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되어 주는 줄 알았다. 누군가가 있다면, 무언가가 있다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메꿔주리라 생각했다. 그러한 존재는 누구에게나 당연히 때가 되면 나타나리라, 근거 없는 결론을 만들어냈다. 그저, 지금은 나에게 있는 것이 없기에, 내 손안에 잡힌 것이 없기에 이토록 작아져 있는 것이리라, 마음껏 단정 지었다. 그렇게 나를 괴롭게 하는 이 알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은 간단히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 터무니없는 기대에 기대어 살았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올 것이라 믿었던 그 시기는 나를 비껴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공간에 홀로 앉아 있을 때, 텅 빈 공간만큼이나 텅 비어버린 나의 세상이 숨죽여 울었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고, 힘껏 움켜진 손안에 잡힌 것은 깊게 팬 마음이었다.
과거는 감정을 남겼다. 감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졌고, 아픔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를 잡아먹었다. 쓸쓸함이 가진 칼날은 굳이 자극하지 않아도 충분히 날카로웠고, 바람에 먹힌 듯 매서운 소리를 냈다. 부족함에 끊임없이 갈구했던 무언가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질 수 없고 대체되지 않았다.
나의 지난 시절은 외로움으로 가득했다. 세상이 붉게 물들어갈 때, 지친 마음은 더욱 처량해졌다. 지는 해처럼 그 후 다시 뜨는 해처럼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외로움은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여기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찾아올 수 있을 뿐이었다. 외로움은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를 붙잡았다. 뭐가 그리 주눅이 들었는지 고개만 떨구고 있는 모습이었다.
네가 보내온 시간들이 어딘가에 갇힌 듯 아파만 하고 있지만 지나온 거리가 그렇게까지 춥지만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탓하고 원망하다 결국, 그 끝의 결말이 '너'라 할지라도.
여전히 흔들리는 내가 너에게 무슨 위로가 될 수 있겠냐마는, 위태로운 네가 위태로운 나의 기록이기에 가슴에 물든 멍을 함께 안고 살아가기에.
비록 잊지 못하고 지우지 못하는 방황의 나날을 살고 있다만 나약할지언정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위해, 마주 보고 이해하기 위해, 지금껏 소리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