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하락장이 있다. -4화

00이는 대표님이랑 비슷한 것 같아

by 숨 고르는 중

내가 입사한 이후에 다른 포지션의 팀원을 한 명 더 채용했었는데

같이 일하기에 또래가 좋지 않겠냐 이야기하셨지만

비슷한 연차로만 팀을 꾸려가려는 게 느껴졌다.

(당시엔 비용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관리 차원도 있지 않았을까)


기존에 있던 팀장들은 같은 또래였고

연차가 쌓여서거나 갑자기 팀장을 맡았다고 했다.


기존에 내가 타 회사에서 경험했던 것과 달리 같은 직무 10년 차 이상의 팀장,

나이로는 40대 이상의 중간 관리자가 없었다.


대표님 그리고 임원은 딱 한 분,

그 아래엔 30대의 직원들만 있었다.


유일하게 나에게 했던 칭찬...? 은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좋다였다.


내가 느낀 그분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무례했고

다양한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해 나아가려는 태도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입맛의 사람들, 한창 일하고 싶은 나잇대의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로 채워가고 싶어 했고

매사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졌다고 느꼈고 그래서 나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은 이런 이야기도 하셨다.

"00이는 대표님이랑 비슷한 것 같아"


두 분은 회의 때마다 논쟁을 벌이셨고

결국 대표님의 말에 따르셨지만

필요에 의해 함께할 뿐 결코 좋아하지 않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표님은 임원분과 달리 처음부터 나를 굉장히 좋아하셨다.


면접 때도 너무 즐거워하시며

이런저런 질문들을 쏟아내시느라 함께 면접관으로 참석한 분들도

질문을 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대표님은 신입 사원 때 내가 이런 스킬을 알았더라면

더 빠르게 배우고 성장했을 것이다라고 하시며 직접 만든 신입 사원 교육 자료로

매주 1시간씩 교육을 하셨다.


'내가 알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실천으로 그것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당연히 대표님도 사람인데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을 보며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고

나처럼 무언가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분이구나

나 또한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를 좋아하시진 않는구나'라는 직감은 처음부터 있었지만

비단 회사뿐 아니라 어디를 가도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까

다만 회사는 내가 노력해 나가야지 그러면서 시간도 많이 필요하겠다 싶었다.


결국 3개월이 지나 수습기간이 종료되기 삼일전,

회사에 출근하니 임원분이 오전 반차를 급히 쓰시곤 오전에 잡아두었던 회의가 취소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어제 야근하신 것 때문인가? 싶었는데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닌가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불길한 예감은 직감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

오후에 출근하셔서 대표님방에 문 닫고 들어가셔서 이야기하고 나오신 후

인사팀장님과 이야기까지 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오늘은 왠지 일만 하다가 시간이 갔으면 싶었는데

결국 커피 한 잔 하자며 나를 부르셨다.


멀리 산책 가자고 하시며 걸으면서 또 사적인 이야기를 먼저 물으셨다.


집 위치에 대해 자세히 물으시며 집에 거주하는 형태를 물으셨고

남편은 무슨 일 하냐 등

앞으로 잘 지내야지 별수 있나 내가 선택한 곳인데 싶어

그간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오해 안 하시게끔 해야지 싶어 아예 자세하게 말씀드렸다.


그러다 카페에 도착해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내가 면접에 안 들어갔었잖아" 하시며 (결국 이 이야기를 또 듣게 되었다)

일은 어떠냐 물으셨고 쉽지 않지만 재밌어요. 시간 투자해서 빠르게 적응해 볼게요. 라고 이야기했는데

갑자기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




둘이 연애하다 이별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뭔가 켕기는 사람처럼 나를 빨리 정리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다.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곳이고

아무리 수습이라고 해도 좋고 싫고를 떠나서

하던 일 마무리를 하고 같이 일하던 사람과의 인사도 필요한 장소.

결국 회사라는 곳도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 일을 만들고 일을 처리하는 곳인데 말이다.


수습 종료 통보를 수습 삼일전, 아니 이제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라

출근 이틀 남았는데 갑자기요?...


해고 통보는 통상 1개월 전에 미리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닐지언정

이틀 남겨두고 이야기하는 건 최소한의 배려도 없다고 느껴졌다.

어제도 남아서 야근을 하고 간 터라 황당하기만 했다.


임원분은 1달 전 말을 해주었어야 했는데 고민 많이 하다가 늦었다면서

1. 이직 준비를 못했을 테니 1달 더 계약 연장해서 일할지

2. 이달까지 일한 걸로 계약 기간 변경해서(수습 종료가 중순이었음) 월급 받는 걸로 할지

어떻게 하고 싶냐라고 질문을 하셨는데

어떻게 하고 싶냐 라는 질문 자체도 황당해서 생각 좀 해보겠다니까

당장 이번 주 까지라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1달 더 일해도 어차피 할 일 없지 않냐고 하시길래

(2번으로 통보하고 싶다고 그냥 말해...) 내일 출근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결정권이 없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누가 머리를 한 대 때린 것 마냥 퇴근길에 멍했다.


이곳은 최소 3년은 생각하고 들어왔기에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면서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는데

3년에서 3개월로 바뀔 줄이야.


올 한 해 이직을 통해 왔던 두 번째 회사였기에

갑자기 생긴 공백에 막막함이 커져만 갔다.


그렇게 다음날 출근길 선택권이 없으니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팀원들과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게 옆자리 팀원과 먼저 인사를 하게 되었고

이틀 전에 그렇게 통보하는 게 말이 되냐고 화를 내는 팀원에게

"어쩔 수 없죠 뭐... 다음 주부터 카페로 출근해서 또 열심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지나치게 덤덤한 나를 신기해했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이야기한 후

임원분이 결정했냐고 부르셔서 정해진 답이었던 2번을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짐이 많지 않으면 오늘까지만 나와도 된다고 하셨는데

사람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데

같은 말을 또 들으니 참 씁쓸했다.


그분 방식의 배려겠지 싶다가도

그만두는 마당에 할 일이 없더라도

설령 짐이 많지 않더라도

내가 하루를 덜 나오고 돈을 더 받는 것이 내 우선순위에는 없었다.


짐과는 상관없이 대표님이 오늘 사무실에 안 계셔서

인사는 드리고 가는 게 맞을 거 같다고 말씀드렸고 원래 수습 종료일인 내일까지 나오기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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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번째 회사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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