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하는 프로덕트 매니저
초기 스타트업에서 2년여 정도 PM으로 일을 마치고 대기업으로 이직을 했다.
이직에 대한 고민이 들 때부터, 결정을 내리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2년 간 일했던 회사는 자기 분야에서 뛰어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팀이었다.
그래서 배울 수 있는 점도, 자극 받을 수 있는 부분도 많아 "일하는게 즐거운" 회사였다.
동시에 서로를 생각하는 배려도, 따뜻한 마음씨도 충분한 사람들이라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동료에게 기댈 수 있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팀원들이 있는 회사가 또 있을까? 가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었고 걱정이었다.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16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봐도 내 답은 "아니"다.
코르카만큼 좋은 팀원들"만" 있는 회사는 앞으로도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Use case, Reference가 없어서 너무 큰 한계를 느꼈다. Zero to One을 만드는 것도, 맨땅에 헤딩하는 것도 처음 의욕 넘치는 상황에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몇개월, 몇년이 지나도 큰 진척 없는 모습에서 지속적인 동기를 찾는 건 나에게 어려움이 있었다.
주에 몇번씩,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 의사결정.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보다 직무도 구체화 되고, 팀원도 많아져서 협업 프로세스를 만드는 기간이 한창이었다.
지라를 어떻게 쓸지, 스프린트를 어떻게 관리할지, 기획서를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쓸지, 기획 미팅에는 누가 참석할지, 디자인/개발 시작 전까지 어느 레벨로 마무리되어야 할지,
스탠드업 미팅에는 어떤 멤버들이 참석해야 할지, 일정 산출은 누가할지 이런 기초적이고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참 많이도 필요했다.
그런데 뚜렷한 리더십의 부재로 의사결정과 팀이 합의한 내용이 자주 바뀌었다 아주 많이.
체계를 갖추려면 필요했던 과도기이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 지쳤던 것 같다.
한 회사를 그만두고, 다음 직장을 찾을 때 고려하게 되는 건 이전 회사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결핍'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것.
새로운 회사에서 또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그 결핍이 나에게 중요한 요소였는지, 또 새로운 결핍을 느끼면서 나에게 진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이번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초기 스타트업이라 의지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동료들은 많이 있었지만, 나를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키고 내 부족함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모습을 그릴지는 알기 어려웠다.
프로덕트 팀은 리드가 없었고, 대표님이 그러한 방향성이나 피드백을 제시해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보다 몇걸음 먼저 길을 걸어가고 있는, 본받고 싶은 모습이 있는 롤모델이 있는 조직이 필요했다.
표현하기 애매하지만, 충분한 고객이 있고 데이터를 보고 유의미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나의 노력이 어떻게 기여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규모가 큰 곳이어야 했다.
사실 남들이 말리는 "쌩퇴사"를 감행했고, 어느정도의 휴식 시간과 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도전해보고,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게 나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지와 같은 고민을 한 끝에 지금 회사에서 일한지 8개월이 되었다.
모든게 완벽한 조직과 회사가 있기는 어려운 법이지만, 채우고 싶었던 결핍 두가지는 확실하게 보장 받을 수 있는 회사인 건 틀림 없다.
그래도 또 새로운 결핍 때문에 고민되고 머리 아픈 지점이 있기는 하지만.
스타트업 2년을 겪고 대기업에서 신입 PM으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