 생겼기 때문에, 여기서 리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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