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이야기가 아닌 사적인 이야기
출근첫 날,
임원분이 티타임을 하러 가자고 하셨고
가는길에 남자친구 유무를 물어보셨다.
내가 기존에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적응 기간에 어떤식으로 하면 적응을 빨리해서 시너지 낼 수 있을지의 일 이야기가 아닌 사적인 이야기.
"아 네, 결혼했어요"
"결혼했어요? 그런데 이력서에 왜 없었지?"
"결혼 여부를 적는 란도 없었고, 결혼 여부를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력서 양식이 바뀌었어요"
결혼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이 계획까지 호구조사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기존에 해왔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이걸 활용해서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싶다라고 했더니 "그래요 에너지가 좋네" 라고 하셨다.
여러 회사를 거쳤지만 요즘은 회사 윗분들도 개인적인 이야기는 물어보지 않는 추세이다 보니
첫 만남의 이야기로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며칠 지나지 않아,
다른 팀원분께 "00이 결혼한거 알았어?" 하며
어린아이가 자랑하듯 내 결혼 여부를 이야기하셨고
사람들은 "결혼하셨어요? 전혀 몰랐어요" 하며 신기해했고 신나했다.
불편했다.
나와 이야기 하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과 달리
회사에서 결혼이라는 주제로 내 이름이 이야기되고 있었다.
얼마 후 나와 입사일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팀원과
점심 식사를 하러 가자고 하셨다.
주문 후 메뉴를 기다리는데
이번엔 혼인신고 여부를 물어보셨다.
무례하다 생각이 들었지만
대답을 안 할 수도 없어 얼른 대답하고 넘어가자 싶었다.
"아 네, 집 문제가 있어 아직 혼인신고 전이에요"
"신혼부부 대출이 더 좋지않아?" 말씀하셨고,
청년일 때의 혜택이 더 필요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신혼부부 혜택이 좋은데...라며 계속 말씀하셔서 아니에요 하며 설명을 덧붙였더니
"아니 뭘 설득하려고 그래" 라고 하셔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말이 원래 빨라요? 왜 이렇게 빨라" 라고
물으셨고,
질문이 조금 당황스러워서 빨라진 것 같다라고 했더니
"에이 혼인신고 나도 알아 내 주위에도 안 한 사람 있어~"
하며 또 다시 혼인신고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렇게 식사가 나왔고
이제 다른 팀원과 대화 하시겠지 싶어 식사에 집중했다.
밥이라도 편하게 먹고 싶었다.
그랬더니 이번엔 "밥먹는 속도가 왜이렇게 빠르냐"며
물으셨다.
그릇을 보니 셋 중 내 그릇에 제일 많이 남아있었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채로 식사가 끝났고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하지" 하셔서 카페로 향했다.
또 무슨 이야기를 하실까 싶어
사무실에 얼른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커피가 나왔고 말 없이 창 밖을 둘러보며 커피를 마셨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두리번 거려요?" 라고 물으셨다.
이걸 이렇게 질문할수도 있구나 싶었지만,
"밖에 사람들 지나다니는거 구경하는 거에요" 라고 답했다.
점심 식사에 커피까지 마시니
두어시간이 지났고 아직 한낮이었는데
진이 다 빠져서 퇴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같은 팀 팀장님이 식사 잘 다녀오셨어요?
라고 메신저로 물어보셨는데
차마 좋았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매번 대화가 사적인 이야기를 캐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불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팀 팀장님이 유일하게 안계신 날이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 갈 즘 따로 회의실로 따로 부르셨고
이야기는 퇴근 시간 이후까지 계속되었다.
내용인 즉슨 "첫 이미지가 평생 가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
대표님과 팀장님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아쉬운 점이 있다." 라며 이야기를 꺼내셨다.
어떤 부분인지 여쭈었는데 말을 빙빙 돌리셨고
표면적으론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 회사 그만둔 사람들이 다 뭐라는줄 아냐 자존감 떨어진다고 그랬다"
라고 하시며 기분 나쁘게 듣지 말라고 자기가 말주변이 없어서 그렇다 라고 마무리 하시며 에너지는 좋다며...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 이야기가 끝이났다.
입사 1달정도 되었었고,
전체회의 외엔 실제로 같이 업무를 했던 부분도 없었기에 더 이해가 안가는 이야기였다.
분명 대화 내내 기분 나쁘라고 하는 소리였지만
'그래, 기존에 일하는 분들은 서비스 초창기부터 해온 분들이니 새로운 사람이 이해도가 적은 부분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 생각하며
경력을 뽑은건데 기대치가 높으시겠지 싶었다.
그 대화를 끝으로 길고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고
미리 계획해두었던 여행을 떠났다.
이제 입사 한 달차인데,
그 시간이 어찌나 힘들었는지 여행을 갔는데도 마음 한켠엔 걱정이 남았고
빨리 회사로 복귀해서 일할 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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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그 분은 처음부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