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문득 날 깨우고 가버린 생각에 마음 한 편이 건드려져버렸다
오랫동안 간직하던 그 무엇은 한순간에 버려졌다
굳건한 믿음, 뭐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긴 시간이 남긴 건 아무것도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을 남기지 않았다
딱히 허탈하진 않았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버려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수긍이라기보다는 단념에 더 가까웠다
가끔 차가웠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까지 냉정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하는 후회도 가끔씩 하곤 했다
조금만 더 붙잡고 늘어졌다면 믿음이 되었을까
조금만 더 견뎠다면 잘 보내줄 수 있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