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박종현(생각의 여름)‘의 음악 이야기
안녕하세요. 손익분기점.입니다.
삶은 마치 하나의 연극처럼 무대 위에서 이어집니다. 봄의 설레는 시작도 가을의 무르익은 성숙도 겨울의 고요한 쉼도 모두 지나가지만 그 모든 계절을 꿰뚫는 건 결국 끝없이 자라나는 여름 같은 사유와 성찰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때로 이미 성장했다고 믿으며 과거의 미숙함을 추억처럼 포장하지만 사실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무대 위에서 더 깊은 질문과 노래를 요구합니다. 그 무대는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긴 호흡의 드라마이며, 사유는 늘 푸르게 자라나는 여름의 빛깔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단순한 곡들의 나열로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대마다 다른 장면을 펼쳐내는 하나의 연극이고, 그 제목은 언제나 ‘생각의 여름’입니다. 노래는 장면이 되고, 무대는 계절이 되어, 우리는 모두 이 여름의 연극 속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는 여름이라고 불리는 삶의 연극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박종현(생각의 여름)’입니다.
지금 바로 싱어송라이터 ‘박종현(생각의 여름)’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Q : 안녕하세요. 먼저 구독자 분들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A : 반갑습니다. 곡 쓰고 부르고 연주하는 박종현이라고 합니다.
Q : 활동명 ‘생각의 여름’이라는 네임으로 활동하게 된 특별한 이유나 의미가 있을까요?
A : “생각의 여름”은 사춘기 그러니까 “생각의 봄”이라는 말에서 파생된 표현이에요. 사유와 고뇌가 피어나는 십 대의 시절을, 그 후의 시간을 사는 어른들이 악의 없이 미화하는 말이면서, 또 자신들이 그 설익은 단계를 극복하여 벗어났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말이지요. 삶이란 아마 끝없이 자라나는, 봄도 가을도 겨울도 없는 무궁한 “생각의 여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의 여름”은 제 예명이 아니라, 제가 살면서 노래를 쓰고 발표하는 무대들이 이루어내는 긴 음악적 연극의 제목입니다.
Q : 언제부터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 마음을 먹은 순간 같은 것은 없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공책에 뭘 썼고, 청소년기 내내 건반을 만지며 선율을 만들어보거나 가사를 만드는 습작을 ‘그냥’ 했어요. 기악이 아니라 가사가 있는 장르를, 다른 장르보다는 팝을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거라 생각한 건 중학생 때인 듯하고요.
Q : 첫 정규앨범 <생각의 여름>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무엇이었나요?
A : 2009년, 이미 십오 년이 넘어서 가물가물합니다만, 통기타 한 대, 목소리,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조건 안에서 음악을 조직하고 승부를 보는 데 몰두했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그땐 “로너 포크”같은 표현을 몰랐지만, 그러한 종류의 음악 형식 자체에서 나오는 힘을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Q : 싱어송라이터로서, 글(가사)과 멜로디 중 어떤 것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으신가요?
A :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제 작업에서는 백 퍼센트 가사가 먼저입니다. 저에게 있어 성악 장르에서 음악은 가사를 시간 위에 연출하는 행위이기에 가사 뒤에 이루어져요. 연극에서 대본이 없는데 음악이 먼저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의뢰를 받아하는 작업에서는 주어진 것 위에 가사를 얹기도 합니다.
Q : 현재까지 명반으로 꼽히는 ‘생각의 여름’의 제작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A :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오래전 이야기여서 자세한 일들이 머리에 남아있지는 않아요. 2007년부터 홍대의 ‘라이브클럽 빵’ 무대에 종종 오르면서, 곡을 만들고 발표하고 버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원래 친하게 지내던 이들이 운영하던 레이블(‘붕가붕가 레코드’)와 함께하게 되었지요. 스튜디오가 아니라 엔지니어의 방에서 엔지니어, 공동 프로듀서인 윤덕원(브로콜리너마저) 형, 그리고 저 셋이서 녹음을 했습니다. 녹음에 익숙하지 않아 긴장한 저를 평온하게 해 주려 촛불 하나만 남기고 불을 다 끈다든가 했던 기억들이 나네요. (질문에 있는 잡지 형태의 피지컬 앨범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모든 음반을 전통적인 주얼 케이스로 발매했습니다.) 지금 입장에선 서툴지만, 꽤 좋은 음반이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도 들어주시는 이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Q : 대표곡 중 하나인 '너는 내가(YOU)'는 어떤 감정이나 상황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 저는 저나 저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 작품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질문에 만족스러운 대답을 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 너와 나라는 사랑하는 두 주체가 서로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를 재인식하는 논리를 최대한 분명하고 앙상하게 형식화하려던 게 기억납니다. 짧은 가사 속에 여지가 많은 노래인지라, 듣는 각자의 상황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Q : 가사 속에 자주 담기는 주제나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감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앞 문장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저의 작업은 제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거나 주제를 표현하는 것과는 무관해요. 저에게 그런 것들은 일상어의 그리고 산문의 작업이지 예술의 그리고 운문의 작업으로 생각되지 않거든요. 작품에 제가 배어있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기에, 의식하지 않아도 자주 다루어지는 테마나 정서가 있을 수는 있겠지요. 이 인터뷰를 읽으신 분들이 제 음악들 속에서 그러한 것들을 발견하신다면 제게 말해 주시지요.
Q : 본인의 음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어떤 말이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A : 시간 위에 음향으로 쓴 운문.
Q :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나 앨범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 시인과 촌장 <푸른 돛>(1986), 조동진 <음악은 흐르고>(1990), 정태춘·박은옥 <92년 장마, 종로에서)(1993), 김창기 <하강의 미학>(2000), Brian Eno <Taking Tiger Mountain>(1974), Radiohead <Kid A>(2000), Travis & Fripp <Follow>(2012), 이런 음반들이 지금은 떠오르네요.
Q : 보컬 톤과 사운드가 굉장히 따뜻하고도 서정적인데, 녹음 과정이나 편곡 단계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을까요?
A : 그렇게 들리시나요? 개별 곡마다 가진 다른 정서에 맞추어 편성과 편곡, 녹음을 하는지라, 특정한 톤을 일관적으로 추구하지는 않아요. 최대한 악기를 안 쓰면서 최소한의 어쿠스틱한 질감을 중심에 두고 작업하는 것이 그렇게 들리도록 만드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Q : 관객 앞에서 공연할 때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 ‘공연’과 ‘짜릿’이라는 단어를 연결해 본 적이 없어서 신선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 질문인데요. 공연은 긴장 속에서 예의와 형식을 갖추어 관중에게 건네는 일이라 늘 어렵고 또 끝나면 후련하고 그렇습니다. 만들고 있는 소리들이 공간과 공명하면서 잘 나오고 있고 그게 꽤 괜찮게 전달된다는 느낌이 올 때 살짝 고양된 느낌이 있지만, ‘짜릿’은 잘 모르겠어요. 무대에서 신명이 나는 타입은 아닙니다.
Q : 실제로 팬이나 청중들이 가장 많이 반응해 주는 곡은 무엇인가요?
A : “골목바람”, “안녕”, “너는 내가”, “비둘기호”와 같은 곡들이, 공연들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요청을 받고 있는 것 같네요. 발표할 때는 관심을 받을 거라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곡들이라 때로 신기합니다.
Q : 공연할 때와 작업실에서 음악을 만들 때, 본인의 태도나 에너지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A : 작업은 혼자 궁리하며 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 골몰 속에서 자유롭습니다. 공연은 타인 앞에서 그 만든 세계를 시간에 구현하는 것이라 진땀이 납니다.
Q : 최근에 몰두하고 있는 작업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 올해는 제가 독립음악 동네에 첫 발을 내디딘 <관악청년포크협의회>라는 옴니버스 앨범의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당시 함께 하였던 멤버들과 함께 봄에 공연을 한 번 했고, 당시의 음원을 리마스터한 LP와 음원을 가을 중에 선보이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4년 초에 낸 제 최근 음반 <시냇가>도 역시 LP로 준비 중이에요.
Q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음악적 시도나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A : 혼자 한다는 것의 장점은 마구 시도하고 또 버릴 수 있다는 것에 있어요. 늘 그러고 있어서, 이 질문과 관련해서는 별 생각이 없네요.
Q : 싱어송라이터로서 5년 후,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을지 스스로 상상해 본 적 있나요?
A : 창작력이 계속된다면, 아마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제 삶의 다른 영역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제 삶에 도움 이는 만큼 활동하고 있을 거예요.
Q : 음악을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스스로 가장 크게 바뀌었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A : ‘비포’가 언제인지를 모르겠기에, ‘애프터’와 비교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살다가 많이 힘들었던 시절에 곡을 쓰는 행위 자체에 몰두함으로써 넘겨낼 수 있었던 적이 있는데요, 그렇기에 작품을 만들고 발표할 수 있는 상황 속에 계속 놓여있는 것은 저에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 끝으로, 생각의 여름님의 음악을 들어줄 리스너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 반갑습니다. 삶에 닿는 음악이라 느껴진다면 종종 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