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는 것들은 언제나 끈질겼다.

by 십일아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덜컥 겁을 먹었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쓴 만큼 길은 생각보다 험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짜'는 방심할 때 찾아왔다. 그것은 서서히 나를 잠식해 왔다. 사이사이 잡힐 듯한 신기루를 내던지며 나를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끌어내렸다. 고통이라는 단어로는 담을 수 없는 암울한 안개가 가득 피어났다.


나의 가시 때문이었을까. 내가 가진 가시는 아무것도 다가오지 못했으나, 나 또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아주 가혹한 보호막이었다. 설령 내가 다치더라도 보호막 안에 자리하기 위해서는 안갯속을 헤매야만 했다. 무엇으로 인해 생겨난 것인지 굳이 드러내진 않았다. 움직이면 더 깊게 파고들 것이 분명했으니, 숨을 멈추고 쓰라린 상처들을 참았다. 그렇게 가시는 나의 일부가 되었고 일상에 자리 잡게 되었다.

허나, 드러내진 않았어도 없앨 수는 없는 것이었다. 짐작은 확신으로 각인되더니, 결국 내가 모든 것의 근원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허탈함에 바라본 하늘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 듯 먹구름을 몰고 달려들었다. 먹먹한 마음만큼이나 길고 긴 정적이 이어졌다. 울먹임 끝에 맞닥뜨린 바람이 철썩 스치더니, 쏴아- 하고 서글픔을 털어냈다.

이젠 더 이상 보이지도 않는 희미해진 세상에 나는 홀로 서 있다. 내리는 비가 유리의 파편처럼 나에게 새겨질 때, 쓰라렸던 상처들이 무뎌졌다. 시들어진 마음에 비가 내리자, 내가 제일 애틋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 길지 않기를, 그리 버겁지 않기를.

한동안의 먹먹함이 너를 꾸역꾸역 집어삼켜도, 흐린 하늘에 쓰라린 한숨이 너를 한없이 조여와도.

먹먹함 끝에 흘린 눈물이 쏟아지는 비가 되어, 너의 메마른 한숨을 적셔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