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래퍼 ‘EK’ 정규 2집 <YAHO>

랩 차력사의 가면을 벗고 던진 유쾌한 해방 선언

by 손익분기점

우리가 알던 EK는 항상 무대 위에서 빡센 래핑으로 무대를 장악하던 래퍼였습니다. 독보적인 발성과 타이트한 래핑, 댄서 출신다운 압도적 퍼포먼스까지, 하지만 그 화려한 빡센 랩 뒤에는 아티스트 본인만이 감내해야 했던 깊은 현타와 고립감이 숨어 있었습니다. 2025년 발표된 정규 2집 <YAHO>는 그 고민 끝에 도달한 EK의 솔직하고도 나에 대한 해방의 대답입니다.




"차력 랩, 왜 나만 진심이었을까"


출처 : 유튜브 <힙합 보부상>

과거 '힙합 보부상' 인터뷰에서 EK는 뼈아픈 고백을 했습니다. 팬들은 언제나 "제발 빡센 랩 좀 해달라"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영혼을 갈아 넣은 고난도의 음원을 내면 리스너들의 반응은 냉담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전조는 쇼미더머니8 때부터 있었습니다. 모두가 강렬한 붐뱁을 기대할 때 그는 돌연 싱잉랩을 시도했습니다. 기술적 완벽함에 매몰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즐기고 싶다는 갈망이 이미 그때부터 시작된 셈입니다.




씬에 대한 진절머리, 그리고 탈출구 '똑같아'



앨범 수록곡 '똑같아‘를 들여다보면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더 명확해집니다. 이 곡에서 EK는 힙합 씬 내부의 '정치'와 '뒷담화'에 극도의 피로감을 드러냅니다. 겉으로는 리스펙을 외치지만 뒤에서는 서로를 깎아내리는 판국에, 굳이 힘을 주어 "내가 제일 잘한다"라고 증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이죠. 그 진절머리 나는 현실에서 도망치는 대신, EK는 아예 뇌를 비워버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씬의 문화에서부터 스스로를 유배시킨 것입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문, 하이퍼팝과 디지코어



이 앨범이 음악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받는 지점은 바로 하이퍼팝과 디지코어의 과감한 차용입니다. 극도로 왜곡된 신스 사운드, 의도적으로 뭉개진 질감, 그리고 주파수를 넘나드는 자극적인 이펙트들로 통해 기존 힙합의 전형적인 구조를 완전히 해체했습니다.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강렬한 킥 드럼과 하드스타일 특유의 에너지가 폭발하는데, 이는 댄서 출신인 EK가 무대 위에서 가장 잘 놀 수 있는 판을 스스로 깔아놓은 것과 같습니다. 추가로 목소리마저 하나의 악기처럼 소모하며 오토튠을 극단적으로 사용한 것은, "가사의 전달력"이라는 힙합의 오랜 강박에서 벗어나 "소리의 쾌감" 그 자체에 집중했음을 보여줍니다.





앨범의 철학적 가치 : "어차피 흙으로 돌아가"



이 앨범의 존재 이유를 단 한 구절로 설명한다면, 정규 2집 앨범의 수록곡 <MR.P>의 인트로가 정답이 될 것입니다.


"어차피 흙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이 구절은 정규 2집 <YAHO>라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가치 있는 핵심입니다. 빡센 랩을 하든, 하이퍼팝, 디지코어 장르를 하든, 결국 인간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는 허무주의적 깨달음. 하지만 그 허무함은 절망이 아니라 '그러니 지금 당장 내가 즐거운 것을 하겠다'는 강력한 긍정으로 승화됩니다.





결국 정규 2집 <YAHO>는 산 정상에 올라 아무 생각 없이 내지르는 비명처럼 순수합니다. 2026 KHA에서 '올해의 뮤직비디오'를 수상한 'MollyWorld'의 광기 어린 비주얼 역시, 이러한 해방감의 시각적 구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빡센 랩을 뱉는 EK 대신, 사운드라는 파도 위에서 자유롭게 서핑하는 아티스트 EK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 앨범은 차력사 EK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낯선 당혹감일 수 있으나, 인간 도익환의 행복을 응원하는 리스너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YAHO>

1. YAHO (*title) 추천

2. MollyWorld (*title) 추천

3. FLY

4. 초신성 (*title)

5. Machine (*title) 추천

6. Back In The Building

7. 야관문 (*title) 추천

8. SKIT (삼각관계)

9. 똑같아

10. AFTER PARTY

11. 엄마잘

12. MR.P 추천

13. SKIT (블링블링)

14. 해뜰날

15. Religion True 추천


EK - MollyWorld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