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양홍원 정규 2집 <오보에>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통증

by 손익분기점

먼저 양홍원의 정규 2집 <오보에>를 듣기 전, 그의 서사를 알고 나면 더욱 곱씹으면서 감상할 수 있다. 양홍원은 2017년 Mnet <고등래퍼>의 초대 우승자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 고등학생 수준을 뛰어넘는 발성과 정확한 딕션을 선보이며 힙합 신의 대형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우승 직후 불거진 학교 폭력 논란은 그의 커리어 전반에 걸쳐 강력한 비판의 근거가 되었고, 이는 현재까지도 그를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되었다.


출처 : Ment 고등래퍼

그는 이후 <쇼미더머니 6>와 <쇼미더머니 8>에 연이어 출연하며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자 했다. 특히 시즌 8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실력과 음악성으로 완성된 래퍼라는 평가를 점차 굳혀 갔다. 스윙스가 설립한 인디고 뮤직의 멤버로서 상업적인 성공도 거두었지만, 동시에 SNS를 통한 불안정한 행보와 개인적인 방황이 대중에게 노출되며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몰고 다녔었다.


정규 2집 <오보에>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발매된 정규 2집 <오보에>는 그간 양홍원이 보여준 붐뱁 장르와 궤를 달리한다. 이전 화제가 되었던 작업물들이 타이트한 래핑을 통한 실력 증명에 집중했다면, 이번 앨범은 과거에 대한 과오, 이별, 약물 의존 등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을 다룬다.


앨범은 양홍원의 생일인 1월 12일을 기점으로 전날인 11일의 혼란스러운 꿈과, 당일인 12일의 냉혹한 현실을 교차 편집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양홍원은 이 앨범에서 딕션을 의도적으로 뭉개거나 피처링 없이 홀로 앨범을 채우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기술적인 래퍼로서의 자아를 내려놓고, 인간 양홍원이 겪고 있는 성장통과 정체성의 혼란을 가감 없이 기록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앨범명 <오보에>에 담긴 의미



양홍원은 인터뷰와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제목에 세 가지 중의적인 메시지를 심었다고 암시했다. 첫 번째는 악기로의 오보에, 목관악기 중에서도 소리를 내기 가장 어렵고, 예민하며, 비극적인 음색을 가진 악기이다. 양홍원은 자신을 깎아 소리를 내는 나무(목)에 비유하며, 자신의 내면을 악기의 소리처럼 비유를 의도했다.



두 번째는 잘못 전파된 소문, 오보이다. 자신을 향한 대중의 오해, 낙인, 그리고 수많은 추측성 소문들을 잘못된 보도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피로감과 저항을 드러냈다. 그는 소문들은 일시적인 레이턴시라고 생각하고 언젠가는 바로잡혀 진심이 닿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 번째는 앨범에 적혀있는 영문 부제 "3 steps forward 2 steps back"과 연결된다. 세 걸음 나아가고 두 걸음 물러나면 결국 한 걸음 전진한 셈이다. 남들에겐 고작 한 걸음일지라도, 그에게는 죽을힘을 다해 움직인 5보(오보)의 고통이었다는 성장의 역설을 담고 있다.





1월 11일과 12일 사이



이 앨범은 시간적 구성이 매우 정교하다. 앨범의 시작과 끝에 명시된 날짜는 양홍원의 실제 생일인 1월 12일을 기점으로 전개된다. 첫 트랙 <실>부터 중반부까지는 생일 전날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죄책감, 방황, 약물과 술에 의존했던 혼란스러운 과거를 상징한다. 사운드는 의도적으로 뭉개져 있고, 가사는 환각 속에서 읊조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마지막 트랙 <사계>에 명시된 날짜이다. 지독한 악몽 같은 밤(과거)을 지나 비로소 현실로 돌아온 현재의 양홍원을 의미한다. 그는 이 날을 기점으로 어른이 되기로 결심하지만, 그 결심은 돌고 돌아 다시 우울한 느낌이 든다.

양홍원 - 사계 M/V




중의적 표현



수록곡 <탈>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대중 앞에서 써야 했던 '가면'과, 연인과의 관계 혹은 삶에서 일어난 '탈(문제)'을 동시에 의미한다. "연기로 가릴게"라는 가사는 모두 태워 연기로 가리겠다는 의미와 연기(Acting)를 통해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려 했던 비겁함에 대한 고백을 동시에 의미한다.


첫 트랙 <실>에서 "예쁜 꽃 가시로"가 "예쁜 곳 가시오"로 들리게 배치한 것은 의도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축복과 저주가 공존하는 그의 양가감정을 청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번 앨범 리뷰를 작성하며, 양홍원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화려한 이력보다 그 이면에 감춰진 위태로운 정서에 더 마음이 갔다. <오보에>라는 앨범은 서사가 담겨 있기에 좋게 들었다. 딕션을 뭉개고 피처링 하나 없이 홀로 웅얼거리는 그 모습이, 완벽해 보이려 애쓰지만 정작 속은 엉망진창인 나와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까. 지금도 이 앨범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앞으로도 이 앨범은 자주 찾아 들을 것 같다.



<오보에>

1. 실 (추천)

2. 한시

3. 낮에

4. 아직

5. 탈

6. 하긴 (추천)

7. 0001 (추천)

8. 가면무도회

9. 사계(*Title)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