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한 디자인력과 색채디자인,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서체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미지 중에 서체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짤 하나가 있다. 인터넷에 '서체의 중요성'이라고 검색하면 "YOU'LL ALWAYS BE MINE..." 이라는 문구가 2가지 서체로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빨간색 글씨로 하나는 귀여운 필기체로 쓰여 있고, 하나는 호러틱한 손글씨 서체로 쓰여있다. 같은 문구라도 어떤 서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체를 고를 때 제작할 디자인이 어떤 분위기여야 하는지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서체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서체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출처 : Reddit
처음 디자인을 할 때는 무작정 많은 무료 폰트를 다운로드하고, 그 많은 서체를 하나하나 선택해 가며 어떤 서체가 어울리는지를 비교해 볼 것이다. 하지만 서체를 고르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선택한 서체가 본인의 디자인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면, 아래의 서체 선택 가이드가 도움이 될 것이다.
서체 선택 가이드
1. 디자인 의도에 따른 서체 분위기 설정하기
서체를 고르기 위해 가장 먼저 어떤 스타일(또는 느낌)의 서체를 선택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내가 만드는 디자인이 1) 주제가 무엇인지 2) 타겟층이 누구인지 3) 디자인 콘셉트가 무엇인지와 같이 다양한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어떤 분위기를 연출할지 설정한 후에 아래의 가이드를 참고하여 서체를 골라보자!
2. 글의 양과 주목성에 따른 선택 : 명조체 or 고딕체
서체를 고를 때 글의 양과 주목성을 기준으로 명조체(세리프)와 고딕체(산세리프)를 사용할지 선택해야 한다. 글의 양이 많고 가독성이 중요시돼야 한다면 명조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면 좋다. 반대로 글의 양이 적고 주목성이 있어야 한다면 고딕체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두 가지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1번에서 말한 서체 선택 기준은 메인이 되는 서체임을 알아두자!)
* '세리프(Serif)'는 영문자를 궁서체처럼 윗부분을 꺾어서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산세리프(Sans Serif)의 '산(Sans)'은 세리프가 없다는 뜻이다.
3. 강조의 정도에 따른 서체 굵기 선택 : Thin <UltraLight <Light <Regular <Medium <SemiBold <Bold <ExtraBold <Heavy <Black(영문 서체 기준)
폰트마다 만들어진 굵기의 종류가 다 다르지만 타이포그래피(=서체)에서는 표준 무게 활자꼴이자 노멀이라고도 불리는 Regular를 기준으로 획이 더 얇거나 두꺼운지에 따라 Thin <UltraLight <Light <Regular <Medium <SemiBold <Bold <ExtraBold <Heavy <Black으로 분류된다. 주로 제목이나 로고 등과 같이 메인이 되는 부분에는 Bold이상의 굵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 본문이나 긴 줄글의 경우 Regular 정도가 적당하다. 이외에 설명글이나 부수적인 요소에는 Regular, Light, Thin을 사용하면 좋다. Light와 Thin을 사용하는 경우, 서체가 얇다 보니 인쇄 시 화질이 낮거나 뒷 배경색이 있다면 잘 안 보 일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와 같이 자신이 강조하고자 하는 정도에 따라 굵기를 달리하여 디자인의 강약을 조절해 보자.
4. 무게나 너비에 따른 선택 : Condensed(장체) / Extended(평체) / Light Condensed / Bold Extended
해당 사항은 영문서체를 사용할 때 볼 수 있는 활자스타일이다. 영어로 되어있어서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별거 없다. Condensed(장체)는 '레귤러보다 더 폭이 좁은 것'이고, Extended(평체)는 '레귤러보다 폭이 더 넓은 것'이다. 이 앞에 'Light'가 붙으면 레귤러보다 더 가볍고 가는 것이고, 'Bold'가 붙으면 레귤러보다 더 무겁고 굵은 것이다. 한글 서체는 영문 폰트에 비해 다양한 활자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기에 일러스트나 포토샵 프로그램의 서체 설정창에서 글자의 넓이를 조절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폰트 저작권에서 변형이 금지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사용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5. 일관성과 통일감을 위한 선택 : 활자가족 활용하기
시각디자인학과 전공과목 중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듣다 보면 교수님께서 '1개의 활자가족을 활용해서 디자인하기'와 같은 과제를 내주실 때가 있다. 해당 수업을 들을 당시에는 디자인이란 제약 없는 조건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제약된 조건에서 디자인을 해야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냐하면 제약된 조건(위와 같이 1개의 활자가족만 활용할 것)을 걸면 디자인 과제를 하기가 어렵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실무 디자인을 접하게 되면서 교수님께서 내주신 과제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실무에서는 폰트 저작권 때문에 제한된 폰트로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많고, 일관성을 위해 한 개의 활자 가족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예전에 들었던 수업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이처럼 혼자서 디자인을 할 때도 제약된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서 디자인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포스터를 제작할 때 1~2개의 활자가족만 사용해서 디자인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활자가족'이란 '주어진 활자스타일의 모든 활자꼴의 폰트를 다 합한 것'으로, 똑같은 활자가족의 폰트를 활용하여 디자인하면 일관성과 통일감을 줄 수 있다.
위와 같이 내가 디자인을 하면서 만들었던 '서체를 고르는 가이드'를 5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그렇다면 내 디자인의 분위기를 잘 연출해 줄 수 있는 폰트들은 과연 어디서 찾아야 할까?
폰트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중요: 폰트를 사용할 때 저작권의 사용범위와 유의사항을 꼭 숙지하고 활용하도록 하자!!)
끝으로, 서체에 대해 더 많은 공부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서적 몇 권을 추천하고자 한다.
아래 추천한 책들을 다 읽어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시간이 없고 최소한의 책으로 최대의 지식을 얻고 싶은 분들은 '타이포그래피 교과서(제임스 크레이그 외 2인 저)' 라도 꼭 읽어보자. 본인도 많은 타이포그래피 책을 읽었지만 '타이포그래피 교과서'는 단순히 지식 습득을 넘어서 실무에서 디자인을 할 때도 자주 참고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