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나조차도 구할 수 없는 답을 남에게 요구하는 것은
참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한 일이었다
내게 생긴 얼룩을 닦아달라 보챘을 때
그간의 얼룩이 생길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았다
답답함에 무작정 쏟아내는 말들은
오히려 부딪히며 쏟아질 뿐이었다
말은 꼭 푹푹 찌르는 날카로운 것이 되어
사이좋게 하나씩 가슴에 박혔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누군가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내 몫으로, 나로 하여금 나타나는 것이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마음이 움직일 시간, 움직인 마음을 알아차릴 시간
그 시간을 낚아챌 시간, 낚아챈 시간 곁에 머물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