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강의 끝에서 마주한 상승, 지드래곤의 ‘위버맨쉬(Übermensch)’
지난 2017년, EP <권지용>의 타이틀곡 ‘무제’는 지독히도 시리고 아픈 기록이었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음악을 통해 울부짖던 그의 모습에는 공허함과 지침,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무기력이 서려 있었다. 당시의 그는 슈퍼스타 ‘지드래곤’의 가면 뒤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인간 권지용’ 그 자체였다.
88개월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돌아온 앨범 <위버맨쉬(Übermensch)>는 그 하강의 끝에서 길어 올린 눈부신 도약이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머물지 않는다. 앨범 발매 전후 인터뷰에서 그가 거듭 강조했듯, 과거의 지친 나와 현재의 단단해진 나는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짓누르던 모든 결핍과 비난을 자양분 삼아, 스스로를 초월한 ‘초인’의 궤도에 올라섰음을 음악으로 증명했다.
HOME SWEET HOME
이번 앨범에서 가장 뭉클한 지점은 단연 ‘HOME SWEET HOME’이다. 원래 빅뱅의 곡이 될 뻔했다는 비하인드를 증명하듯, 도입부부터 예전 빅뱅 특유의 향수가 진하게 배어 나온다. 태양과 대성의 피처링은 마치 오랜 친구들이 함께 모여 노는 것처럼 매끄럽게 스며들어 듣는 내내 가슴을 뛰게 한다.
다만, 곡이 끝날 때까지 귓가를 맴도는 아쉬움 하나가 있다. 만약 여기에 탑(T.O.P)의 묵직한 목소리까지 더해져 완전한 합을 이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다. 찬란한 재회 속에서도 한 조각의 빈자리가 주는 여운은 나 포함 많은 팬들에게는 그리움으로 남았다.
고백의 변주: ‘DRAMA’와 ‘Take me’
DRAMA : ‘무제’가 가졌던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과 공허한 무드를 계승한 곡이다. 특히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영어까지 4개 국어를 사용한 가사는 인상적이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자신의 내면을 전 세계에 타전하려는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TAKE ME :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곡을 꼽으라면 단연 이 곡이다. 과거 지드래곤이 보여주었던 그 특유의 잔망스러운 가사와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돋보인다. 가장 대중적인 팝스러우면서도 우리가 사랑했던 GD의 재치가 그대로 살아있어 반가웠다.
아쉬운 균형 : ‘Too bad’
타이틀곡으로서 기대를 모았던 ‘Too bad’는 사실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앤더슨 팩(Anderson Paak)의 참여는 분명 음악적으로 다양성과 신선함을 보여줄 수 있는 컬래버이지만, 곡 안에서 그의 비중이 너무 컸던 탓일까 지드래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인 음색과 아우라가 상대적으로 가려진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타이틀곡이었기에 그 주객전도된 밸런스가 더욱 묘한 갈증을 남겼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철학인 ‘위버맨쉬(Übermensch)’는 지드래곤이 스스로에게 내린 자기 암시와도 같다. 어제의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딛고 일어서는 무한한 갱신을 뜻한다.
풍파를 딛고 일어난 K-팝의 초인은 이제 다시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비록 누군가는 팝의 통속성을 말할지라도, 그 안에서 피어난 그의 철학과 사랑, 그리고 리듬은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한다. 나는 그의 다시 찾아온 찬란한 상승을 기꺼이 축하하고 싶다.
1. HOME SWEET HOME (추천)
2. POWER
3. TOO BAD(*title)
4. DRAMA
5. IBELONGIIU (추천)
6. TAKE ME (추천)
7. 보나마나(BONAMANA)
8. GYRO-DROP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