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던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

20.

by 십일아


그날은 날이 좋았다 혼자 떠나기에 적합한 날씨였다 무서움은 잠시 접어두었다 전혀 심각해질 필요 없었다

적당한 바람에 적당한 햇빛 적당한 소음과 적당한 공기, 모든 것이 적절했다 모든 것을 미루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날이었다

그대로 달렸다 멈추지 않았다 어디로 갈진 몰랐다 내딛는 곳이 곧 길이 되었다

잃을 작정이었다 다 놓을 마음이었다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게 결국은 넘어져 버리게 그렇게 포기하게 만들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내 흔들리다가도 중심을 잡는 것이, 강하게 덜컹이면서도 절대로 놓치지 않는 것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서서히 익숙해지면 된다 조금씩 적응하면 된다 그것이 정답이 아닐지라도 그것만으로 괜찮을 수 있다

다시 돌아가는 길에서 새로움은 찾을 수 없었으나 무언가를 미련 없이 버리고 가는 길, 이 길 위에 이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언젠가 깨닫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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