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내가 떠남에 있어 아쉬워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간의 시간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얼른 또 다른 곳에 발길을 두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못다 한 말들이 많은데도 시간은 빠르게 밀어내고 있었다
벌써 보내줘야 할 때가 왔으니, 얼른 잊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라며 떠밀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받아들일 때쯤이면 떠나야 하거나 보내줘야 했다
진득하게 머무르는 것은 있을 수는 없는 일처럼 보였다
가을의 바람이 여름의 무더움을 데려갔을 때
겨울의 눈이 가을의 단풍을 대신했을 때
봄의 지저귐이 겨울의 얼음을 녹여줬을 때
여름의 빗소리가 봄의 기쁨을 전해줬을 때
그것들이 남긴 말에 나는 슬퍼하고 있었다
그것들의 말을 온전히 맞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