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 <예테보리 쌍쌍바>
- 내가 왜 당신에게 졌지?
- 이기려고 하니까.
- 당신을 이기고 싶어 죽겠어.
- 그러지 말고 스스로 멋진 존재가 되면 어떨까. 그럼 나와 대등해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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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존재가 되면 이기고 지는 문제를 벗어나는 것이다. 직업이 무엇이든, 돈을 얼마나 벌든, 사람이 멋지면 되는 문제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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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훌륭한 선수란 이길 필요 없이 스스로 멋있게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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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란 “단순한 투지와 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멋진 승부를 펼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게임을 지배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페어플레이를 펼치며 갖가지 한계를 뛰어넘는 ‘스뽀오츠 정신’의 소유자들이다.
- 박상 <예테보리 쌍쌍바>
요즘 아시안 게임이 한창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메달 색깔에 민감하다. 금메달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메달 색깔을 떠나서 선수들이 스스로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체가 멋지게 느껴진다.
소설가 박상이 그린 진짜 선수는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멋진 존재가 된 사람들이다. 승부보다는 한계 돌파가 우선이다. 상대를 꺾는 것보다 자신을 이겨냄으로써 더 높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소설은 우리 삶의 자세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진다. 그저 번듯한 직장에서, 돈 많이 벌고, 남을 밟고 올라가는 경쟁 우위에 서는 것이 목표인 삶을 사는 것이 옳은가? 스스로 이겨내며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한가?
소설의 메시지는 에리히 프롬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롭게 존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무거운 주제지만 유쾌한 스토리에 좋은 메시지를 녹여낸 그야말로 선수다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