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의 선율로 지은 가장 자유로운 은신처
하피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심소정은 클래식의 탄탄한 배경과 인디 팝의 감각을 동시에 보유한 아티스트입니다. 서울대와 이스트만 음악대학에서 하프를 전공한 엘리트 연주자이면서도, 본인의 목소리로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며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 2월 발매된 신곡 'Runaway'는 기존의 클래식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드림 팝적인 사운드와 프로듀싱 역량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음악적 전환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현재 개인 작업 외에도 하프 오케스트라 운영과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통해 하프라는 악기를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신곡 'Runaway'에 담긴 제작 비하인드와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 변화, 그리고 2026년 상반기에 예정된 구체적인 활동 계획들을 중심으로 심소정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았습니다.
지금 바로 하피스트 & 싱어송라이터 심소정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Q : 안녕하세요. 심소정님 반갑니다. 먼저 채널 구독자분들께 근황과 함께 짧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하피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심소정입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여러분의 일상에도 기분 좋은 음악적 바람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Q : 신곡 'Runaway'를 발매하시고 2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최근 소정님 의 하루를 채우고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요즘 너무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웃음) 'Runaway'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어서,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흐름 안에 들어와 있는 상태예요. 이번 달에는 새로운 음원이 또 발매될 예정이라 (4월 19일... 많관부 부탁드립니다) 그 작업과 준비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5월에는 인천문화재단의 트라이보울 기획공연 아티스트로 선정되어서 공연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음원, 공연, 그리고 전체적인 방향까지 동시에 설계하는 시기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음악을 ‘하나의 이야기 흐름'으로 만드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Runaway'가 도망'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지금은 그 이후-도망친 다음에 도착하는 감정, 혹은 어떤 사람에게는 '낙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지점을 설계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제 하루를 채우는 가장 큰 즐거움은 단순히 곡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다음 장면을 상상하고, 그 감정을 음악으로 연결해 보는 과정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즐겁기도 한데 약간 바빠 죽겠는 상태입니다. (웃음)
Q : SNS를 통해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계신데, 최근 팬들이 남겨준 메시지나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힘이 되었던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하프 소리가 이렇게 현실적인 위로가 될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어요. 사실 하프라는 악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예쁘다‘, ’우아하다‘, ’꿈같다' 정도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시잖아요. 저도 그런 이미지가 싫은 건 아니지만, 그걸 넘어서 누군가에게 더 실제적인 감정으로 닿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분이 제 음악을 듣고 “그냥 아름답게 들리는 게 아니라, 지금 내 마음에 필요한 소리 같았다"라고 하셨는데 그저 특별한 악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감정 안으로 들어가는 음악을 만드는 거구나. 그걸 다시 확인하게 됐던 순간이라 정말 힘이 됐어요. 또 한 가지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 이야기를 같이 꺼내주신다는 점이에요. "나도 요즘 도망치고 싶었다", “근데 이 곡을 듣고 무작정 도망이 아니라 잠깐 숨을 쉬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알았다" 같은 이야기들을 보면, 음악은 결국 내가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게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연결하는 일이구나 싶습니다!
Q : 하프 오케스트라 창단이나 레슨 등 교육자이자 기획자로서의 행보도 눈에 띕니다. 무대 위 아티스트일 때와는 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은데, 이러한 외부 활동들이 소정님 개인의 창작욕에 어떤 자극을 주나요?
A : 굉장히 많이 자극을 받아요. 오히려 저는 그런 활동들을 하면서 창작 욕구가 더 강해지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혼자 작업실 안에서만 음악을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내 감정과 취향만 계속 확대해서 보 게 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하프 오케스트라, 혹은 제가 기획해야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 안에 들어가면 하프라는 악기를 바라보는 훨씬 다양한 시선들을 만나게 돼요. 누군가는 이 악기를 처음 접하면서 너무 설레어하고, 누군가는 어렵고 멀게 느끼고, 또 누군가는 의외로 대중음악 안에서 더 듣고 싶다고 이야기하죠. 그런 반응들을 직접 듣다 보면 ‘아, 내가 이 악기로 아직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교육자나 기획자의 역할을 할 때는 항상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데, 그 질문이 아티스트로서의 작업에도 그대로 연결돼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하프가 특정한 장르 안에 갇히지 않고 더 넓은 감정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 결국 무대 밖에서의 활동들이 제 음악을 더 닫히지 않게, 더 살아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신곡 'Runaway' 새로운 음악적 도약
Q : 지난 2월 20일에 발매된 'Runaway'는 기존의 감성보다 훨씬 더 현대적이고 드림팝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곡의 '사운드적 모티브'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A : 'Runaway'는 어떤 멜로디보다 먼저 ‘공기감'에서 시작된 곡이었어요. 저는 이 곡을 만들 때 특정한 장면을 먼저 떠올렸어요.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데 사실은 멀리 도망치는 것보다는, 내 안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은 상태에 가까운 감정이요. 그 감정을 표현하려면 너무 직접적인 사운드보다는 조금 번지고, 조금 떠 있고, 손에 잡힐 듯 안 잡히는 질감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드림팝적인 텍스처와 공간감 있는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끌렸고, 하프 역시 '전면에서 존재를 주장하는 악기'라기보다 그 공간을 떠다니는 정서로 사용하고 싶었어요. 저한테 'Runaway'는 단순히 “도망치자!" 하는 곡이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오래 버틴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에 가까워요. 그래서 사운드도 에너지가 폭발하는 방향보다는 조용히 감정을 침식해 들어오는 방향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Q : 하프라는 악기가 가진 우아한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곡의 분위기를 위해 하프의 질감을 과감하게 변주시킨 점이 인상적입니다. 프로듀싱 과정에서 특별히 공을 들인 사운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 가장 공을 들인 건 하프를 '하프답게만 들리지 않게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보통 하프라고 하면 맑고 반짝이고, 아주 정교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떠올리시는데, 이번 곡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흐릿하고, 더 몽환적이고, 더 감정적인 결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주 자체도 중요했지만, 그 연주가 어떤 공간 안에서 들리는지가 훨씬 중요했어요. 리버브와 딜레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프레이즈도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들리거든요. 어떤 부분은 유리처럼 차갑게 남아 있길 원했고, 어떤 부분은 안개처럼 번지길 원했어요. 하프의 어택이 너무 또렷하게 들리면 곡 전체가 클래식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그 경계를 조절하는 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저는 하프가 가진 본래의 아름다움을 부정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아름다움의 결을 조금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프도 이런 표정을 낼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 그게 이번 곡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Q : 가사 속 'Runaway'는 단순한 도망이라기보다 '나를 찾는 여행'처럼 보입니다. 소정님 본인이 현실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실제로 찾는 자신만의 '도피처' 혹은 '안식처'는 어디인가요?
A : 저는 의외로 아주 거창한 장소를 찾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저한테 가장 큰 안식처는 '음악을 만드는 순간' 그 자체인 것 같아요. 현실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작업을 하면서 제 감정이 정리될 때가 많아요.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정리하고, 소리를 쌓다 보면 처음에는 막연했던 감정들이 조금씩 형태를 갖 추거든요. 그 과정이 저한테는 일종의 피난처이자 정리의 시간이에요. 그리고 저는 물리적으로는 물가나 바람이 느껴지는 공간을 좋아해요. 너무 시끄럽지 않고, 생각이 조금 느려지는 공간이요. 그런 곳에 있으면 “지금 당장 다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아마 'Runaway'도 그런 감정에서 나온 것 같아요. 완전히 도망치는 게 아니라, 잠깐 나를 숨 돌리게 해주는 틈을 찾는 마음...?
Q : 이번 곡의 보컬 톤이 이전보다 훨씬 담백하면서도 단단해진 느낌입니다. 하프 연주와 보컬의 비중을 조절하며 소정님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사운드의 균형은 무엇인가요?
A : 예전에는 제가 하피스트라는 정체성이 강하다 보니 음악 안에서 하프도 충분히 들려야 하고, 보컬도 존재감이 있어야 하고, 어쩌면 둘 다 너무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작업을 계속할수록 중요한 건 둘 다 많이 들리는 것'이 아니라 곡이 가장 자연스럽게 들리는 구조를 찾는 것'이라는 걸 배우게 됐어요. 'Runaway'에서는 보컬이 감정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이 곡은 서사의 흐름과 정서의 온도가 중요한 곡이기 때문에, 보컬이 너무 장식적으로 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금 더 담백하고, 힘을 과하게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접근했고, 하프는 그 보컬을 떠받치는 풍경처럼 배치했어요. 저한테 가장 이상적인 균형은 하프가 나 여기 있어!!!" 하고 튀어나오기보다, 곡을 듣고 난 뒤에 이 감정 안에 하프가 있었기 때문에 더 특별했구나"라고 느껴지는 상태예요. 보컬은 사람의 마음에 직접 닿고, 하프는 그 마음 주위를 감싸는 공기가 되는 것. 그게 이번 곡에서 제가 가장 원했던 밸런스였습니다.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세계관
Q : 정통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하피스트로서, 인디 신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작업은 도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음악적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A : 가장 큰 고민은 결국 진짜 나다운 것이 무엇인가 인 것 같아요. 클래식을 오래 해온 사람에게는 클래식이 가진 엄격함과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몸에 남아 있고, 반대로 인디 신이나 대중음악에서는 더 솔직하고 더 직접적인 감정, 그리고 더 자유로운 표현 방식이 중요하잖아요. 저는 그 두 세계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기보다 그 사이를 계속 오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가장 자주 드는 고민은 "내가 너무 어렵게 가고 있지는 않나", 혹은 반대로 "너무 쉽게 가느라 내 본질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예요. 사실 경계를 허문다는 말은 멋있지만, 실제로는 꽤 외로운 과정이기도 해요. 클래식에서는 너무 대중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고, 대중음악에서는 너무 낯선 악기와 방식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그 중간에서 자기 언어를 찾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길을 가고 싶은 이유는 그 경계 사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감정과 색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저는 클래식의 깊이와 대중음악의 친밀함이 만나는 지점을 만들고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낯설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새롭고 필요한 결이라고 생각합니다.
Q : 하프는 여전히 대중에게 접하기 어려운 악기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심소정의 음악이 하프라는 악기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데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시나요?
A : 저는 사람들이 하프를 너무 멀리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싸고, 어렵고, 특별한 사람만 하는 악기'로 남아 있기보다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소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많은 분들이 하프를 실제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막연히 판타지적인 이미지로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하프가 꼭 비현실적인 악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굉장히 인간적인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악기예요. 섬세하고, 불안하고, 따뜻하고, 때로는 생각보다 거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제 음악이 하프를 설명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제 곡을 듣고 "이 부분 너무 좋다"라고 느낀 다음에 나중에 “이게 하프였구나"라고 알게 된다면, 그 순간 이미 그 문턱은 낮아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하프를 대중 앞에 소개하고 싶은 게 아니라, 대중의 감정 속에 '스며들게' 하고 싶어요.
Q : 평소 음악 외에도 시각적인 감각이 뛰어나십니다. 곡을 쓸 때 이미지나 색감을 먼저 떠올리는 편이신가요? 이번 'Runaway'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에 가까울까요?
A : 저는 굉장히 이미지 중심으로 음악을 떠올리는 편이에요. 멜로디를 만들 때도 소리만 듣는 게 아니라 항상 장면이나 공기, 색감 같은 게 같이 따라와요. 그래서 곡을 쓸 때는 "이 노래가 어떤 표정인가", “어떤 온도인가", ”심지어 어떤 옷감 같은 질감인가"까지 생각하는 편이에요.
'Runaway'를 색으로 표현하면 푸른빛이 감도는 실버, 혹은 아주 옅은 블루 그레이에 가까운 것 같아요. 차갑지만 완전히 차갑지는 않고, 빛에 따라 다르게 반사되는 색이요. 이 곡은 밝고 명확한 한 가지 감정보다는 도망치고 싶음, 쉬고 싶음, 사라지고 싶음, 다시 돌아오고 싶음이 한꺼번에 섞여 있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원색보다는 반투명한 색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각적으로는 새벽 직전보다는 해가 지고 난 뒤의 푸른 시간, 바람이 조금 차갑고 마음은 조용히 흔들리는 순간의 색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앞으로 펼쳐질 아티스트 심소정의 이야기
Q : 2026년 상반기를 기분 좋게 시작하셨습니다. 올해 계획 중인 단독 공연이나 새로운 프로젝트, 혹은 꼭 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 주실 수 있나요?
A : 올해는 저에게 꽤 중요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온 여러 시도들이 조금씩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기 시작하는 느낌이 있거든요. 공연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보컬과 하프를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는 무대를 직접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각각의 영역으로 보였던 두 요소를 하나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해, 조금 더 입체적인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보컬, 사운드, 분위기, 스토리까지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음악을 만들 때도 항상 장면을 먼저 떠올리는 편이라, 무대 역시 곡을 나열하는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정서를 경험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음원 작업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프가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은 지키면서도, 지금 시대의 사운드 안에서 더 자연스럽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방식들을 계속 실험하고 있어요. 조금 더 과감한 결의 곡들도 준비해보고 싶고, 반대로 아주 섬세하고 intimate 한 방향의 음악도 함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협업에 있어서는 장르적으로 열린 태도를 가진 아티스트들과 작업해보고 싶어요. 꼭 같은 색을 가진 사람이기보다는, 자기만의 감정 언어가 분명한 사람과 만났을 때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올해는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조금 더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0 : 마지막으로, 'Runaway'를 들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해방감을 느끼고 있을 리스너들에게 심소정님만이 건넬 수 있는 따뜻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 우리는 늘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사는 것 같아요. 버텨야 하고, 견뎌야 하고,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말들 속에서요. 그런데 저는 가끔은 잠깐 벗어나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나를 다시 데리러 가기 위해 잠깐 숨는 시간 같은 것 'Runaway'는 저한테도 그런 곡이었어요. 혹시 지금 이 노래를 듣고 있는 누군가가 조금 지쳐 있거나, 마음이 복잡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 속에 있다면 잠깐 멈춰도 괜찮다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당장 완벽하게 괜찮아지지 않아도 되고, 정답을 바로 찾지 못해도 괜찮아요. 그저 잠깐 숨을 고르고,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Runaway'가 그런 순간에 아주 짧게라도 기대어 있을 수 있는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들어주세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