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하게 남은 저마다의 시간

17.

by 십일아


난 바람이 싫어

어디서 불어오는지도 모르잖아

그 바람이 무엇을 데려오는지 알 수도 없잖아

차라리 내가 바람이라면 어떨까 싶어

아픈 상처가 되어 아무 일도 없듯이 흘러가고 싶어

난 휩쓸지 못해 언제나 휩쓸리지

왜 그대로 스쳐가지 않았는지

왜 그리 깊게 패었는지

왜 또 바라보았는지

사소한 일들에 언제나 크나큰 상처를 입어서

괜히 날 미워하곤 했어

힘들고 아픈 것들에

크기는 중요하지 않은데 말이야

얼마나 더 얼마나 많이

그런 비교는 중요하지 않은데 말이야

그냥 느껴지는 것이 전부였어

그게 다야

그냥 얼마나 안고 갈 수 있느냐의 문제였어

그뿐이야

버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어 품에 안고 살아

잊고 싶어도 각인되어 버린 것들에 빌며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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