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끝냈다. 오래 고민했지만 끝내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깊게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인 듯 싶어서. 물론 충분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 덕분에 이런 용기가 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상담을 받은 걸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지. 가족 외의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를 넘치고도 남게 가득 받은 경험은 거의 난생 처음이었다. 상담사라고 다 내담자를 그런 태도로 대하지는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만났던 상담사 선생님은 상담자보다는 차라리 인생 후배를 아껴준 인생 선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어떻게 해도 진정시키기 어려웠던 불안 같은 것들이 아주 빠르게 안정되는 걸 느꼈다. 상담을 받으며 오간 말들과 날 지켜봐주던 그분의 눈빛을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제 다시 시작. 방황이 길면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당연하게 여겨온 말이었는데 내 스스로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건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시 보니까 완전히 나를 설명하는 말이어서 내심 흠칫했다. 그렇지만 솔직히 방황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대신 이젠 그냥 이렇게 헤매고 궁금해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평생 살아가는 거겠지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거라면 적어도 헤매는 걸 두려워하지는 말아야지. 이제는 블로그에도 조금 더 즐거운 이야기를 적어야지.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않았던 지난 1년 9개월 동안 나는 대체로 행복했다. 어제 릴스를 보다가 아이유가 ‘무표정한 행복도 있다’고 말하는 걸 봤다. 뛸 듯이 기쁜 순간은 없었어도 딱히 불행한 일 없이 잔잔하게 지나간 날들이었다. 순간적으로 불안감이나 초조함이 치고 올라오더라도 며칠 못 갔다. 오히려 이 시간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불안해졌지. 내가 머물고 있는 작은 방 안을 벗어나 나아가는 건 좁은 울타리에 갇힌 내 행복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내심 생각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동안 지켜온 무표정한 행복과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 공존할 수 있을까? 해봐야만 알 수 있겠지. 확실한 건 이 여름이 마침내 진짜로 나에게서 떠나가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다.
https://youtu.be/pDvBiB1waBk?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