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검정치마 정규 3집 <TEAM BABY>

누구나 꿈꾸는 영원한 사랑의 기록

by 손익분기점

누구에게나 삶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함께한 음악이 있다. 나에게는 검정치마라는 아티스트가 그러했다. 방황하는 청춘의 순간에서 다소 냉소적이지만 따뜻한 가사에 위로받았고, 생각이 많던 밤에는 그의 나른한 목소리에 위로를 받았다. 내 삶의 크고 작은 굴곡마다 검정치마의 음악은 감정의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정규 3집 Part.1 <TEAM BABY>는 그간의 냉소적인 감정을 조금은 내려놓은 채 검정치마만의 눅눅하지만 따뜻한 사랑의 언어로 구성된 앨범이다.




부모님의 사진, 그리고 나의 '팀'


TEAM BABY 앨범 커버


앨범 커버를 장식한 빛바랜 사진 한 장은 검청치마(조휴일) 부모님의 실제 결혼식 사진이다. 그는 과거 해당 앨범 발매 인터뷰에서 부모님을 "내가 아는 가장 이상적인 팀이자 부부"라고 회상했다. 검청치마(조휴일)에게 사랑은 단순한 설렘이 아니었다. 10대 시절의 심한 반항과 오랜 타국 생활의 방황을 거치며,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준 부모님이라는 든든한 '팀' 안에서 그는 비로소 안식을 찾았다. 이 서사는 현재의 그를 지탱하는 또 다른 팀, 그의 아내에게로 이어진다.



"아내는 내가 아무것도 없이 데뷔한 시절부터 가장 힘들었던 순간까지 변함없이 함께해 온 사람이다. 우리는 '팀'이었던 거다."

— 출처 : 아레나 옴므 플러스 인터뷰 중




두 곡의 '사랑'이 가진 온도차



타이틀곡 '나랑 아니면'은 흔한 고백 송의 범주를 벗어난다. 가사를 뜯어보면 매우 '역설적인 유대감'이 읽힌다. "나랑 아니면 누구랑 어디를 가겠냐"는 질문은 상대에게 묻는 것이라기보다, 우리 둘 외엔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선언에 가깝다. 검정치마(조휴일)는 이 곡의 정서를 '집착'보다는 '의리와 사랑'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네가 어디를 가든 결국 나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지독한 확신이 이 곡을 독보적인 로맨틱함으로 끌어올린다.

검청치마 - 나랑 아니면


반면 'Everything'은 훨씬 몽환적이다. 물속이나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사운드는 가사의 무게를 덜어내는 동시에 깊이를 더한다. "넌 내 모든 거야(You are my everything)"라는 문장은 자칫 진부할 수 있으나, 검정치마(조휴일)만의 나른한 보컬과 만나며 '세상이 사라져도 상관없다'는 식의 허무주의적 낭만으로 변모한다.

검정치마 - Everything




위태로움 속에서 찾아낸 평온



이 앨범을 가장 잘 관통하는 문장은 바로 "위태로운 사랑들 속에서 순수할 만큼 평온한 사랑을 노래한다"는 점이다. 대중음악이 흔히 다루는 이별의 아픔, 질투, 혹은 불안한 밀당은 이 앨범에 끼어들 자리가 없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위태롭지만, 그는 그 소음들을 차단한 채 오직 '우리'만이 존재하는 안전한 방을 만든다. 사랑을 계산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그 순수한 평온함은 파격적이다. 자극적인 감정 과잉의 시대에 그가 던진 평온함은 우리에게 정서적 해방감을 간접적으로 나마 선사했다.


"온통 위태로운 사랑들 속에서 순수할 만큼 평온한 사랑을 노래했다."

— 출처 : 엘르 코리아 인터뷰 중





리스닝 포인트



이 앨범은 앞서 언급했듯이 시종일관 눅눅하다. 마치 오래된 테이프를 재생한 듯한 노이즈와 먹먹한 드럼 사운드는 리스너를 정체 모를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데려다 놓는다. 화려하게 정제된 요즘의 팝 사운드와 달리, 의도적으로 입힌 거친 질감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진 투박하고도 따뜻한 속성을 대변한다.


곡마다 검정치마(조휴일)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리'가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Everything'에서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메아리치듯 멀리서 들려오며 아련함을 자아내고, '혜야'나 '난 아니에요'에서는 바로 귓가에서 읊조리는 듯한 친밀함을 선사한다. 이어폰을 끼고 이 거리감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앨범이 의도한 감정의 폭을 체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검청치마(조휴일)는 음악을 제작할 때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는다. "치즈처럼 고소한", "기다란 팔로 나를 안아주던", "같은 템포의 다른 노래" 같은 일상적인 어휘들이 멜로디와 만나는 순간, 평범한 연애의 장면은 영화적인 시퀀스로 격상된다. 가사를 눈으로 읽으며 그가 일상의 파편들을 어떻게 낭만으로 조각해 냈는지 음미해 보길 권한다.


사랑이 흔해빠진 시대에, 검정치마(조휴일)는 오히려 가장 정공법으로 '사랑의 영원'을 말한다. 정규 3집 <TEAM BABY>는 그가 세상에 내놓은 가장 다정하고도 위대한 사랑의 선언문이다.



<TEAM BABY>

1. 난 아니에요 (추천)

2. Big Love (추천)

3. Diamond (추천)

4. Love Is All (추천)

5. 내 고향 서울엔 (추천)

6. 폭죽과 풍선들 (추천)

7. 한시 오분(1:05) (추천)

8. 나랑 아니면(*Title) (추천)

9. 혜야 (추천)

10. EVERYTHING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