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그냥 마음이 가는 것으로
매일매일이 그렇지만 특별할 것이 없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눈에 보이는 데로 아침을 먹고 그리고 또 별다를 것 없는 하루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보통 장을 보러 가거나 아님 뭔가 할 일이 있는데 오늘은 그런 일도 없다. 주말이면 뭔가를 해야 할 것 만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막상 주말이 오고 나면 늘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사람들이 밥을 먹자고 하면 가장 어려운 주문이 아무거나 인 것 같다. "아무거나 먹자"라고 하는데 사실 아무거나 속에 담긴 의미는 그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은 쉽지가 않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은 항상 생각보다 쉬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아무거나 먹자고 하지만 그 뒤에 붙는 단서들 때문에 그렇다. "고기 빼고 아무거나 먹자!", "간단하게 먹자!", "너무 거하게 먹지는 말자!" 등등
그래서 아무거나란 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누구나 "아무거나 먹자" 아니면 "아무거나 하자"라고 쉽게 말하지만 아무거나의 의미 속에 담긴 "뭐는 빼고"를 아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하나가 아무거나 인 거 같다. 아무거나 괜찮아!
그런데 살다 보면 오늘 같은 날이 또 있다.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는 날 말이다. 뭔가 늘 해오던 관성 때문인지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할 일이 없는 그런 날 말이다. 이런 날은 그냥 조용히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손이 가는 일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깜박 잊고 하지 못했던 일들이 있었는지 생각도 해보면서 말이다. 오늘은 그렇게 해야 할 일이 없으니 마음도 자유롭고 편해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건 역시 관성적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 거 같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면서 오늘은 아무거나 일을 찾아서 하지 말고 손에 잡히는 데로 아님 마음이 가는 데로 아무거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거나란 말이 생각보다 막연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정해지지 않았으니 어떤 모양도 가능한 말처럼 느껴진다. 늘 답답하고 막연하다는 느낌이 드는 아무거 나라는 말이 오늘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말처럼 느껴진다.
어제는 봄비치 고는 몹시도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그리고 화려하던 벚꽃잎이 거의 땅바닥에 떨어져 나뭇가지가 꽤 초라하게 보이는 날이다. 나무 근처에는 비와 함께 바닥에 달라붙어버린 꽃잎들이 널브러져 있다. 몹시도 허망한 느낌이 든다. 햇살을 받으며 갑자기 꽃잎이 확 피어오르더니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에 같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약간은 초라하고 앙상한 느낌마저 들게 만드는 게 말이다. 뭔가 아쉽기도 하고 너무 금방 사라져 버린 꽃잎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 인지 오늘은 뭔가 특별한 것을 하는 날이 아니라 그냥 아무거나 일이 생기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뒹굴거리며 하루 룰 보낼 것 같다. 물론 아무거나 할 일이 생기면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늘 나의 아무거나는 뒹굴거리기 위한 핑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막연하게 해야 할 어떤 일을 정해두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은 아무거나 하자!"라고 말하고 마음을 편하게 놓아보아야겠다. 어찌 됐건 "오늘은 아무거나 해도 괜찮은 날이니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