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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스텔블링크 Apr 11. 2021

번아웃 탈출하기

상기된 표정으로 맞이한 첫 직장 첫 출근일!  "난 초짜 티를 않낼거야. 난 프로니까! 우하하하!  야, 너 쫌 멋~~~있다!"  혼자 독백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활기차고 매일 새벽같이 자기학습한 뒤 남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던 나의 정신력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회사 사람들을 알아 가면서 나보다 너무 잘난 사람들도 너무 많다는 것을 알거나, 저 사람은 나보다 일도 적게 하면서 정시 퇴근하는 데 일은 똑부러지게 다 해놓고 집에 가는 모습을 보거나, 난 주말에도 출근해서 뺑이 치는데, 업무시간에 딴 짓하는 동료가 이유없이 나 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쓰레기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혼돈과 속쓰린 소주로 맘을 달래며 또 다시 시간은 흐르고... 나를 알아주는 상사보다는 그렇지 못한 상사를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느껴지는 순간, 내 진가를 알아 줄 또 다른 보금자리가 있기를 학수고대 합니다.  진심으로...  수백통의 이력서를 보내서 이젠 어디에 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무렵, 본인이 열심히 하는 것 만큼이나, 수 많은 이력서 더미에서 내 이력서를 꺼집어 내서 면접제의를 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귀한 지 깨닫게 됩니다.  다행히 나와 운이 닿아 최종 잡 오퍼까지 보내주는 조직을 만나면 나의 첫 직장 첫 날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정말 잘 해보자는 다짐을 합니다.  그리고는, 새 일터에서 이 곳이 내가 최고경영자의 마침표를 찍을 나의 마지막 직장이 될거야 라는 생각으로 정말 미친 듯이 일합니다.  정말 많이 힘들지만, 와우 내 능력을 알아봐주는 상사를 만납니다.  때마침 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의 진심을 이해해주는 고객을 만나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승진하게 되면서 그 오랫동안의 인내와 노력이 한 순간에 보상 받는 쾌감을 얻습니다.


이대로만 쭈욱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산이었습니다.   조직에서 기대하는 10년차 일때의 아웃풋과 11년차 일때의 기대 아웃풋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11년차 13년차가 10년차의 성과를 낼 거면, 그냥 나보다 연차가 어리고 적은 급여에도 움직일 사람들을 쓰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이상 더 열심히 할 수는 없을거야"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열심히 하지만, 이제는 나 혼자의 아웃풋 보다는 내 조직의 아웃풋이 잘하고 못함의 잣대가 됩니다.


열심히 하는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히면 팀 전체가 해결해 보자는 생각을 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팀원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팀원들 중 한 두명은 정말 열심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더 이상 이 조직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몸은 피곤하고 지쳐 있는 데, 밤에 잠이 오질 않습니다.  갑자기 얼굴이 퍽퍽해지고 피부에 검은 반점이 생기며, 면역력이 떨어짐을 느낍니다.  출근해야 할 아침을 무기력하게 맞이합니다. 


번아웃!  포브스지 (2020년3월10일자) 는 번아웃의 세 가지 요인으로 업무량을 조절할 통제력을 갖지 못하거나, 상사가 나를 괴롭힌다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내가 하는 업무가 단조롭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 이라고 합니다.  번아웃을 겪게 되면, 가장 확실한 번아웃 해결책은 "일을 접고 상사와 고객의 이메일, 전화, 단톡을 받을 수 없는 통신이 차단된 곳에서 쉬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기왕이면 내가 쉬어도 눈치 안 보도록 부서 전체가 단체로 업무를 쉬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기간은 한 달 정도. 마음 같아선 육 개월 정도 쉬어야 정말 푹 쉰 것 같이 느낄 것 같습니다만 현실과 타협해서 한 달도 나쁘지 않습니다.  역시 꿈이겠죠?  제가 경험한 어떤 조직에서는 연월차의 일부를 모아서 재직후 십년쯤 지나 몇달을 눈치 안보고 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엄지척입니다.


"(일주일 전사 유급휴가가) 정말 좋은 건

휴가후 업무에 복귀했을 때

산더미 같은 이메일과 회의록을 

처리할 악몽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TEUILA HANSON, LINKEDIN'S CHIEF PEOPLE OFFICER


그런데, 번아웃이 십년을 참아 주지 않으니, 가끔 짧게라도 쉴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와우! 그런 회사가 있네요.  링크드인은 4월5일부터 일주일 동안 전세계 15.9천명의 임직원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링크드인은 채용기회를 알아보는 목적이나 글을 공유하는 목적으로만 활용하던 저와 딱히 상관없는 회사입니다.  링크드인이 일주일의 유급휴가를 주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번아웃 탈피" !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한 달 정도로 길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배부른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기업에서 복잡한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내보이며 임직원 복지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외칠 때, 제 입에서는 "그냥 현금으로 주세요" 라는 말이 튀어 나올 뻔 합니다.  그런데, 전사 일주일 유급휴가 실시는 현찰만큼 좋은 복지 프로그램 같습니다.  전사 직원이 동시에 휴가를 쓰는 거라서, 휴가가 끝나는 날 저녁부터 시달리게 될 산더미 같은 이메일, 메신저, 회의록 followup list 도 없으니 제대로 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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