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다 지나간 일에 마음을 낭비하는 것은 애써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만 같은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그날의 내가 참 못나 보여서, 못난 시절의 나를 꾸준히 떠올렸다. 여전한 나는 여전히 그때의 나를 미워했다. 그 미움으로 살았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에 마음을 소비하는 것은 별일 없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솟아난 것이었다. 앞으로의 내가 참 못 미더워서, 어떤 확신도 갖지 못한 나를 발견했다. 이곳의 나는 여전히 그대로일 나를 지우려 했다. 그 시간은 막연했다.
커져가는 미움에 커져가는 사랑을 잠시 숨겼다.
퍼져가는 불안에 퍼져가는 사랑을 잠시 놓았다.
같은 말뿐인 시간 속에서 그 자체로 소중한 것들은 잊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