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한로로 EP앨범 <자몽살구클럽>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색일 뿐, 우리가 숨어든 분홍빛 아지트

by 손익분기점

한로로의 음악은 늘 청춘의 서툴고 아픈 단면을 건드리지만, 이번 <자몽살구클럽>은 그 아픔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구체적이고 단단해졌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현실의 모순을 피해 숨어든 동아리 '자몽살구클럽'은 결코 무책임한 도피처가 아닌, 서로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연대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앨범 커버


앨범의 문을 여는 인트로 '내일에서 온 티켓'은 소설 속 인물들이 세상의 시선을 피해 모여든 아지트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왔다. 도입부의 한로로의 내레이션은 현실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선언을 의미하는 듯하지만, 후렴구에서 폭발하는 밴드 사운드는 그 모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선포한다. 소설에서 아이들이 서로의 결핍을 확인하며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듯, 이 곡은 "너도 나와 같다면 이 클럽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다정한 초대장처럼 들린다. 한로로의 보컬은 여기서 가장 단단하고 곧게 뻗어 나가며,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는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소설을 끝까지 읽었다면, 가장 아프고도 선명하게 남는 곡은 단연 '___에게'일 것이다. 이 곡은 소설 속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하태수가 떠난 후, 남겨진 이들이 허공에 던지는 뒤늦은 고백이자 닿지 않을 편지이다. 한로로는 곡의 제목을 비워둠으로써 그 자리에 하태수의 이름을, 혹은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누군가의 이름을 채워 넣게 만들었다고 생각이 든다.


마지막 아웃트로 '도망'은 소설의 클라이맥스, 소설을 읽으며 인물들이 느꼈을 그 두려움 섞인 용기를 텍스트로 상상했다면, 이 곡의 질주하는 드럼 비트와 시원한 기타 리프는 그 상상을 실제적인 전율로 바꿔놓았다. 멈춰 서 있는 것보다 차라리 추락하더라도 날아오르기를 택한 청춘의 무모함이 한로로의 단단한 보컬을 통해 청각화되는 지점이다.


결국 <자몽살구클럽>은 소설을 읽은 독자에게는 문장의 입체적인 완성을, 앨범을 듣는 리스너에게는 서사의 깊이를 제공한다. 씁쓸한 자몽 맛 같은 현실일지라도,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는 다시 살구빛 내일을 꿈꿀 수 있다고 말이다.




<자몽살구클럽>

1. 내일에서 온 티켓(추천)

2. 용의자

3. 갈림길

4. 0+0(추천)

5. __에게(추천)

6. 시간을 달리네(*title)

7. 도망(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