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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들 May 13. 2018

우리의 느슨하고 단단한 인연

라이킷과 공유, 그리고 구독을 누르는 순간까지의 고마움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쓴 게 2015년. 제법 많은 구독자가 있었던 행간읽기 외에 개인적인 글을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던 건 그해 11월이었다. 첫 회사를 그만두고 '에라 모르겠다, 글이나 쓰자'했던 심정으로.


이걸로 돈을 벌자는 생각도 없었고 다른 사람의 입맛에 따라 이렇게도 썼다, 저렇게도 썼다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여기만큼은 그냥 내가 내키는 대로, 쓰고 싶은 글을 쓰자는 생각으로 썼다. 검열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을 굳이 만족시킬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구독자가 한 명 한 명 올라갈 때마다 너무 신기했다. 대체 사람들은 내 브런치를 왜 볼까? 싶어서.


100명, 200명 될 때부터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싶었는데 벌써 2,000명이 넘는 분들이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주셨다. 하나의 글이 브런치 메인에 소개되어 많은 공유수를 기록하거나, 혹은 이미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분들의 글이 공유가 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한 명의 작가를 구독하는 건 좀 다른 얘기다. 나도 독자로서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분이 아니고서야 특정 인물을 구독하는 일은 자주 없다. 피드에 많은 글이 올라오는 게 너무 부담이기도 하고, 또 브런치는 이미 취향에 맞는 글을 추천해주거나 때에 따라 좋은 글이 자주 메인에 올라오기 때문에 굳이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해서다. 브런치에 합류한 분들이 '구독자 수는 왜 이렇게 안 올라가냐'고 자주 한탄(?)하시는 것도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한분 한분 정말 소중하고 고맙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훨씬 많을 텐데, 별 볼 일 없는 나의 일상을 왜 봐주시는 걸까 싶으면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거나 공감하는 분들이 어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글을 더 자주 써야 하나 싶은데 그랬다간 이도 저도 아닌 글만 나올 것 같고, 그걸 바라는 분들도 없을 것 같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이걸 계속하는 (변하지 않을) 이유는 하나다. 여기가 비로소 나의 '쉼터'라서다. 또 구독자들의 쉼터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갔던 여행지를 되돌아보면서 '아아, 여기 정말 좋았지. 이런 사람들과 어울렸는데. 이런 일도 있었지'하는 순간. 그때의 감정, 지금의 상태. 전전 글에서는 최근 겪는 우울을 고백했다. 지금은 좀 덜해지긴 했지만 여전하다. 그때와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떨쳐지지 않는 불안을 안고서도 어떻게 하면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것 정도.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가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제일 위로가 된다. 우리의 느슨하고 단단한 인연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우리 같은 곳에 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받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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