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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Sep 21. 2022

변화를 위해선 소리를 줄여야 한다.

드럼에서 배우는 인생철학

드럼을 치다 보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진동과 리듬이 빡빡한 일상에 지쳐 숨죽이고 있던

내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어서다.

무엇보다 드럼선생님과 나누는 대화가 즐겁기 짝이 없다.


드럼선생님은 나보고 늘 묻는다.

"준비되셨지요? 갑니다?"

내가 준비가 됐든 안됐든 이 말은 신호탄이 되어

음악은 시작되고 나는 드럼을 두드리게 된다.


그러다 어느순간 갈 길을 잃고 어버버하는 순간이면,

친절한 드럼샘의 목소리가 들린다.

"괜찮아요, 정신 정리하고 갑시다! 정답은 없어요, 박자만 맞으면 됩니다! 잘하고 있어요!"


업무폭탄에 하도 맞아터져서 너덜너덜,

눅진눅진한 내(뇌)가

샘과 드럼 소리에 조금씩 심폐소생 된다.


샘이 이따금씩 설명한다며 툭 툭 던지는 말이

꽤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이 특히 그랬다.


"이 곡은 정말 다양한 리듬연습하기 좋아요, 계속 변하니까요. 근데 변화를 주려면 소리를 줄여야 해요!"


네?


왠지 드라마틱한 변화엔 쿵! 하는 큰 소리가 어울릴것 같지만 도약을 크게 하기 위해선 오히려 그 시작은 더 작고 가벼워야 하는 것이다.


머리가 망치로 쾅! 맞은 것처럼 기분좋은 충격의 연속! 내가 이 자극 땜에 물먹은 하마처럼 피곤한데도 꾸역꾸역 시간맞춰 드럼 배우러 가나보다.


오늘부터 새 곡을 또 나갔는데, 처음보는 주법의 향연이었다. 특히 '하이햇 크레센도!'

이건 뭐 점심먹고 땡도 아니고 베이스와 계속 나오는 반오픈하이햇! 그 위에 크레센도까지!!!


피아노 배울 때 배우긴 했지.

크레센도=점점 크게.

근데 드럼에선 어떻게????


"어려워보이지만 할 수 있어요!

크레센도를 위해선 아주아주작게 시작하면 돼요!

베이스(발로 드럼킥)가 연이어 나오면 맘이 급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정을 찾아야 해요. 천천히 해봅시다."


드럼샘의 말은 늘 옳다.

안된다고(화난다고) 크게 내려치다보면 박자가 어그러지기 마련. 그러니 심호흡하고 다시 시작해볼 일이다.


한번에 모든 동작이 되지 않으면 다른 부분을 치거나 생략해도 된다고 말씀하시지만, 귀가 예민하다보니 당연히 원래 쓰여져 있는 악보의 그 리듬소리가 더 이쁘게 들린다. 그래서 시도해보겠다고 했더니 샘 왈,

"그래서 예민한 사람들이 잘 하는 거예요. 자기자신은 괴롭죠. 근데 맞는 소리를 찾아서 치니까 잘할 수 밖에요"


두번째 데엥~~~

기분좋은 충격!

예민한 내 귀, 예민한 내 성향이 싫었는데...

그게 이런데 도움이 되다니!!!!


초 초 예민한 사람들과 매번 일하다보니,

늘 다시! 다시! 가 많아지지만

그만큼 만전을 기하게 되버렸구나ㅎ

난 어쩔수 없구나.


이 초초초예민한 세상이, 환경이, 사람이, 업무가 죽을때까지 무한반복 될거라고 생각하면 막막해지기도 하지만...

뭐 이렇게 태어났는데 어쩌냐 싶기도 하다.

나이들수록 화도 많이 나지만

체념도 더 빠르다.


아님말고!


근데 되고 싶으니까!

하고 싶은건 될때까지 해봐야지!

직성이 풀리려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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