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하락장이 있다. -5화

교통사고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by 숨 고르는 중

해고 통보를 들었던 날 저녁으로 잠깐 돌아가보자.


사실 그날 저녁에

최근 야근하느라 바빠 못 갔던 미용실을 예약해 두었었다.


이제 이 근처는 올일이 없을 것 같아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고

집에 와서 평소 일 관련해서 조언을 구하는 멘토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분은 황당해하는 나한테 이렇게 말씀하셨다.

"교통사고 당한 거랑 같은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면서 본인 이야기를 하나 해주셨는데

그 이야기 또한 너무 드라마 같아서 다들 살면서 교통사고 한 번쯤은 당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교통사고는 당해본 적이 없지만

내가 당사자라면 어떨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마지막 날 출근을 하는데

출근길이 평소와 다르게 낯설었다.


대표님방에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첫마디가 "너무, 너무 아쉽다였다"

어제 카톡으로 내일 출근하시는지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고 말씀드렸을 때도

너무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대표님이셨다.


그러면서 물으셨다.

분명 나랑 신입 교육을 하거나 회의를 하거나 일을 할 때에는 대화가 잘 통한다고 느꼈고 재밌었다고

그런데 임원분이랑은 어려운 부분이 있었냐고 물어보셨다.


나 또한 대표님과 일 할 때 동일하게 느꼈었고

함께할 내년이 기대가 되었었다.

그랬기에 아쉬웠다.


저도 임원분이 너무 어려웠고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퇴근 이후, 근무 중 면담을 지나치게 자주 오래 하고

원하는 바를 알기가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나는 실무자가 아니라 같이 붙어서 일을 하는 입장이 아니기에 실무자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면서 그 분의 감정 문제라고 말씀을 주셨다.


'아 역시 그랬구나. 처음부터 면접에 관여해서 내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은 게 아니고 대표님이 원하는 사람 대표님과 닮은 성향의 사람이라 싫은 거구나'


그와 더불어 대표님은 전혀 힘이 없음을

대표님 또한 처음부터 3개월 후 종료되는 경우도 고려하고 뽑으셨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 날 점심, 같은 팀 그리고 임원 분과 식사를 했다.


대표님과 인사를 했냐고 물으셨고

했다고 했더니 "좋은 이야기만 해주셨지? 그런 분이니까" 라고 답하셨다.


처음부터 내가 그분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건 사실이었고

결국 내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두 번의 이직 끝에 내 자리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 일주일은 쉬고 싶다는 명목으로 늦잠을 잤다.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이 지났고 눈뜨지 못하는 아침이 반복되었다.

'백수 생활에서 밤낮 바뀌는 건 뭐 으레 생기는 일이니까'


아침이 싫어졌다.

갈 곳 없는 아침이,

매일 나를 힘들게 했다.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켜 눈을 비비며

아메리카노를 사들고 쉬지 못하고 가야만 하는 곳이 있는 게

피곤해도 스트레스받고 힘들어도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게, 내가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살아있게 했다.


쳇바퀴 도는 삶도 아직 난 남들처럼

지겹고 신물 나고 진절머리 나게 해보지 않았는데

아니 시작도 해보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느 날은

내가 왜 교통사고를 당해야 했는지 이유를 종일 찾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어느 날은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카페에 가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다듬으며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어느 날은

하루종일 드라마를 봤다.

어느 날은

헤드헌터한테 연락이 왔고 이력서를 작성해서 보내라고 메일이 왔다.


그 회사는 오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는데

이력서 상단에는 결혼여부 적는 란이 있었고 그걸 보자마자 문서를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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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자' 생각만 몇 년째 하던 글을 쓰면서

잠깐 숨 고르는 중이다.


주식도 떨어지는 날이 있으면 올라가는 날이 있는 것처럼

나도 다시 나아가기 위해

잠깐 충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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