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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노들 Aug 05. 2021

어쩌다 치킨이 남았다면

아주 가끔이겠지만요

시국이 시국이라, 온라인 모임이 늘었다. 다 같이 시간 맞춰 각자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놓고 모니터 앞에 앉아 서로의 음식을 구경하며 밥도 먹고 수다도 떤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주문하는 음식이 달라지지만 '오늘 뭐 먹지?' 고민일 땐 역시 치킨에 손이 간다.


평소라면 뜯는 맛으로 먹는 뼈 있는 치킨을 시켰을 테지만, 얘기하면서 먹어야 하니까 순살로. 이왕이면 내일 점심까지 한 번에 해결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냉장고에 두어도 눅눅해지지 않는 구운 치킨으로. 음식을 받자마자 접시에 먹을 만큼 절반을 덜어놓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둔다. 이왕이면 양념도 싹싹 긁어서.


ⓒ 2021 성노들


다음날 점심. 냉동실에 얼려둔 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치킨도 슬며시 꺼낸다. 밥과 같이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그냥 먹어도 좋지만 어쩐지 약간 더 맛을 내고 싶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보다 좀 더 두르고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약한 불에서 들들 볶으며 파 마늘 기름을 낸다. 아, 향이 솔솔 올라오는데 벌써 맛있다.


마늘이 노릇노릇하게 익으면 치킨을 넣고 전체적으로 기름을 한 번 입혔다가 불을 중강불로 올려서 약간 양념을 누르면서 태우듯 볶는다. 양념과 기름이 만나 벌써 자글자글. 치킨에 열기가 돌고 끝 부분이 살짝 타면 바로 불을 끈다. 데운 밥을 큰 그릇에 먼저 담고 그 위로 볶아낸 치킨을 알맞게 올리면 간단하게 구운치킨덮밥이 된다. 마요네즈를 약간 더해도 좋겠고 간장 소스를 살짝 뿌려도 감칠맛이 살겠지만 오늘은 간단한 게 최고다.


호박과 계란 섞어 부쳐둔 전에 치킨무 곁들여 한 숟가락 와-앙 퍼 먹으면 더운 날 굳이 불 앞에 선 수고가 한 번에 싹 잊힌다. 이거지, 이거.


ⓒ 2021 성노들




ⓒ 2021 성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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